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0일 토요일

냉장고 vs 전자렌지

가전제품 중에 냉장고랑 전자렌지는 한가지 면에서 극단적으로 다르다. 바로 utilization.
냉장고는 24시간 멈추지 않으니 utilization이 100%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전자렌지는 하루에 30분 이내로 사용된다. 그러니 2%도 안되네.

그럼 우리는 냉장고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전자렌지는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옆집이랑 같이 써도 되는 거네. 20여 가구가 모여서 같이 써도 되지 않을까? 근데 전자렌지는 사람들이 쓰고 싶어하는 때가 식사 시간 근처이고 위생상 문제로 같이 잘 안 쓴다. 편의점에서는 다들 공용으로 쓰긴하지. 그리고 서양사람들은 세탁기도 그런 식으로 여러 가구가 같이 쓰기도 하고.

전자렌지가 2%만 가동되는 게 너무 맘에 안드는 데, 수돗물이라도 떠다가 끓여서 utilization을 100%로 끌어 올려야 될까? 아주 바보 같은 짓이다. 뜨거운 물을 계속 만들어 봤자 쓸데도 없고, 전기세도 엄청 나온다.
그러니까 그냥 전자렌지는 지금처럼 2%만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조직이 사람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근무시간에 일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일을 줄 필요는 없다. 일이 없을 때는 쉬게 하거나 퇴근시키면 된다. 괜히 쓸데 없는 일을 만들어서 시키면 전기세, 난방비만 더 나간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을 최대화하는 거지, utilization을 최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익이랑 utilization이 일치할 때도 있지만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왜냐면 utilization은 benefit일 수도 있지만 cost일때도 있거든.

@ 'The goal'이라는 책을 참조하셈.

결혼식, 장례식

서양 영화를 보면 결혼식, 장례식이 많이 나온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결혼, 죽음 같은 건 중요한 이벤트니까.
근데 서양방식의 그런 경조사문화가 몇 가지 점에서 더 맘에 들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로 만들어진 것들은 항상 이상적이고 호화로운 면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주변사람들이 주인공에 대해 느낀점을 글로 써서 발표한다는 점이다.
결혼식 피로연 때 신랑-신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들러리, 베스트맨)이 신랑-신부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사랑하게 됐고 뭐 그런 이야기들을 구구절절히 이야기하잖아. 그리고 장례식장에서도 고인이 어떻게 살았는 지, 어떤 면이 훌륭했는 지 이야기도 하고 말이지. 뭔가 진정한 공감이 있는 것 같잖아.
(뭐 서양이라도 돈 없는 사람들은 그냥 촛불 하나 켜고 결혼식, 장례식이라고 하겠지만. 라스베가스식으로 술먹고 대충 결혼하던가. 사실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글 지어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고 영화에도 나오더라만.)

우리나라는 왠지 하객의 숫자, 조문객의 숫자, 부조금의 액수, 통곡의 크기 같은 걸로 단순하게 정량적으로 그 이벤트의 성패를 가늠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신랑을 잡아다가 발바닥을 때리고 술을 먹이고, 상주는 죄인 취급 받으면서 잠도 못자게 하고 고통스러운 복장을 하는 것도 고행이 종교적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온 것 같다. 행복한 날 신랑은 축복을 받아야 되고, 상주는 위로를 받아야 되는 데, 왜 괴롭히는 거지? 부처가 오래 굶기 세계기록을 갱신해서 부처가 된게 아니라는 거지. 오체투지를 하고, 등에 갈고리를 꼽는 어떤 불교 신도나 자신의 몸을 채찍질하는 어떤 기독교 신도만큼이나 이해할 수가 없다.(다빈치 코드에 나오잖아 그 주인공 쫓는 무서운 사람.)
어떤 사람이 죽은 게, 왜 그 사람의 큰 아들의 잘못인거지? 효도의 개념을 지나치게 왜곡되게 해석한 것 같다. 그런 논리라면 환자가 죽으면 담당의사도 고문당하다가 죽어야 되나?

