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6일 금요일

컨택트렌즈

안경 쓴지 17년만에 처음으로 렌즈로 바꿨다. aesthetic한 면은 원래 신경쓰는 인생이 아니라서 그냥 안경 쓰고 다녔는 데, 주변에서 평생 그런 걸로 말이 많아서 말이지.
"안경이 에러다"
"범생이 같은 외모"
"라식해라."
영화 캘럭시 퀘스트에서 "울 엄마의 이름을 걸고"라는 표현을 죽도록 듣기 싫어하는 외계인역의 배우처럼.

내 자신은 사실 내가 안경 쓴 것에도 별로 불만 없고, 안경 쓴 남성이나 여성이 좀 더 외모가 떨어져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 데, 다른 많은 한국사람들은 안경 쓴 사람은 좀 더 못 생긴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파마도 한 번 시도해 봤으니, 렌즈라고 못 할 건 없지. 지루한 인생에 이런 작은 도전이라도 하나씩 해보면서 재미를 찾아야지.

그냥 남이 파마하고 렌즈 낄 때는 몰랐는 데, 비용 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도 상당히 필요하다. 파마를 하려면 40분간 꼼짝없이 양념 통구이 바베큐 신세가 되서 미장원 의자에 묶여 있어야 하고, 렌즈도 그렇게 호락호락 낄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파마 용액은 통구이 바베큐의 끈적한 소스처럼 찐득거린다.)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으로 눈꺼풀을 밀어올리고 내리고, 손가락을 눈동자 한가운데로 찔러넣어서 렌즈를 사뿐하게 올리라는 데, 인간이 어떻게 그런 짓을 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할 수 있지?

그 공포감과 어색함, 렌즈의 이물감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 까?
. 두발 자전거, 롤러스케이트(롤러블레이드), 스노우보드, 스키를 처음 탈때, 넘어져져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머리가 깨지거나 피부가 쓸려나갈 것 같은 공포감.
. 삼각빤스만 입고 살다가 사각빤스로 바꾼 느낌. (혹은 vice versa)
. 처음 수영장에 수영복만 입고 나갔을 때의 어색함.
. 엄마의 하이힐을 신고 억지로 걸으려고 하는 초등학생.
. 평생 바지만 입고 돌아다니다가 치마를 처음 입어본 사람. (아일랜드 킬트라든지)
. 팔자에 없는 외모에 신경쓰는 여고생된 느낌.
. 번지점프를 5m마다 하면서 100m 절벽을 한 칸씩 내려오는 느낌
. 이발사 아저씨가 면도날로 내 목덜미의 털을 밀 때의 오싹함 (서부극에서는 그러다가 죽는 악당 보스들도 있어.)

내 인생의 재미는 이런 짓을 하면서 느낀 점을 글로 쓰고 어색함을 극복하는 것.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안경점 직원들과 몇 번이고 시도하는 데, 도무지 안되네. 나같았으면 화냈을 것 같기도 한데, 서비스업이라서인지, 남들도 이렇게 힘들게 렌즈 끼는 법을 배우는 건지 차분하게 잘 가르쳐 준다.
수영강사가 초보들을 눕혀서 밀어주는 거나 허우적대면 일으켜 새워주는 것처럼, 눈에 넣어주고 눈 구석에 렌즈가 처박히면 빼주고.
나도 치과의사되면 침 질질흘리고, 안 하겠다고 떼쓰고 도망가는 꼬마 환자들을 이렇게 봐줘야 되겠네. (사실 꼬마환자들만 그런건 아니지.)

유지보수의 불편함도 만만치 않다. 아침에 헤어드라이도 귀찮아서 안하고 셔츠 다림질도 안하는 데, 매일 2~3가지 용액으로 렌즈를 세척해야하다니. 이건 뭐 매일 밥주는 금붕어 같은 애완동물이나 가끔 목욕시키는 강아지 키우는 것 같은 노동.

@ 유행 다 지나고 이제는 라식의 시대인데, 나만 삐삐차고 다니는 거야?

