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0일 토요일

결혼식, 장례식

서양 영화를 보면 결혼식, 장례식이 많이 나온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결혼, 죽음 같은 건 중요한 이벤트니까.
근데 서양방식의 그런 경조사문화가 몇 가지 점에서 더 맘에 들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로 만들어진 것들은 항상 이상적이고 호화로운 면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주변사람들이 주인공에 대해 느낀점을 글로 써서 발표한다는 점이다.
결혼식 피로연 때 신랑-신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들러리, 베스트맨)이 신랑-신부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사랑하게 됐고 뭐 그런 이야기들을 구구절절히 이야기하잖아. 그리고 장례식장에서도 고인이 어떻게 살았는 지, 어떤 면이 훌륭했는 지 이야기도 하고 말이지. 뭔가 진정한 공감이 있는 것 같잖아.
(뭐 서양이라도 돈 없는 사람들은 그냥 촛불 하나 켜고 결혼식, 장례식이라고 하겠지만. 라스베가스식으로 술먹고 대충 결혼하던가. 사실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글 지어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고 영화에도 나오더라만.)

우리나라는 왠지 하객의 숫자, 조문객의 숫자, 부조금의 액수, 통곡의 크기 같은 걸로 단순하게 정량적으로 그 이벤트의 성패를 가늠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신랑을 잡아다가 발바닥을 때리고 술을 먹이고, 상주는 죄인 취급 받으면서 잠도 못자게 하고 고통스러운 복장을 하는 것도 고행이 종교적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온 것 같다. 행복한 날 신랑은 축복을 받아야 되고, 상주는 위로를 받아야 되는 데, 왜 괴롭히는 거지? 부처가 오래 굶기 세계기록을 갱신해서 부처가 된게 아니라는 거지. 오체투지를 하고, 등에 갈고리를 꼽는 어떤 불교 신도나 자신의 몸을 채찍질하는 어떤 기독교 신도만큼이나 이해할 수가 없다.(다빈치 코드에 나오잖아 그 주인공 쫓는 무서운 사람.)
어떤 사람이 죽은 게, 왜 그 사람의 큰 아들의 잘못인거지? 효도의 개념을 지나치게 왜곡되게 해석한 것 같다. 그런 논리라면 환자가 죽으면 담당의사도 고문당하다가 죽어야 되나?

경사면 행복해야 되고, 조사면 슬퍼야 되는 데, 왜 그냥 모두 피곤하기만 한걸까? 그래서 경조사가기 참 싫다. 한국에서는 뭘해도 그냥 피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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