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America's Funniest Muslim

http://www.youtube.com/watch?v=QIMPFCU7lhU&feature=channel
(5개의 part로 나눠져 있음)

친구가 지난번에 인도계 캐나다인의 standup comedy를 보여준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standup comedy를 찾고 있는 데, 역시나 흑인 같은 minority group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위 링크에서도 잘 소개가 됨.)

과연 한국인이 외국에 가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짜증을 내는 사람도 많다. 우리끼리 읽는 글들은 다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보여진 것들이라 내용도 다 stereotypic하고 별로 깊이가 없다. 
이런 1시간이 넘는 분량의 비백인계 미국인들의 이야기는 훨씬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지난 5년간 가장 미국에서 압박을 받는 집단은 흑인도 아니고, 동북아시아인(한,중,일)도 아니고 아랍인이라는 점.
과연 얼마나 아랍인들의 삶이 팍팍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랍인들의 해결책이 여러가지 제시되는 데, 다른 minority group들에게도 마찬가지 조언이 되고 있다.
의사, 엔지니어 같은 직업도 좋지만, 극작가, 배우, 개그맨 같은 사회적인 직업을 가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발음

이번 학기에 가장 많은 시험을 본 과목은 약리학이었다.
매우 간단히 말하면 약 이름을 최대한 많이 외우는 과목.
당연히 시험지를 한 장 풀고, 점심, 저녁을 먹으러 갈때마다 약 이름에 대해 투덜거리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어떻게 노래가사(mnenomic device)를 지어서 잘 외울지, 과연 이번에는 spell이 틀리지 않게 외웠는 지 등..

물론 암기과목이니 내 성적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재시의 압박, return of the exam, not Jedi)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약이름 같은 영어 단어를 보고 발음하는 법을 모른다는 점. Spell이 틀릴까봐 정확한 발음을 포기하고 spell 그대로 독일어식으로 외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어 발음법이 규칙성이 없기로 악명이 높고, 영어권 국가들에서도 사람마다(지방마다) 지멋대로 발음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규칙성이 있기 때문에 그 방법대로 외우면 독일어식으로 외우는 것보다 음절도 더 짧고 리듬있게 외울 수 있다.

어차피 발음은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단어의 제조원리를 알고 공부하면 더 편하다고.

@ 항암제 Zafurkast는 정말로 독일식인 것 같다. u아 움라우트 비슷한거 붙어있었던 것 같네. 그런데 왜 다시 찾아보니 약리학 책에서 안 보이지;; 교수님께서 이런 짜증나는 약이름이 얄미우면 자네들도 항암제 하나 개발해서 이름 맘대로 붙이라고 하셨는 데..

꿈(sleepy dream)

2008년은 어느해보다도 오프라인에서 수다를 많이 떤 해 같다.
2009년에는 그 기록을 갱신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실습시간이 늘어나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과연 학교 사람들은 서로 얼마나 친해졌을까?
한 가지 지표로 꿈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이 그러는 데, 이제는 서로의 꿈 속에 서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꿈에 나타나서 꿀밤을 때렸다는 둥, 먹을 걸 사달라고 조른다는 둥. 뭐 그런 이야기들.

내가 꿈에 나왔다는 사람은 없군.
내년에는 좀 더 떠들어야 겠다.

나도 몇 몇 친구들이 꿈에 나오기도 한다.
오늘은 꿈에서 어느 친구가 찜질방에 가자고 했는 데, 나는 수영장을 고집했다.
가격도 수영장이 더 저렴하고 찜질방보다 시간은 짧지만 더 활동적이잖아.
(단위시간당 가격이 더 비싸군. 실내 수영장에서는 1시간 이상 머무르지 않으니. 스파나 야외 수영장 complex라면 4~6시간 정도 보낼 수도 있겠지만.)


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Voyager Golden Record

유명한 천문학자 Carl Sagan씨가 언젠가 외계문명에게 우리의 존재가 발견되기를 바라면서 보이저호에 다음과 같은 Record판을 만들어서 실어보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Voyager_Golden_Record
(Startrek에 나오는 보이저호가 아니고 NASA에서 쏜 진짜.)

Carl Sagan씨나 다른 천문학자들이 하는 일들이 사실은 그렇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황당하기 그지 없다.
외계문명을 찾는다고 SETI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지.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것이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임무(사명, 소명 뭐든..)라고 생각을 해.
그 Record가 발견된 확률이 1/1억이든, 1/1조이든.

