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7일 화요일

Impression 2

치과진료들이 다 그렇지만 한 번 받고 나면 눈물이 쏙 빠지고 망가지는 것 같다.
의자에 눕혀놓고 여기저기 눌러보고, 침도 질질 나니까.
여자들 같은 경우는 자꾸 입 속을 만지니까 얼굴 화장도 지워지잖아.
오늘도 점심시간에 Impression을 몇 번뜨고 내 얼굴을 보니 완전히 얼굴에 치즈 케잌맞은 사람이 되버린 것 같더라고. 세수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수업 종이 치는 바람에 출석을 위해 일단 교실로 뛰어들어서,
여학생의 메이크업 세트에 달린 거울을 빌려 얼굴에 묻은 알지네이트를 닦고 있었다. 급기야 수업시간에 화장하는 남학생으로 오해를 받았다.;;
교수님께 걸린건 아니고, 동기들이 갑자기 뒤에서 웃더라고.
작년에 약리학 수업시간에 화장용 거울을 보다가 혼난 여학생도 있어서 나도 좀 뜨끔했지.
나는 얼굴에 뭘 그리는 게 아니라, 지우는 중이었다고. 물론 그것도 일종의 화장이겠지만.

어떻게 하면 얼굴에 알지네이트를 묻히지 않고도 인상을 잘 뜰 수 있을 까?
고객들은 얼굴에 뭔가 묻히면서 인상을 뜨는 의료인들을 보면 아마추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실은 좀 묻히더라도 확실하게 한 번에 마치는 게 더 나은 데.

@ facial mask라도 씌울까?

2009년 3월 14일 토요일

Impression

2주간 서로 인상 뜨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보는 데,
믹싱을 잘 할때까지 계속 노력해보는 것도 해야하지만,
서로의 모형을 관찰하면서 어떤 variation이 있는 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일단 악궁이 좁아서 제 2대구치가 기울어 있는 사람도 있고,
교합이 잘 안 맞거나, 악궁이 cast와 다른 사람들은 꽤 여러번 시도를 해야한다.
plier로 cast를 늘리기도 해야 하고 wax를 덕지덕지 붙여야 한다.

평소에 너무 치아를 세게 물어서 cusp이 닮은 사람도 있고,
치은증식 때문에 치아가 70%만 보이는 사람도 있다.

내 껀 교합은 잘 맞는 데, 떼운 곳이 많아서, 그곳은 좀 안 나왔더라고.
그리고 dens invaginatus(dens in dente)도 있는 것 같애.

건강검진 필수항목으로 지정해서 최소한 초1~고3 때까지 매년 impression을 뜰 수는 없나?;; 가격에 비해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데..
하지만 건강검진료가 1만원 정도 상승하는 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겠지? 아동 1,000만명이면 1,000억의 예산이 들어가니까.

2009년 3월 7일 토요일

술자리와 미디어

술자리는 일종의 매스미디어이다.
TV, 인터넷이 있기 이미 전에 술꾼(alcoholer, 술 마시는 사람, not alcoholic, drinker)들은 술집에 모여서 잡담을 했다.
술꾼들이 간 질환을 포함한 여러종류의 질환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화적으로 살아남은 이유는 정보를 빠르고 많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 중요한 것은 술이 아니라 그 장소에 모인다는 사실 자체이지.
카페도 마찬가지 이유로 번창했다고. 그 커피가 달건 쓰건 중요한 것은 대화.

이 매스미디어는 직접민주주의적이고 양방향성도 있고, 사람들을 서로 친하게 만들고 수다스럽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집단적인 문화에서 메시지가 사라진다는 점.
사람들은 대화에서 자신들의 관심사들에서 공통된 것(교집합)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 많이 모인 술자리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야 하고 결국 모든 구성원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술을 마신다는 사실 밖에는 남지 않게 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을 대화에서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술자리에서 미디어인 술에 대해서만 논할 수 있고, 어떠한 메시지도 실을 수가 없다.
결국 우리는 미디어 속에서 메시지를 상실하게 된다.

마셜 맥루한이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술꾼들도 미디어에서 메시지 밖에 남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결국 drinker는 alcholic이 된다.

그러니 미디어에 메시지를 싣기 위해서는 큰 술자리보다는 작은 술자리가 낫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절한 규모의 대화그룹을 형성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아는 정보를 반복하는 것은 친밀감 형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마치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휴대폰이 좋다는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는 집단처럼 되버리는 거지.

Wireless(무선)

과연 wireless(무선) 통신은 정확한 작명인가?
뭐 wire(유선)가 있는 통신이 아니니까 wireless(무선)가 맞기는 하지.
근데 문자 그대로 봤을 때, wireless communication에 꼭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왜 전자기파를 이용한 텔레파시를 가지지 못했을 지 생각해봤는 데, 인간도 일종의 wireless communication을 이미 하고 있다. Speech.
인간은 말을 할 수 있다. 음성을 주고 받을 때도 역시 선이 필요없다. Wireless.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wireless라고 부르지 않는다.

. Wireless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 : wire를 사용하지 않음, 전자기파, 물질파 뭐든 이용해도 wire만 쓰지 않으면 됨. 심지어 중력파를 이용해도 됨.
. Wireless의 실제 의미 : wire를 사용하지 않고, 전자기파를 이용함. 사실은 matterless(물질이 필요없음), mediumless(매질이 필요없음)라고 해야 더 정확함.

2009년 3월 6일 금요일

임상실습

이번 주는 OT만 하고 환자는 보지 못하고 끝났다.
OT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걸리적 거리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구경해라.'
마치 인류학자나 사회학자처럼 말이지.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지, 관찰하는 거지.
내가 너무 많이 개입하게 되면 그들은 행동이 바뀌게 되고 그럼 우리는 왜곡된 관찰을 하게 되고, 그들의 삶은 무너지는 거니까.

마치 수십년간 침팬지와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된 제인 구달 박사처럼 그렇게 천천히 스며들어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나도 먹고 살아야지.

바텐더

과연 술자리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할까? 어떤 모습이 이상적인가?
거의 지난 10년간 참 많은 고민을 했었다.
도망도 다니고, 무기력하게 앉아있기도 하고, 나의 무능함(낮은 알콜분해능력)을 널리 알리기도 하고.

최근에 찾은 모델은 바텐더 모델.
나는 말이지 술을 잘 못 마시는 데, 맥주병으로 숫가락으로 딸 줄 알고, 남에게 술도 따라줄 수 있더라고.
생각해봐. 바텐더는 남에게 술을 팔고, 술을 따라주는 사람이지, 자신이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니잖아.
한국인들은 자기 스스로의 잔에 술을 따르는 것은 처량하고 명예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누군가가 술을 따라줘야 하지.
근데 술을 따라주는 데, 같이 마셔주지 않으면 서운해 하거든. 그렇다고 바텐더가 술꾼(손님)들과 동일한 양만큼 항상 술을 마신다면 매일 남들의 수십배의 술을 마셔야 하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지.
과연 그 사람은 왜 술을 마시는 지 분석하고 말상대가 잘 되어주면 돼.

바텐더는 사실 정보가 많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나? 친구를 만드려고, 그리고 그 친구들과 맨 정신에는 교환하지 않는 많은 정보를 교환하지. 그래서 바텐더는 정보가 많아. 음. 정보를 모으고 다시 재분배하는 일.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랑 비슷하잖아.

@ 뭐 아직 인기있는 바텐더는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