2008년 9월 21일 일요일

블로그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쓰고 싶을 때 맘대로 글을 쓰고, 원하는 사람들이 글을 읽어주는 공간은 참 좋은 것 같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내 글을 좋아해주는 것 같고, 가끔 인터넷을 타고 와서 글을 읽어주는 사람도 최소한 1명(노란생선씨처럼) 이상은 있고, 검색엔진에서 질문의 답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몇 가지 욕심이 있는 데, 나도 사진을 예쁘게 올리고, 잡지처럼 정리를 잘 해서 사람들이 봐주고, 답글도 많이 달아줬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뭔가 논쟁적인 주제가 나왔을 때, 사람들과 토론도 하고, 사소한 거라도 브레인스토밍도 하는 것. 트랙백도 이리저리 걸고, 글도 인용도 하고.
그런데 내 블로그는 너무 독백이야. 가끔 박수 쳐주고 동전 던져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골목길의 분장한 삐에로보다도 아직 못하다고.
프랑스 주방장(shef)처럼 멋진 음식을 만들고 그 때마다 손님들의 주관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평론가들에게 상처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인정의 한 방법이지. 영화 라따뚜이처럼.

전문가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세상 한가지만 열심히 하고 다른 건 잘 모르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어려운 걸 혼자 알고 더 어렵게 설명하고 남들에게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남들에게 많이 가르쳐 주고, 나도 많이 배우고,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해법이 없더라도 가능한 깊게 분석하기.
질문 했을 때 바로 답을 주지 못해도 5분 ~ 하루 쯤 뒤에 괜찮을 답을 줄 수 있는 사람. 커다랗고 복잡하고 보수도 넉넉하게 받는 문제라면 몇 년씩 투자할 수도 있겠지.
내가 이미 잘 아는 거라면 FAQ로 정리해 둘 수도 있고, 책으로 써서 만들어 둘 수도 있겠다. e-mail도 받고, 편지도 받고, fax, 전화, TV, 게시판 다양한 미디어로.
항상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의 어떤 문제를 해결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느냐지. 특정 분야에 얽매여서 쓸데 없이 세상을 나누고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어. 환원주의를 잘 이용해야지, 환원주의의 호위병이 되면 안돼.

2008년 9월 20일 토요일

천문학

고등학교 친구들을 따라 대학 1학년 때 천문동아리에 들어갔다. 그 때 산 별자리 책들이 아직도 책장에 있는 데, 사실 게을러서 지금까지도 별로 읽지도 못했다고.
그런데 오늘 문득 지난 8년간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됐다. 당연한건데 왜 생각 못했지?

지난 8년 동안은 천문학을 그냥 낭만적인 학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우주를 다루니까 거창하잖아. 그리고 밤하늘의 별은 언제나 낭만적인 문학적 소재니까. 그런 식으로 우리동아리도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인기를 끌고 매년 새로운 사람들(신입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천문학이 없었으면 과학이 거의 없었을 뻔 했다. 천문학과 관련 없이 발전 가능했을 과학분야라면 식물학이나 분류학 정도 밖에 없지 않을까? 생물학의 최근 트랜드인 분자생물학도 없었을 것이다.
천문학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일단 문명이 시작되려면 문자가 있어야 된다. 그리고 고도의 문명이 되려면 시계가 있어야 한다. 시계가 없는 문명은 정교하지 못하다.
시계는 어떻게 발명되었지? 세상 첫번째 시계는 바로 별과 해와 달이다. 가장 규칙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year(sun), month(moon), day(sun)의 개념이 생기게 됐다.
그리고 천문학이 있어야 위도, 경도를 알 수 있고, 원거리 항해도 가능하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바다를 건널 수 있던 것도 천문학의 산물이다.
시계는 시간을 정량화 하고, 위도, 경도는 공간을 정량화 한다.
티코 브라헤의 행성 관측 결과는 케플러에게 전해지고 그것을 뉴턴역학을 낳는다. 뉴턴역학은 과학에 수학을 도입해서 정량화했다. 천문학이 없었으면 뉴턴도 없고, 현대 과학도 없다.

@ '과학동아'스러운 글이네.