경사면 행복해야 되고, 조사면 슬퍼야 되는 데, 왜 그냥 모두 피곤하기만 한걸까? 그래서 경조사가기 참 싫다. 한국에서는 뭘해도 그냥 피곤하기만 하다.

인터페이스(interface)

숫가락, 포크, 젓가락, 종이, 연필, 키보드, 모니터, 마우스, 자전거 페달, 자동차 핸들 같은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기 위해 나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이제 치대 왔으니까. 익스플로러, 드릴(핸드피스?), 석션 같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만나게 될텐데 과연 적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3차원 인터페이스들이라서 지금까지 손에 쥐고 눈으로 봤던 것들보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전산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2차원이거든.

아마도 젓가락질이랑 비슷한 난이도가 아닐까? 익히는 데 정말 오래걸렸어.

@ '무한상상 인터페이스'라는 책이랑, 인류학에서 인간이 손을 가지게 된 잇점, 미디어 미학시간에 '미디어는 마사지다.'라는 말도 생각나고. 그치?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Rich Site Summary)

내가 다니던 회사는 회의를 아주 많이 했다. 말단 사원도 하루에 회의가 한 개씩은 있고 팀장급만 되도 하루 종일 회의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세미나도 매우 한, 두개씩 하고 스터디도 하고, 1년에 2번씩은 교외에 있는 리조트나 강당에 엔지니어들이 전부 모여서 세미나를 했다.
일하면서 자기개발도 하는 직장 얼마나 멋진가? 거기서 얼마나 배웠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뉴스 클리핑도 읽고, 블로그도 떠돌면서 RSS라는 걸 어디서 줏어들었다.

엔지니어들 전부 모인 세미나에서 결국 연구소 소장님이 내게 RSS에 대해 발표를 시켰다. 뭐라도 미리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세미나 도중에 갑자기 내 이름 부르시더니 마이크를 넘기셨다. 이건 뭐 어리버리한 나한테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시키셔서 복잡한 것도 아니고 30초 만에 설명이 끝났다. 그 후로 5분간 들어온 질문들은 하나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RSS는 $!#@$@!#랑 비슷한건가요?"
"글쎄요. 제가 $!#@$@!#는 잘 모르겠네요."

"Push 방식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요즘 내가 사용하는 학습방법들과 습관들은 대부분 그 회사에서 배우거나 거기서 얻은 경험 때문인 것 같다. 그 뒤로 한동안 유명한 블로그나 친구들 블로그의 RSS를 열심히 등록해서 구독했는 데, 요즘은 귀찮아서 그냥 글을 안 읽는 것 같다. 그냥 나만의 세상에서 혼자 논다.

PDA

한 때는 나도 PDA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은 회사에서 팀장들의 스케쥴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게 하기위해 나눠준건데, 우리 팀장님은 별로 필요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이미 하나 가지고 있어서 인지 막내인 내게 그 물건의 관리를 맡겼다.
우리 회사는 outlook으로 스케쥴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active sync로 sync해서 사용하면 괜찮을 물건 같기도 했다. (Lotus notes를 쓰는 회사들도 많더라고)
하지만 그게 소유권이 사실은 애매하다는 거. 내가 관리는 하지만 감히 내 물건이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마치 종자는 말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말을 타서는 안되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하루정도 가지고 놀다가 그냥 게임을 깔았다. 결국 그 물건은 우리 팀의 오락게임기가 됐고 내 자리는 오락실이 된거지.;;
게임이 잘 안되면 사람들은 내게 와서 따졌다.
"왜 관리가 안되는 거야 이거?"
오락실 관리인이 되버렸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가진 PMP도 그 PDA가 할 수 있는 기능을 거의 가지고 있는 데, 역시 쓸모는 없다.;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흰 티셔츠

집에 흰 티셔츠가 가득하다. 15벌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안 입고 그대로 보관중인 5벌까지 합쳐서)

왜 이렇게 많아졌지? 몇 년 전부터 중국산 의류가 쏟아져들어오면서 전세계적으로 옷, 신발 같은 공산품 값이 떨어졌거든. 나도 집에서 잠옷, 작업복으로 입으려고 3벌짜리 패키지로 몇 개 샀더니 결국 이렇게 된거야.