그들의 그런 연구가 100년에 한 번씩은 뉴턴, 아인슈타인의 연구 같은 대박을 터뜨리고, 20년마다 X-ray, MRI 같은 좋은 도구들을 탄생시키니까.

인터넷에 항상 아무글이나 쓰면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다.
지금보다 훨씬 더 주제에 focusing을 하고,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 많은 조사를 하고 창의력을 더 발휘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글을 쓴다고.
낙서같은 이 수많은 글들 속에 나의 과거가 있고, 미래에 어떤 실과 같은 기회가 있고, 인연이 있으니까.
그러니 매일매일 낚시글을 쓰고, 떡밥도 던져야지. 일단 많이 뿌리고 보자..

영화 Startrek처럼 미래에 현재의 사람들이 우주에 뿌린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떨어지지 않는 무한한 contents를 즐길 수 잇을 꺼라고.
(뭐 라디오 방송이 우주공간을 1광년가기도 전에 신호보다 노이즈가 훨씬 심해져서 전혀 들을 수 없을 꺼라는 계산도 있지만..)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RFID 온도계

주방용 RFID 온도계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한계온도가 120도쯤 되는 거라면 일단 물 끓일때 편하다.
냄비 속 온도를 온도계가 측정해서 RFID를 이용해서 컴퓨터로 전송하고,
컴퓨터에서 온도를 모니터링, 100도가 넘으면 알람.

Programmed recipe가 적용되는 세상이 어여오거라~

온도계가 data의 양이 작으면서 시간적, 공간적 의미가 커서 RFID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Smart dust 기술이 나왔을 때 가장 이득도 많이 볼 것 같고.
기상청에서 grid를 촘촘하게 그어서 data를 sampling할수록 정확한 예보를 할테니, 정말 직관적이고 가시적으로 성과가 보이지 않나?

요즘 겨울이라 온도에 더 관심이 많다.
우리집은 27~29도인데, 구석에 있는 J군의 집은 22도 밖에 안된단다.
작년엔 J군의 방도 따뜻했는 데, 올해 기름값을 줄이기 위해 관리사무소에서 각 세대당 기름값 5,000원을 절약하기로 했단다. 우리집은 여전히 더우므로 조금 더 줄여도 되지만 구석에 있는 집들은 춥지.
역시 IT 기술로 해결해야 된다니까..
중요한 것은 평균(average)온도가 아니라, 전체 아파트의 온도 분포(distributation)니까.

2008년 12월 21일 일요일

한국전쟁

조선시대에는 전쟁이 많았으니까, 전쟁에 조선전쟁이라고 이름 지을 수가 없지만, 대한민국은 본토에서 전쟁을 한 번 밖에 안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6.25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전쟁이라고 하면 한국인이 관심있는 전쟁이라면 대부분 한국 or 과거의 왕국들(조선, 고려, 신라, 고구려, 백제...)이 들어가는 데, 한국전쟁이라고 말해버리면 그다지 언어적 번별력이 떨어지잖아.

하지만 서양사람들은 Korean war(한국전쟁)이라고 부른다고.
그 사람들(특히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Korea가 개화기 이후에야 잘 알려졌고 그들이 참전한 유일한 한국땅에서의 전쟁이지.

그래서 말인데, 영어도 좀 더 공부하려면 이제는 고유명사를 알아야겠더라고.
미국 사학과 학생이랑 징기스칸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는 데, 서로 아는 내용이 전혀 달라서 뭔소린지 알 수가 없었어. 원나라가 일본을 정벌하려고 했을 때, 신풍(카미카제, 태풍)이 불어서 대한해협을 못 건넜다는 것 정도 밖에.

한국말로 다 아는 것도 영어로 다시 하려니 귀찮기도 한데, 적응되니 그것도 쉽게 배워지는 것 같다. 대학 다닐때는 그게 안되서 전공과목이 전부 엉망이 되버렸지만.

참고)
equilateral triangle : 정삼각형
isosceles triangle : 이등변삼각형
Right : 90도
Obtuse : 둔각
Acute : 예각(병리학에서는 주로 '급성'으로 쓰이는 데..)