과식

요즘은 과식이 과식을 부르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소식을 하는 편이라서 평균적인 남자들보다 적게 먹었다. 그래서 뭔가 먹고 싶은 게 있어서 1인분을 다 먹지 못한다는 부담감때문에 그냥 안 먹는 경우가 많았다.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켰는 데, 50~70%만 먹으면 주변사람들이 내게 화를 냈거든. 한국 사회는 그런 것을 매우 싫어해서 내 재산권을 내가 행사하는 데도 화를 낸다. 그래서 주눅들이서 그냥 안 먹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 먹을 자신이 있으니까 시킨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환경과 개인의 심리적인면이 식이습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다. 영화 슈퍼사이즈 미나 많은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1인분을 많이 서빙해주면 많이 먹는 다. 적게 서빙해주면 적게 먹고. 내 경우는 약간 더 복잡한 케이스긴 하지만; 아무튼 상관 관계가 있다고.


2008년 9월 19일 금요일

포도

작년까지만 해도 포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포도가 맛이 없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어. 포도주스는 자주 사먹었거든.
그럼 포도가 도대체 왜 미웠을 까?
포도는 먹기가 불편하다. 먹고 나면 여기저기 지저분해지니 말이지. 바나나, 귤은 까서 꿀꺽하고 나면 물이 떨어지지 않는 껍질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반면에 포도는 먹고 나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껍질이 남는다. 물이 튀어서 옷에 물이 들면 잘 지워지지도 않는 다. 그리고 가장 야만적이라고 생각됐던 점은 포도를 입에 넣고 난 후 씨앗을 다시 뱉어야 한다는 점.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계속 퇘~퇘~ 거리는 건 매너도 좋지 않잖아. 포도는 매너없는 과일이다. 먹고 나면 손이 포도즙에 풍풍 불은 모습이 되고 손을 씻어도 손에 포도향이 남는다.
먹고 난 후의 포도송이의 앙상한 가지도 너무 징그럽다.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해골들이나 그것들이 사는 앙상한 숲 같잖아.

요즘은 왜 잘 먹는 거지?
어른이 되서 주부로써의 능력도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큰 개인그릇을 이용해서 깔끔하게 포도 씨앗을 밖으로 튀지않게 모을 수 있고, 포도송이도 가위로 잘라서 내가 먹을 만큼만 잘라 먹으면 된다. 남이 포도송이를 권할 때는 항상 내가 먹고 싶은 양보다 너무 많이 줘서 다 먹지 못했거든. 포도를 많이 먹으면 배도 부르고 pH가 너무 낮아서 입안과 위속이 신맛이 가시지 않고 속이 쓰린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위산과다는 내 평생 질환이거든.
그리고 나만의 주방과 세면대를 가지고 있으니까 너저분한 것들을 얼른 처리할 수 있다. 옷에 물이들면 내가 빨면 되고. 옷에 물들었다고 화내는 사람이 없다.

고로 포도는 내 집에서 인프라가 갖추어 졌을 때, 혼자 먹는 게 제일이네.

비슷한 이유로 게도 먹기 싫을 때가 있다. 맛은 있지만, 외골격을 부수기 어렵고 외골격의 파편이 치아에 끼면 치간을 너무 벌려놔서 불쾌하다. 하지만 너무 맛있으니 가짜(합성, 모조) 게인 게살맛을 사먹는 거겠지.

[기사]똑같은 무표정, 17년동안 매일 얼굴 사진 촬영한 남자

http://www.youtube.com/watch?v=Bd4f2xeKg08
http://cynews.cyworld.com/Service/news/ShellView.asp?ArticleID=2008091911044049210&LinkID=12

나도 2004년부터 생각은 했는 데, 게을러서 아직 실천도 못하고 있었다.
이미 1991년에 시작해서 17년간 한 사람도 있네.