서울에 놀러가거나, 어디 놀러가서 잠옷을 깜박 안 가져왔을 때마다 3벌씩 샀더니 이렇게 됐다. 서울-대전-광주에 두 집, 세 집 살림을 할때도 여기저기 비치해 둿거든.

덕분에 앞 치마는 사놓고 한 번도 안 입고 장식품이 되버렸다. 그냥 흰 티셔츠입고 요리하다가 음식 냄새가 베거나 양념이 튀면 갈아입으면 되니까.

흰색 옷만 자주 입다보니 중국영화에 나오는 무술인이나 공산당 혹은 동네 서민이 된 기분이 든다. 빨래할때도 흰색 옷이 가득 널려있는 게, 이연결의 소림사나 화산파(화산파는 흰색이 아니던가? 무당파인가? 아무튼 어느 도장) 처럼 다들 같은 색의 도복을 입고 빨래를 할때도 같은 색과 같은 디자인의 옷이 가득한 곳 같다.

흰색 옷만 입는 앙드레김 아저씨 같기도 하고, 의상이 한 벌 밖에 없는 영화 주인공 같기도 하다. 월리를 찾아서, 빠삐용, 어니스트, 호머 심슨, married with children 등..
옷에 뭐가 묻어서 옷을 갈아입으러 옷장을 열었는 데, 똑같은 옷 세트가 10벌씩 걸려있는 코믹 영화나 만화 같잖아.

@ 그래서 밖에 나갈때는 흰색 옷 안 입는다.

실험/실습

과학고랑 KAIST를 나오면 호그 와트 마법학교처럼 이것저것 신기한 것을 많이 할 줄 알았다. 뭐 남들보다 검색엔진도 잘 쓰고, 세상 기계들이 어떻게 동작하는 지 잘 아는 편이기는 하지만 마법사처럼 멋지거나 내 자신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실험이나 프로젝트 과목이 다른 학교보다 많긴 했다. 내가 그 과목들이 머리아파서 도망다니기도 했었고, 어떤 과목들은 이론도 모르는 데 실습을 시켜서 엉망으로 몇 시간 하다가 보고서 베껴서 내기도 했고 말이다.
(공대보다 공고를 나와야 이런건 훨씬 잘 한다고.)

치대에서도 이제 실습과목이 점점 늘어날텐데, 어떻게 해야될까 하는 고민이 든다. 부정적으로 보면 맨날 자정까지 남아서 손 마를 틈 없이 반죽을 덕지덕지 바르거나 부서진 모형을 보면서 한숨 쉴 것 같고, 긍정적으로보면 이루지 못한 과학자의 꿈(하얀 가운입고 돌아다니고, 파란 연기나는 비커를 흔들어본다든지, 이런 저런걸 만들어 본다든지 하는 것)은 좀 더 이루게 될 것 같다.

졸업하고 나면 마리오네트 같은 조작 인형을 만든다든지, 과학상자를 조립한다든지, 건프라를 만든다든지, DIY 가구를 만든다는 지 하는 것들이 더 익숙한 일이 될까?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책들

부모님 집에 쌓아놨던 내 책을 가져왔다. 차도 없어서 어떻게 운반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 데, 서울에서 오신 큰 이모를 보러, 외가집과 부모님 집을 왔다갔다 하는 틈에 내 책도 끼어서 오게 됐다.
친구가 내 생일에 우리집을 와서 내 책장을 보더니, 이거 DP(display, 장식)용으로 채워놓은 거지? 라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그렇다. 책은 원래 장식용이지.