@ KAIST도 영어교육시킬꺼면 1학년때 고등학교때까지 배운 모든 과학용어를 영어단어로 다시 가르치든지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 외우라고하면 너무 의대스러운가;;)

2008년 12월 20일 토요일

불황

호황이라고 모두가 행복한건 아니고, 불황이라고 모두가 불행한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같은 불황이 거시적 경제지표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불행한 것은 맞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 라면 업계는 밀가루 값을 올라서 개당 마진은 줄었겠지만, 매출이 많이 늘었다더라고, 이런 열등재를 파는 사람들은 지금이 호황이다.
대학 근처 야식집도 그다지 타격은 없어보인다. 어차피 대학생들 별로 쓰는 돈도 없고, 용돈이 크게 줄지도 않을 테고.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이 행복할 것 같지만, 그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불행해져서 상대적으로 안도감을 느낄 뿐이고, 사실은 공무원 수업생이 크게 늘어서 공무원 시험 학원과 그 학원 강사들이 돈을 더 번다.
환율 때문에 수입상들은 울상이지만, 수출상들은 돈을 많이 벌고 있다.
원자재의 경우는 원자재가 생산되는 국가가 정해져있고, 소비하는 국가도 따로 정해져 있어서 수입/수출이 비탄력적이지만, 옷 같은 것은 상당히 탄력적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중국에서 옷을 사던 업자들이 중국에 한국 옷을 팔아서 돈을 잘 번단다.
수영복 업계도 호황이라는 데, 불황이면 그냥 안 놀 것 같지만, 사실은 해외여행이 줄어든 대신 국내여행을 하고, 국내여행 중에서도 겨울스포츠보다 실내 수영장, 워터파크를 많이 찾아서 인듯.
사실 스키보다 수영이 많이 저렴하니까.

IT도 하드웨어는 불황인데, 소프트웨어/서비스 1% 쯤 성장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드웨어를 새로 사는 건 왠지 소비성인 것 같은 데,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돈이 절약되거든. 인터넷 서비스는 열등재에 가깝다.
카지노에 갈 돈이 없으니 집에서 인터넷 고스톱을 하고, 자동차 살 돈이 없으니 집에서 레이싱 게임을 하고.

영화를 봐도 그런게 많더라고,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last man standing'에서도 브루스 윌리스가 2편으로 갈라진 갱들을 전부 다 쓸어버리는 데,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브루스도 아니고 그 동네 장의사였다.
무협영화 중에도 그런게 하나 있는 데, 수많은 무림의 고수들이 패거리(무당파, 아미파 등..)를 만들고 싸우면서 서로 무너뜨리고, 새로운 깃발을 꼽고 하는 데, 막상 돈을 버는 사람은 그 때마다 깃발을 파는 주인공 깃발장사.

미국 경제 대공황때도 소수의 사람은 돈을 벌었다는 데, 어떤 기업들이었는 지 기억은 안나네. 그 때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이었으려나.

주변에 아는 사람이 이번에 집을 사기로 했는 데, 주식에서 손해본거랑 집값 폭락이랑 계산해보니 똑같아서. 1년 전에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를바 없이 집을 사기로 했단다.

2008년 12월 12일 금요일

공부

어떤 사람은 시켜도 안하고, 어떤 사람은 시켜서 부지런히 하고,
그것을 이루려면 공부를 일단 해야 되는 데, 안해야 되는 사람도 있고.
별 필요도 없는 데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뭔가 이루고 싶은 사람은 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 데, 요즘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달리 할게 없으니까, 일단 공부라도 잘하면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해주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그냥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다. 공부라도 안하면 심심한 사람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학자가 된 것도 같고.
그런데 그렇게 학자가 됐다고 해서 공부를 좋아하는 거지, 연구를 반드시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수업을 잘 한다고 볼 수만도 없다.
뭐 그냥 학문적인 권력 때문에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공부, 연구, 강의, 권력이 참 섞여있더라고.

@ 그냥 생각없이 계속 공부만하다가보니 학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약이름

약이름 참 엉망진창으로 많고 복잡한 것 같다.
이틀간 약리학 시험보면서 든 생각인데, CS분야에서 hungarian notation이나 하이픈 그어서 변수명을 좀 예쁘게 표시하는 것처럼, 약 이름도 그렇게 하면 안 될까?
뭐 나름 화학, 유기화학시간에 nomenclature가 엄청 복잡하게 되기는 하고, 그걸 줄여서 만든게 약 이름이고 약의 정식상표명이긴한데, 그래도 이름을 형태소 단위로 잘 구분해주면 이해하기 더 편할 것 같다.