요즘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생각해봤는 데, 예술뿐만 아니라 치의학적으로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두경부의 형상을 연구하는 게 치의학에서는 매우 기본적이니까. 1학년 때 해부학시간부터 얼마나 자세히 공부하는 데.
매일 치아 impression을 정밀하게 떠서 3차원 레이저 스캔으로 저장하는 걸 평생해두면 좋지 않을까? 기왕이면 한 명 말고 대량으로 한 100명 이상은 어떨까?
매일은 좀 힘들다고 치면 100명의 치대생(or 치과의사)이 앞으로 20년간 매달 본인과 가족들의 impression을 떠보면 어떨까?
뭐 사실 data로 치면 거의 세상 사람들 모두가 한 번쯤은 impression을 떠볼테니까 내 생각은 별로 색다를까 없는 걸까? 그래도 인구집단의 평균이랑 각 개별 사람을 추적하는 조사는 의미가 다르잖아. (얼마나 다를지는 앞으로 배우게 되려나;;)

2008년 9월 14일 일요일

추석

내가 기억하는 추석은 대부분 더웠다.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는 thanks giving day를 너무 빨리 잡았다. 중국 강남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24절기도 전부 다 보름 ~ 한달은 빠르잖아. 명나라, 청나라, 조선 모두 망했는 데, 사대주의는 아직도 달력에 남았구나.
그리고 생물학적, 경제학적으로도 추석 대목에 과일을 많이 팔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많이 뿌려서 조기숙성시켜버린다고 한다. 추석을 늦게 잡았으면 이런일 없잖아? 여름 휴가철이랑도 너무 가깝고, 한 달 쯤은 뒤로 미뤄야 하지 않을까?
학생들 중간고사랑 겹쳐서 안 좋은 건가? 직장인들은 더 좋아할텐데

Walking

오전 과외가 끝나고 점심이나 먹고 뭐할까 생각해보니 그동안 안했던 운동이라도 조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곡지구에서 걸어왔다. 아는 형이 매일 자전거로 일곡지구에서 통근한다고 하니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집에와서 지도를 보니 4.7Km 밖에 안된다. 도시계획이 잘된 새 동네라서 길도 반듯하고 언덕도 거의 없다. 걸어서 1시간.
버스로도 30분(버스 기다리는 시간 15분 포함)이 걸리는 길인데, 이 정도면 운동 삼아 매번 걸어다녀도 나쁘지 않겠네. 보통 헬스장에 갔을 때 걷는 거리가 5~7Km 쯤 되니 말이다.
아침에 걷는 게, 잠 깨는 데 더 좋겠지만 땀흘리면서 과외를 시작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반대로 돌아올때는 점심인데, 아직은 더워서 땀이 많이 난다. 하지만 10월에는 점심에 걸어다니는 것도 시원하고 좋을 것 같다.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와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과외 시작 시간이 +-20분으로 들쑥날쑥한데, 차라리 걸어서 가는 것도 괜찮네? 날씨 시원해지고 저녁과외 할때 그렇게 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다.
집이랑 과외하는 학생 집 사이에 있는, 내가 2주마다 가는 이비인후과도 이제 가끔은 걸어다녀야지.

2008년 9월 11일 목요일

Good bye, my PC

작년에 대전, 서울 두 집 살림을 하면서 컴퓨터가 2대가 됐었다. 게을러서 지금까지 2대를 가지고 있었는 데, 안 쓰던 1대를 아는 사람에게 팔기로 했다. 이리저리 생각이 복잡했는 데, 일단 켜보자.
모니터가 안 나온다. 리부팅도 3번쯤 해보고 그래픽카드도 옆 컴퓨터 걸 가져다가 끼워본다. 여전히 안된다.
파워서플라이를 보니 뭔가 파워 라인이 한가닥 더 있네. 이걸 더 연결해야 되나? 펑~ 파워에서 소리가 나고 꺼져버렸다.
그냥 포기하고 버리기로 했다. 작년에 팔았으면 20만원은 받았을 물건인데, 번개 한 번 맞았으니 이제 끝난거지뭐. 파워, CPU, 메인보드는 쓰레기장으로 보내버렸다. 200G 하드, CD-DVD, 메모리, 케이스는 장기기증을 위해 추스려놨다. 하지만 요즘 잘 쓰이는 규격이랑 다르다. 그냥 몇 년 가지고 있다가 이사할 때 버리게 될 것 같다. 제일 유용한 부품은 나사와 전원 코드. 전원코드, 나사는 새 규격이 잘 안 나오거든. 그래서 집에 나사, 전원코드만 수북하다.

이 컴퓨터부터는 내가 이름도 하나씩 붙여주기로 했는 데, 이름을 까먹었다.
그냥 내 컴퓨터가 고장났어 하는 것보다, 스타워즈 로봇들처럼 R2D2, 3PO 이렇게 부르면 더 낫지 않나?