책을 이리저리 끼워넣고 보니 뭔가 마음이 뿌듯하다. 화학시간에 나오는 르샤틀리에의 평형이동의 원리에 따라 책이 늘었으므로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방 안에 존재하는 읽은 책/안 읽은 책 ratio를 평형상수(K)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동안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과거의 나(자아)를 다시 발견한 느낌이다.
뭔가 도망치듯 서울-대전-서울-대전으로 바삐 이사 다니면서 전공책은 거의 다 팔아버렸는 데, 아직 교양책은 조금 남겨 두었다. 다 읽었다고 생각해서 판 것도 있고, 앞으로 보지 않을 것 같아서 판 것도 있고,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팔거나 버린 것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남은 것도 많네.

몇 가지 나열해 보면

. 우리별자리 - 성도(별지도)
. 재미있는 별자리여행
  . 그래도 별 동아리인데 이런 거 몇 권 없을 수 없지.
. 코스모스 - 칼세이건
  . 사놓고 아직 읽지는 않았다. 요즘 같은 때 읽기 제일 좋은 것이었군.

.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시장, 매드머니
. 집 없어도 땅은 사라

. Technology ventures
. Thw world is flat

. 미국 유학 이민교육 필독서
. 미국 유학 파일

. 아시모프의 바이블, 구약, 신약

. Tom clancy의 소설 몇 권 - Rainbow six, The sum of all fears
. Starwars
. The client, 존 그리샴
. Phantom of the opera
. 마이클 무어, stupid white men

뭐 이정도만 봐도 내 취미, 성향이 어떤 건지 다 나와버리네.
사실 다 읽은 건 몇 권 없지만, 이런 걸 좋아한다는 거잖아.
웃기는 얘기지만 사람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 지 잘 모른다. 심지어 알았다가도 까먹기도 한다. 하버드 로스쿨 입학 때 교수가 그런다잖아. 엄청나게 바쁘게 인생을 살게될테니, 졸업할때쯤 되면 당신이 입학했을 때 뭘 좋아했었는 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꺼라고.
나도 까먹었다가 오늘 다시 기억을 되살리게 됐다.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에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친구에게 내 생각을 복잡하게 알려주려면 참 목이 아픈데, 책 한 권을 강제로 빌려주거나 던져줘서 읽게 만들면 그게 더 효과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쉽게 알게할 수도 있다.

2008년 8월 16일 토요일

선불식(충전식) 교통카드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이 시간 드는 짓 중 하나가 선불식(충전식) 교통카드인 것 같다.

대전에서 살때는 버스를 안 탔고, 서울에서는 후불식 신용카드를 썼기 때문에 몰랐다. 버스표를 직접 사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요즘 제일 골치 아픈 건, 우리집 근처에는 교통카드를 충전해주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버스 정류장은 바로 앞에 여러개 있는 데, 충전을 하려면 왕복 30분씩 걸어갔다가 와야 한다.
뭐 그럴바에는 50원 손해보고 1,000원짜리 지폐를 써도 되는 데, 1,000원짜리도 생각보다 잘 안 생긴다. 인플레이션 덕분에 1,000원짜리도 그리 큰 돈이 아니게 되버렸다. 버스에서 기왕 받아줄꺼 10,000원짜리 지폐도 받아주면 좋으련만 멍청한 기계는 1,000원짜리만 받는다. 그럼 어디 정류장 근처에 소액지폐 교환기라도 하나 설치해 두던지 할 것이지 시청이나 구청은 뭐하는 걸까?

광주도 후불식 교통카드가 결제되나 궁금했는 데, 친구 말로 된다고 한다.
그럼 내 실험정신이 부족했던 것이 되네. (나는 서울에서 되는 후불식 교통카드가 이미 있으니까.)
자기꺼는 서울, 대전, 광주 공통으로 다 된다고 하는 데, 내껀 잘 모르겠다.
신문에서 보기로는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 각 지역마다 교통카드가 달라서 앞으로 전국 공통으로 단말기를 개발하기로 했는 데, 광주가 첫번째 시범도시가 될꺼라는 말은 있었다.