예를 들면 ~mab로 끝나면 monoclonal antibody라는 데, 그럼 mab만 좀 나눠서 적어주면 안되려나;

아무튼 약리학 시험보면서 드는 기분은 마치 서로 다른 다양한 명명법을 쓰는 여러명의 프로그래머가 하나의 소스코드를 가지고 서로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것 같아보여.
완전 백과사전이야, 세상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다 써보고 약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들 지맘대로라고.
곰팡이로 항생제 만들려고 발바닥이나 진흙탕에 있는 것도 가져오니까.
무슨 몸에 좋다는 식물은 다 갈아다가 실험해보고.
약리학 항암제 파트에도 natural product라는 그룹이 있잖아.


거울

심심해서 초등학교 5학년때 혼자 거울이나 벽을 보면서 얘기를 하던 적이 있었는 데, 이건 좀 자폐증 같고;;
나 같은 녀석이 하나 클론으로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뭐 둘이서 공부 반반씩하고 일을 나눠서 하고 그런거 말고, 그냥 1:1로 서로 마주보면서 대화하는 거.
대학 때 한 번 생각해본 적이있는 데, 그 때는 아마도 둘이 엄청 싸우고 서로를 경멸했을 꺼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내가 또 다시 클론과의 대화를 시도한다면 어떨까?
대학생 때 가정했던 상황처럼 서로 싸우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자신이 좀 더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니까.
기왕이면 1명이 아니라 5명쯤 더 클론해서 팀웍을 이루면 어떨까?
각자 다른 분야를 전공해서 더 대화를 한다든지 하는 거 말이지.

사람들이 가끔 너무 바빠서 몸이 2개 였으면 좋겠다고 하는 데, 나는 너무 심심해서 몸이 2개 였으면 (사실은 두뇌가 2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몸이 2개면 어차피 소비하는 자원도 2배고 그냥 결혼생활과 다를게 없어.

2008년 12월 8일 월요일

Full package

우리나라 교육은 마치 온종일 사용가능한 회원권을 산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고등학교까지 전부 감옥이라고 할 수 있고,
좋게 말하면 하루종일 쉬지않고 뭔가 할 수 있게 한다.
그게 계속 이어져서, 대학, 대학원, 직장까지.

서양인들은 뭔가 자기 옵션이 있어서 학교에서는 공부를 주로하고, 직장에서는 주로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뭔가 자기일을 하는 데,
한국에서는 그게 전부 full package로 묶여있다.

동양은 음식부터 full package잖아. 맘대로 야채를 빼고, 소금을 더 뿌리고 그런건 없다고.
직장동료면 술친구도 되야하고, 직장에서 상사면 사적으로도 형님이어야 된다.
고객도 형-동생이되야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있다.

수업은 주중에만 있지만, 주말에도 사람들과 함께 같이 노는 게 일반적이다.
Full package다 보니 개별상품이 별로 없다.
학연, 지연 등이 없는 집단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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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거기까지가 내 생각이고, 내 친구들은 영어학원, 댄스학원에서 여자친구 잘 사귀더라고. 역시 공부는 집에서 잘 되더라도, 놀때는 학원을 좀 다녀야...

2008년 12월 7일 일요일

Worst-case scenario

회의적 과학자 모델을 따르는 사람이라서 항상 나쁜 시나리오를 잘 떠올린다.
오늘도 하나 떠올려봤는 데, 나는 그렇게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사하다가 빚이 10억쯤 되고 사채업자가 칼들고 쫓아올때,
안재환씨나 최진실씨처럼 괴롭다고 자살하지는 않을 테다.

차라리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
마치 '몽테크리스토 백작', '장발장'이나 '이중간첩'(한석규 주연 영화)처럼.

