2004년 11월 13일 토요일

추위, 추억

더위에 얽힌 추억은 별로 없는 것 같은 데,
추위에 얽힌 추억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더울 때는 짜증만 나지만 추울 때는 뭔가 아늑한 추억이라든지 그런게 떠오른다.


어려서부터 추운 곳에서 많이 살기도 했고
원래 추위에 강한 편이라서 추운 것이 더 익숙하다.


초등학교 내내 교실도 매우 추웠던 것 같다.
시내의 큰 학원들은 너무 더웠지만 동네 학원들은 대부분 추웠다.
발이 시리고 손이 시렸다.
너무 추워서 손을 불고 콧물을 훔치면서 공부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교실은 따뜻했는 데, 기숙사가 너무 추웠다.
난방이 왜 그 모양이었는 지, 사감실은 더워서 땀이날 지경이었는 데,
기숙사는 얼음장처럼 추웠다. 1년내내 흐르는 콧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추운 겨울에 했던 고등학교 축제가 생각난다.
기숙사 옥상에 올라가서 캠프파이어를 점화하기 위해 가설한 전선이 꼬여서 2시간 동안이나 풀기도 했고
장작을 쌓고 기름을 뿌리고 고구마도 구워먹었다.


겨울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도 많다.
여름의 불량 식품들은 배탈걱정이 있고 더 비위생적이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것들이라 좀 더 안전해 보이기도 한다.
호빵, 붕어빵, 오징어, 국화빵, 군고구마, 군밤, 오뎅 ...


새벽시장에 가면 곳곳에 피워둔 모닥불을 볼 수도 있다.


대학 때 생각나는 추위는 학교 기숙사 난방이 3일 끊겼을 때랑,
별바라기에서 한겨울에 산에 올라서 추위에 떨면서 별을 본 것이다.
영월 별마로 천문대, 보현산 천문대...
2학년 때 전산과 MT를 가서 본 별들도 생각이 나는 군.


초등학교 때는 엄마가 겨울이 되면 부츠를 사주셨다.
겨울의 분위기와 맞아서 며칠간은 잘 신지만
신고 벗기가 불편해서 자주 신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눈이 녹은 곳 위를 다니다가 부츠를 완전히 적신적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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