이 놈의 선불식카드 때문에 곤혹을 몇 번 치뤘다.
한 번은 버스를 탔는 데, 잔돈이 850원 밖에 없었고, 다음 번은 선불식카드 판매소를 간만에 찾아서 지갑에 있는 2만원 모두를 충전하는 데 써버렸다. 1만원만 충전하면 5일만에 또 와야 하므로 2만원 어치를 한 건데, 그 날은 유난히 버스가 안왔다. 버스 도착 예정 시스템에 남은 시간이 나오지 않았다. 차고지에서 버스가 떠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결국 택시를 탔는 데, 돈이 없었다. 집 앞에 다와서 그걸 깨닫고 그 택시를 계속 타고 가까운 ATM까지 가서는 1,000원의 수수료를 내고 돈을 찾아서 겨우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줄 수 있었다. 쪽팔림과 금전적 손해와 시간.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한거야 인생..

@ 돈 많고 공부 잘해서 서울 살았으면 인생 얼마나 단순했겠어. 페리스 힐튼의 'simple life'가 생각나네.

2008년 8월 12일 화요일

나의 올림픽 감상법

집에 TV가 없어서 자주 보고 있진 못하고, 친구집 놀러가서 개막식 성화점화식이랑 수영 400m 결승에서 박태환씨가 우승한 것만 봤다.

개막식은 참 사람 많이 나와서 마스게임하는 게 전통적인 거지만 공산주의 국가라서 그런지 잘 하더라고.
체조 영웅 아저씨가 와이어 액션으로 하늘에 떠올라 스크린을 막차는 시늉을 하면서 운동장 하나를 도는 것도 역시 중국스럽고 재밌잖아. 홍콩 영화의 대표 기술은 와이어 액션을 쓰고 그 간지나는 발차기. 뚱뚱한 몸매도 코믹한 무협배우가 연상된다. SF 영웅도 역시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미국에서 그런 장면을 기획했다면 슈퍼맨처럼 그냥 팔만 쭉 뻗어서 날거나 스파이더맨처럼 줄을 타고 날았을 텐데, 중국이니까 공중에서도 발을 차야 앞으로 나간다는 air walk 기술을 쓰고 있는 거지. 중국인들은 빨리 달리면 날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나보다. 날아가는 것에 대한 패러다임이 다르다.

중간중간에 어떤 종목이 시작 되기 전에 하는 광고도 재밌다. 쿵푸팬더의 팬더가 그 종목을 우스꽝스럽게 한 번 선보이는 모습이 꼭 끼어 있다.

수영도 재미있게 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연 우리나라 사람이 금메달을 따게 될까 하는 걸 가슴 졸이며 본다. 근데 나는 가슴 졸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기술적인 면이나 미학적인 면을 더 보는 편이다.
나도 수영 배워봤으니까 저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잘 하는 지 더 신기하게 보게 된다. 군살 없이 멋진 근육을 다들 가지고 있고, 팔 돌리기, 허리 꺽기하는 걸 보면 정말 유연하다. 고무 인형 같다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앵글을 멋지게 잡기 위해 예선 기록 순으로 선수들을 가운데에 배치하는 것도 극적인 효과를 더 하고 있다.

예전에는 올림픽 때도 참 광고를 많이 했는 데, 이번 올림픽은 다른 올림픽보다 기업광고가 좀 적다고 한다. 라디오에서 들어보니 중국이 기업광고 수익보다 국가 이미지 개선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마케팅의 무덤이라고 부른다나. 그래서 수영 볼때 기록재는 시계 표시에 시스템을 만든 회사가 표시 안된 걸까? 예전에 보면 IBM, Swatch 같은 식으로 항상 표시됐었거든.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Swatch#Official_Sport_Sponsor_.26_Timekeeper

아, 양궁도 봤었군.
그렇게 비가 철철오고 바람이 부는 데도 그냥 경기를 하네. 신기했다. 보통 야구 같은 경기는 비가 너무 오면 안하고, 육상도 바람이 너무 불면 공식기록으로 인정이 잘 안되는 것 같던데. 양궁은 그런거 상관 안하나보다.
비, 바람이 몰아치니 우리나라가 잘하는 종목이라서 점수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 같다.