어느 나라로든, 가능하면 영어가 되는 나라로 밀입국하면 편하겠지.
불법이민자가 되건 어쩌건 바닥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거다.
학력이 인정되면 학력을 쓰고, 컴퓨터 실력, 여러가지 상식들과 여러가지 전략들도 그 사회에서 한단계씩 다시 올라가는 거지.
열심히 해도 10~20년만에 겨우 합법이민자나 망명자처리가 되고 맥도날드 매니저 밖에 안될 수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실력과 능력은 인정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야지.
24의 Jack 형도 새 친구도 사귀고 새 장가도 가고 다 하잖아. ㅋㅋ


2008년 12월 4일 목요일

석고 카빙

그래도 석고 카빙 실습시간이 치대에서는 가장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많은 치과의사는 조각가/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니까.
모델이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냥 2차원 그림 5장만 주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상상해서 조각해야 한다.
글로 써있는 내용이 있지만 여전히 상상은 필요하다.

치아를 카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실력은 상당히 많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잘 하는 사람들이라도 각자 개성이 있다.

공통점이라면 다들 디테일이 높고, 경계가 명확하고, 치아 설명이 없는 모든 부분은 거의 대칭적이고 기하학적이라는 거, 그리고 곡선과 텍스쳐가 이 항상 매끄럽다.

실제 치아가 그렇게 예쁠까? 발치해둔 치아들을 보면 정말 못 생긴 것들이 대부분이다.
치과의사에게는 2가지 모두 필요할 것이다. 못 생긴 치아들도 잘 알아야 되고, 예쁜 치아로 만드는 법도 알아야 되고.

그리고 예쁘게 카빙하라고 하면 대게 치아를 실제보다 홀쭉하게 만드는 것 같다.
현대 한국인들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싫어하는 것처럼 요즘은 뭐든 날씬한 디자인이 인기가 있다.

별보기

대학 때는 별보는 동아리를 했었다.
밤에 산에 올라가서 사람들과 함께 별을 보는 것.

그 때마다 든 생각이 노트북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는 데.
간단한 스케치도 하고 성도도 찾아보고 그리스 신화도 읽고.

하지만 노트북을 가지고 가기에는 몇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 노트북은 무겁다.
. 노트북의 빛은 너무 밝아서 눈이 별에 적응되는 것을 방해한다.
  . 특히 흰색이 많이 나오는 윈도우즈 기본설정은 Unix보다 훨씬 심하다.
. 노트북은 배터리가 짧다.
. 누워서 하늘을 보면서 타이핑 하기 어렵다.

휘파람

가끔은 내가 하는 어떤 행동들이 과연 얼마나 잘하는 지 궁금할 때가 있다.
비디오로 찍어서 보거나 녹음을 해도 되는 데, 그런 것들은 왠지 번거롭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몇몇 친구에게 내 휘파람에 대해 평가를 받았다.
내가 먼저 질문한 건 아니고 그냥 무심결에 어떤 클래식 곡을 부르고 있었는 데,
한 친구는 내게 그 곡이 트로트인 것 같다고 얘기했고,
다른 한 친구는 내가 드보르작의 위모레스크를 부르다가 신세계 교향곡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번째 친구의 대답이 내가 불던 휘파람의 의도와 일치했는 데, 그 친구가 말하길, 아무래도 1번째 친구는 클래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자기는 클래식을 좋아해서 그 두 곡을 모두 알고 있으니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신세계 교향곡으로 내가 휘파람을 바꿨을 때, 그 부분이 신세계 교향곡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3악장 쯤에 나오는 작은 부분이라서 쉽지 않은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은 내가 위모레스크에서 신세계 교향곡으로 넘어간건 내가 의도 했던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불었을 뿐인데, 중간에 위모레스크의 리듬이 생각나지 않자 같은 작곡가의 다른 곡으로 넘어간게 아니냐고 지적도 해줬다.

@ 그러니까 내가 휘파람을 꽤 잘 불던지, 그 친구가 클래식을 매우 잘 아는 거겠지.

2008년 12월 3일 수요일

양치질

치대생이라서 소재도 이런걸 고르나 싶겠지만 위생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얌전하지 못한 인간이라 양치질을 할 때도 자꾸 돌아다닌다.
세면장에 가만히 서서 거울을 보면서 양치질을 하는 건 너무 재미가 없다고.

집에서는 주로 드라마를 보면서 양치질을 하거나 방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양치질을 한다.

