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2일 화요일

나의 올림픽 감상법

집에 TV가 없어서 자주 보고 있진 못하고, 친구집 놀러가서 개막식 성화점화식이랑 수영 400m 결승에서 박태환씨가 우승한 것만 봤다.

개막식은 참 사람 많이 나와서 마스게임하는 게 전통적인 거지만 공산주의 국가라서 그런지 잘 하더라고.
체조 영웅 아저씨가 와이어 액션으로 하늘에 떠올라 스크린을 막차는 시늉을 하면서 운동장 하나를 도는 것도 역시 중국스럽고 재밌잖아. 홍콩 영화의 대표 기술은 와이어 액션을 쓰고 그 간지나는 발차기. 뚱뚱한 몸매도 코믹한 무협배우가 연상된다. SF 영웅도 역시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미국에서 그런 장면을 기획했다면 슈퍼맨처럼 그냥 팔만 쭉 뻗어서 날거나 스파이더맨처럼 줄을 타고 날았을 텐데, 중국이니까 공중에서도 발을 차야 앞으로 나간다는 air walk 기술을 쓰고 있는 거지. 중국인들은 빨리 달리면 날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나보다. 날아가는 것에 대한 패러다임이 다르다.

중간중간에 어떤 종목이 시작 되기 전에 하는 광고도 재밌다. 쿵푸팬더의 팬더가 그 종목을 우스꽝스럽게 한 번 선보이는 모습이 꼭 끼어 있다.

수영도 재미있게 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연 우리나라 사람이 금메달을 따게 될까 하는 걸 가슴 졸이며 본다. 근데 나는 가슴 졸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기술적인 면이나 미학적인 면을 더 보는 편이다.
나도 수영 배워봤으니까 저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잘 하는 지 더 신기하게 보게 된다. 군살 없이 멋진 근육을 다들 가지고 있고, 팔 돌리기, 허리 꺽기하는 걸 보면 정말 유연하다. 고무 인형 같다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앵글을 멋지게 잡기 위해 예선 기록 순으로 선수들을 가운데에 배치하는 것도 극적인 효과를 더 하고 있다.

예전에는 올림픽 때도 참 광고를 많이 했는 데, 이번 올림픽은 다른 올림픽보다 기업광고가 좀 적다고 한다. 라디오에서 들어보니 중국이 기업광고 수익보다 국가 이미지 개선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마케팅의 무덤이라고 부른다나. 그래서 수영 볼때 기록재는 시계 표시에 시스템을 만든 회사가 표시 안된 걸까? 예전에 보면 IBM, Swatch 같은 식으로 항상 표시됐었거든.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Swatch#Official_Sport_Sponsor_.26_Timekeeper

아, 양궁도 봤었군.
그렇게 비가 철철오고 바람이 부는 데도 그냥 경기를 하네. 신기했다. 보통 야구 같은 경기는 비가 너무 오면 안하고, 육상도 바람이 너무 불면 공식기록으로 인정이 잘 안되는 것 같던데. 양궁은 그런거 상관 안하나보다.
비, 바람이 몰아치니 우리나라가 잘하는 종목이라서 점수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 같다.

메달 레이스는 별로 안 좋아한다. 그거 금,은,동 가리지 말고 갯수라 하자는 사람도 있고, 금은 3점, 은은 2점, 동은 1점으로 점수를 줘서 더하자는 말도 있는 데, 그것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수영 같은 종목은 너무 메달이 많다는 지적도 있거든. 개별 종목이 각자 별개인데 덧셈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운동 잘한다고 선진국 되는 것도 아니거든. 그리고 우승 못해도 기술이 멋지면 CF 찍어서 돈 벌면 되잖아. 스포츠에서 승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재미없으면 결국 팬이 줄어들게 된다.

비인기 종목 논쟁도 사실 해답이 쉽지는 않은 데, 모든 비인기 종목을 다 키워야 될까? 사람들이 재미없어서 평소에 안하고 안 본다는 데.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야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지만, 노력해도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지. 국가가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잖아. 그 종목이 그렇게 좋으면 사람들끼리 돈 모아서 팬클럽 만들고 국회에 로비를 하든, 사기업의 지원을 받든 해야 겠지.

올림픽 때마다 항상 문제되는 공중파 시청권 제한도 내게는 더 이상 해당사항없는 것 같다. 하루 종일 모든 채널에서 올림픽만 해서 심심했었는 데, 요즘은 다른 걸 더 많이 보니까. 서민이라서 공중파 밖에 못 본다는 건 이제는 사실이 아니거든, 공중파가 지겨우면 1주일치 만화책이나 비디오를 빌려다가 쌓아놓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서민들도 이제는 TV만 봐야 할만큼 가난하지 않거든. TV는 기술적으로 다양한 need를 만족시킬 수 없다.

HDTV USB 수신카드를 하나 살까? 가끔 보고 싶은 경기가 있긴 한데, 인터넷은 화질이 너무 나쁘다.

올림픽때는 정치권이나 방송사 모두 속편할 것 같다. 방송사는 기사거리를 쉽게 모을 수 있고, 정치권도 세상이 관심이 자신들을 떠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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