메달 레이스는 별로 안 좋아한다. 그거 금,은,동 가리지 말고 갯수라 하자는 사람도 있고, 금은 3점, 은은 2점, 동은 1점으로 점수를 줘서 더하자는 말도 있는 데, 그것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수영 같은 종목은 너무 메달이 많다는 지적도 있거든. 개별 종목이 각자 별개인데 덧셈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운동 잘한다고 선진국 되는 것도 아니거든. 그리고 우승 못해도 기술이 멋지면 CF 찍어서 돈 벌면 되잖아. 스포츠에서 승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재미없으면 결국 팬이 줄어들게 된다.

비인기 종목 논쟁도 사실 해답이 쉽지는 않은 데, 모든 비인기 종목을 다 키워야 될까? 사람들이 재미없어서 평소에 안하고 안 본다는 데.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야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지만, 노력해도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지. 국가가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잖아. 그 종목이 그렇게 좋으면 사람들끼리 돈 모아서 팬클럽 만들고 국회에 로비를 하든, 사기업의 지원을 받든 해야 겠지.

올림픽 때마다 항상 문제되는 공중파 시청권 제한도 내게는 더 이상 해당사항없는 것 같다. 하루 종일 모든 채널에서 올림픽만 해서 심심했었는 데, 요즘은 다른 걸 더 많이 보니까. 서민이라서 공중파 밖에 못 본다는 건 이제는 사실이 아니거든, 공중파가 지겨우면 1주일치 만화책이나 비디오를 빌려다가 쌓아놓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서민들도 이제는 TV만 봐야 할만큼 가난하지 않거든. TV는 기술적으로 다양한 need를 만족시킬 수 없다.

HDTV USB 수신카드를 하나 살까? 가끔 보고 싶은 경기가 있긴 한데, 인터넷은 화질이 너무 나쁘다.

올림픽때는 정치권이나 방송사 모두 속편할 것 같다. 방송사는 기사거리를 쉽게 모을 수 있고, 정치권도 세상이 관심이 자신들을 떠나 있으니까.

2008년 8월 10일 일요일

연봉협상

내가 고용주가 되서 연봉협상을 한다고 치자.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는 고용주니까 연봉을 깍아내리고, 상대편은 열심히 올려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대립적이고 zero-sum의 관계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해서 근로자의 의욕을 높힐 수도 있고, +/-의 1차원적 줄다리기가 아닌 것을 시도할 수 있어야한다.
업무시간을 늘리거나 줄일수도 있고, 좌석배치를 바꿔주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연봉이 아닌 복지와 비금전적 권리와 의무에 관한 조성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가수의 음반을 사주고, 영화를 돈 내고 봐줘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삼는 것은 그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작품에 가치를 지불한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의 작품에 투자를 한 셈이다.
연봉협상도 투자다. 같은 사람도 1만원주면 1만원짜리 직원밖에 못되지만 1억을 주면 1억짜리 인재가 될 수도 있다. 투자 가치가 높은 상품은 그에 맞는 수량을 구매해야 한다. 돈을 어느정도 적당히 줘야, 나를 위해 일할 때 필요한 도구들(좋은 옷, 차, 많은 연장들, 자기개발을 위한 책)도 사지 않겠나.

기업이 휴가를 주는 이유도 단순히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어서 고소, 고발을 피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휴가 이후에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지금 당장 휴가지로 쫓아야 한다.