@ 자주 사고 버리고 하다보니, 뭐 이거 한 대 더 고장나도 별거 없네.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한 번 고장나면 일주일은 울고 불고 했을 텐데. 열심히 과외해서 돈 벌면 되지 뭐..;;

2008년 9월 6일 토요일

안내도

우리나라가 좀 더 관광이 편리한 나라가 되려면 안내도가 길가에 더 많이 붙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시, 도, 동의 전체 지도가 시청, 구청, 동사무소나 주요장소에 몇 개 붙어 있긴 한데, 그게 행정구역을 경계로 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지 실제로 현재 위치에서 어디를 찾아가는 데 편리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공무원들은 항상 자기 관할 구역을 기준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면에서 서울지하철의 출구들에 붙어 있는 안내도는 꽤 우수하다. 출구로 부터 반경 500m ~ 2Km내의 공간을 보여준다. 지하철 출구는 매우 훌륭한 landmark라서 서울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사는 곳, 자기가 일하는 곳, 가고 싶은 곳을 표현할 때 그것을 기준으로 말한다. 서울지하철 공사는 동사무소와 달리 관찰구역의 덫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버스정류장도 그렇게 되면 좋지 않을까? 모든 버스 정류장에 반경 500m 내의 지도를 인쇄해서 붙여두는 거다. 혹은 50m 내로 하는 대신 매우 상세한 지도를 붙이는 것도 좋겠다. 지금도 붙어 있는 곳이 몇 곳 있겠지만 모든 정류장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처음 가는 길도 낯설지 않게 말이다.

버스정류장에 적힌 정보의 양은 사실 이미 점점 늘고 있다. 예전에는 달랑 번호만 붙어 있었는 데, 요즘은 번호에다가 그 번호가 방문하는 모든 노선도 표시되고 있다. 그리고 도착예정시간 알림시스템도 있고 말이다. 이제 지도만 더 추가되면 좋겠다.

2008년 9월 3일 수요일

경영학 복수전공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경영학을 사기꾼들의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가르치는 것도 없어보이고, 학점도 쉽게 주고 말로 이리저리 잘 풀어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으니 말이다. 졸업하고 취직해서 승진도 잘 된다고 하니 얼마나 배가 아픈가? 나는 과학지식도 엄청나게 많이 알아야 되고, 어려운 방정식도 매일 풀면서 평생 연마해야 되는 데 말이지.
역시나 그래서인지 몇 년 뒤에 보니 경영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는 대학생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모교에서도 경영부전공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누구나 쉽게 경영을 들을 수 있게 권장했다.
그래서 나도 책도 몇 개 읽어보고 과목도 몇 개 들었다. 과연 가르치는 지식 자체는 별거 없었다. 하지만 경영이라는 분야는 한국사회에서 입시교육의 단점을 보완해줄 좋은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경영은 지식을 많이 전달하는 분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자신과 세상을 잘 운영해 나갈지 길을 제시해준다. 경영은 마음가짐, 태도, 습관에 관한 학문이다. 아무리 경영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필요가 없다. 그것들을 실천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경영서적은 몇 권만 사서 읽어도 된다. 경영서적이 넘치는 이유는 경영지식이 많고 어려워서가 아니라 경영 자체는 매우 쉬운데, 사람들(독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교화시키기 위해서 저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LHC(Large Hadron Collider)

친구가 LHC라는 이번에 새로짓는 입자가속기에 대한 소개 동영상을 보여 줘서 봤다.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71532320080502151403&skinNum=2
16분짜리인데, 지루하지 않게 봤다. Brian Fox씨가 발표를 했는 데,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는 구나. IT계에서 스티븐 잡스가 하는 거랑 비슷한 감동을 주고 있다. (뭐 내가 아직 이런거 보는 거 좋아하는 취향에서 발을 빼지 못한 면도 있겠지만.)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돌을 던진 것만큼 역사적인 실험을 동시대에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갈릴레이가 안 던졌다는 말이 있지만.)
나도 능력이 있었다면 저런 일을 해보고 싶었는 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