연봉협상에는 많은 방식이 존재하게 된다. 과거의 성과를 보상할 것인가, 미래의 잠재력을 볼 것인가. 과거의 성과만 보상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인재를 발굴 할 수 없다. 과거의 성과를 보상해주지 않으면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의 사기와 충성심도 떨어진다. 미래의 잠재력은 항상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공무원은 왜 의욕이 떨어지는 가? 의욕에 따른 보상이 없다.
과학자는 왜 금전적 성과가 없어도 월급을 받는가? 과학자는 과거의 성과로 먹고 사는 세일즈맨이 아니다. 미래의 잠재력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모임의 역학

항상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행복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은 숫자의 오해에 불과하다. GDP가 높은 게 행복이라고 보는 자본주의만큼이나 모순적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매우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어서 너무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모이면 그들끼리 어색함이 더 늘어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챙겨지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 광장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는 사람이 생긴다.
너무 큰 조직은 동질성을 위해 창의성과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표면적이 부족한 세포는 분열해야 하는 것처럼 너무 큰 모임도 나눠져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당구장 모양의 원자(atom)가 아니다. 친한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할 수 없는 말도 있다. A와 B에게는 할 수 있는 말인데 C가 나타나면 할 수 없어지고, B,D가 모두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말도 있다.

생각의 다양성과 재미는 다양한 사이즈와 방식으로 사람을 재분배시키는 것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항상 최대 숫자만 모이는 모임은 교장선생님의 지루한 애국조회가 될 수 있다.

@ 그래서 UN 상임이사국, NATO, G7 등 다양하고 일부 중복된 모임들이 존재하고, 외교관계 속에서 수많은 공식적, 비공식적 채널들이 존재하는 거다. 그런데 궁금한게 조지 부시는 왜 한국을 NATO에 넣으려고 했을 까? NATO는 소련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려고 만든거던데, 물론 우리도 소련과 이웃 국가라고 볼 수 있지만.. 유럽이 아니잖아.

2008년 8월 8일 금요일

궁상맞다.

내 인생은 좀 궁상맞다.
그럴 때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남에게 조언을 해주면 된다. 남에게 배나라 감나라 하고 있으면 내 궁상맞은 게 사라지더라고.
내 인생의 문제가 해결 할때는 자꾸 상자 속에서 고민하기보다는 남의 인생은 어떤가 들여다보면 내 인생의 해법도 나오더라고.

나의 이상형

형님들과 술을 마실기회가 생겼다. 생일도 2개나 있었고, 과에 또 한 커플이 탄생했으니까. 원래도 그런데, 특히 한 커플이 더 생겼으니 화제는 연애.

"과연 네 이상형은 누구냐?"
그런 날 나이 적은 솔로가 받을 수 있는 아주 당연한 질문인 것 같다.
형님들이 아주 신이 나서 코너에서 계속 질문을 받게 됐다.
떠오르지가 않더라고.

나는 무슨 화두가 던져지면 그 당시에 하는 대답은 좀 어리버리하고, 그 뒤로 30분이나 이틀 뒤에 생각나는 답이 훨씬 맘에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봤는 데, 내 이상형은 나랑 말을 잘 통해서 날마다 날마다 대화하고 싶은 여자. 그러니까 결국은 같이 살아야지.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의 왕비 말이지. 광기어린 왕이 다른 전부인들처럼 그녀도 죽이려고 했는 데, 너무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내일도 들어야 되고, 그 다음도 또 들어야 되고 그렇게 1,000일(3년)이나 듣다가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같이 잘 살았다잖아. (그런데 나는 왕이 아니군..)

그러니까 눈빛만 보고도 반하고, 뭘 생각하는 지 알고 그런 사랑이 아니게 되는 거지.
물론 그렇게 되면 좋지만, 그렇다고 말을 안하는 게 아니고 그 다음 내용, 다음 주제로 이야기가 계속 되는 거지. 그건 이미 다 아니까 생략하고 further.

그래서 어디 작가랑만 살아야 된다는 소리냐면 그건 아닌 것 같고.

2008/5/25 시골의사 아주대 강좌

http://ddantara.egloos.com/646232

주식 용어 잘 설명하는 걸, 어디서 보고 주식 잘 하는 아저씨인가보다 하고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는 데, 주식이야기는 없고, 대신 어떤 삶을 살아야 될까하는 걸 이야기 해주고 있다.

10년마다 온다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통찰력을 기르고, 모르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으며 살라는 것이 괜찮은 이야기 같다.
그리고 통찰력을 위해서 예술이나 인문, 철학, 사회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

피터드러커의 전문성에만 집중하라는 것에 대한 비판, GE라는 기업의 변화의 방향, 포스코의 탄소배출권 판매 및 대체에너지 사업진출도 좋은 이야기거리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정보를 뒤쳐지지 않고 모을 수 있어야 할텐데.

서울에 사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 같은 좋은 조직(정보를 모아 주는)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KAIST 같은 교육기관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강좌를 동영상으로 밖에 접할 수가 없다.
집에 앉아서 열심히 좋은 동영상 강좌를 찾아 듣는 데, 어디 좋은 거 없나?

2008년 8월 6일 수요일

Question

나는 뭐 이렇게 궁금한게 많은 지 모르겠는 데,
남이 일하고 있으면 꼭 메신저에서 뭘 하는 지 자꾸 물어본다.

근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거 대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가 하는 일이 맘에 안 들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인지, 하는 일이 언어적으로 정리가 안되는 것인지, 문화적으로 그런걸 자꾸 물어보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인지, 내게 가르쳐 주기 싫은 건지는 모르겠다.
(아.. 영업기밀일 수도 있구나.)

왜 남하는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가?
사실 내가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뭐 재미있는 거 하고 있으면 나도 해보고 싶어서. 남 따라하는 게 얼마나 재밌다고.
아니면 그 사람이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써먹을 수 있을 까 해서. 뭐 공짜로 부려먹겠다는 건 아니고, 돈 주고 고용할 수도 있고, 내가 고객이 될수도 있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나랑 대화하는 걸 대학/취업 심층면접 같다고 말한다.


2008년 8월 5일 화요일

파마

미장원 아줌마의 꾐에 넘어가 파마를 하게 됐다.
그냥 컷만 하고 싶었는 데, 머리가 충분히 길어서 파마해도 되겠단다.
거금 4만원. (친구가 옆 가게는 3만원이라고 나중에 알려줬다. 흑.)

한 40분 걸렸나. 일단 환원제 한 번 바르고, 머리 말고 20분간 적외선 쬔다음에 10분 쉬었다가 다시 산화제 바르기.
환원제는 끈적거려서 흘러내리지 않았는 데, 산화제는 차갑고 막 흘러내려서 깜짝 놀랐다.
기다리는 동안 안경은 낄 수 없어서 잡지는 냅두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역시 파마하는 동안은 다들 그런거 하는 구나..

미장원 아줌마와 잠시 수다를 더 떨고 드디어 완성.
미장원 아줌마는 야매 치과에 관심이 많으셨다. 과연 가짜 의사들은 어디서 공구를 사고 기술을 배우는 걸까? 나야 진짜 학교를 다니니 모르지;;

왁스도 매일 발라주면 좋다고는 하는 데 과연 귀찮아서..
보통 처음하면 파마를 살짝 한다고 하던데, 과감하게 왕창 말아서.
역시 아줌마식 계산법에 따르면 파마는 많이 꼬불거려야 본전을 뽑는 거다.

미장원 아줌마는 내일 아침부터 머리 감아도 된다고 했는 데, 친구 용군과 네이버 지식인은 내일은 절대 감으면 안된다고 했다.
뭐 그럼 오전 과외 때는 그냥 안 감고 가야지.;;

20대에 안해보면 시간 없을 것 같아서 한번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