그런데 오늘은 기숙사에서의 습관이 다시 나타나버렸더라고.
내가 살던 기숙사들은 다들 복도식이고 세면장은 공용으로 된 곳들이었다.
그래서 방에서 양치질를 시작해서 공용 세면장까지 걸어가면서 양치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무심결에 양치질을 하면서 지금 사는 복도식 아파트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가버렸다. 가는 길에 복도 밖으로 보이는 시내 야경도 감상하고, 고속도로의 불빛도 좋았는 데,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렸다. 나랑 같은 층에 사는 어느 이웃 아주머니 같은 데, 내가 양치질 하는 걸 봤다면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와 마주치지 않게 도망갔다.;;

사실은 복도에서 줄넘기도 시도해 봤는 데, 우리 아파트 복도가 상당히 넓더라고 줄넘기도 가능하다..

학교 강의실에서 양치질하면서 복도를 누비고, 실습실에서 양치질하는 것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치대생인데 솔직히 양치질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 양치질은 우리에게 특히 소중하잖아.

BTL 기숙사

시설도 깔끔하고 뭔가 예전보다는 cool한 기숙사인 것 같다.

복도에 커다란 공용냉장고도 있다.
음식을 훔쳐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설사약이라는 덫을 놓으면 된다는 아이디어.

하지만 KAIST 기숙사와 달리 여전히 통금벌점은 있네.
1층에 있는 가게들도 상당히 괜찮다. 필요한 건 하나씩 다 있고 맥주집도 있으니까. 커피점, 핫도그 가게, 알파문구, 세탁소는 내가 사는 아파트보다 편리하잖아.
물론 연말에 방을 비워야하는 단점도 있지만, 학기 시작이 아닌 중간에 어느 달이든 들어가서 1개월씩 기숙사비를 낼 수 있는 점도 좋다.

@ 나도 가끔 기숙사를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사야 될 것도 같아. 저렴한 양복 셔츠 세탁 서비스도 이용하고.


Waiting

말하자면 나는 기다리는 것에도 전문가인 셈이다.
학부 때 OR개론(산업공학과목)이랑 OS(운영체제)를 들었으니까.
추상적인 분야라서 내 인생에도 충분히 이용이 가능하다.

내 자신은 과연 얼마나 무언가를 기다리는 가?
지하철을 기다리고,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교수님의 승락을 기다리고, 환자들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해야 된다.

기약이 있는 기다림인가? 없는 기다림인가? (Predictability)
내 차례가 온 것을 알 수 있는 가? (Notice)
내 차례가 그냥 지나가버리지는 않는가? (Preemptive)
다음 기회가 또 있는 가? (one time or many time)

결국 기다림은 기회에 관한 것이네.
그것들을 잘 활용한다면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떡밥만 잘 던지고 기다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어도 기회는 알아서 온다.

올드보이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그 중에 하나는 주인공이 골방에 갇혀서 지난 평생 동안 자신이 한 잘못을 모두 반성하면서 노트에 하나씩 적어가는 게 나오는 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양이 많다.

그런데 말이지, 사실 우리도 그것과 유사한 체험을 대부분 했다.
수능이나 MEET/DEET 같은 시험을 보면 정말로 자신이 평생동안 배운 것을 복습한다. 물론 직접적인 시험 준비나 모의고사를 보고 최종 정리를 하는 것들은 1년 ~ 1개월 정도의 기간이면 되기는 하지만, 평생 열심히 살면서 지식들을 쌓아두지 않았으면 그게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있다고 되지는 않는다.
물론 집중적으로 가르친다면 초~고 12년 과정을 5~6년만에 가르칠 수도 있지만 어떻게 해도 1~2년에는 안되니..

의학

이제 학교 들어온지 8개월째인데, 온갖 잡동사니들을 외우는 것은 거의 카오스에 가깝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 흥미롭다.
인간을 살리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모든 시도를 다 한다.
살릴 수 없다면 하루라도 더 살게 하고, 단 5분이라도 더 살게 하려고 수혈을 하고 신체의 질량보다 수십배나 많은 양의 수액을 집어넣고 빼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괴상한 도구들도 사용하고, 일반적으로 문화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많이하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다른 사람의 옷을 찟는 건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해가 안되지만,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척추에 부상을 당했을 우려가 있다면 옷을 그냥 잘라낸다.
약들도 괴상한 것들 투성이다. 플라세보보다 효과가 나쁜 약도 있고, 너무 위험해서 한 가지 질환을 치료하는 대신 다른 질환을 가져오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일단 급한 것부터 막고 다음에는 그것을 또 막고 환자가 나아서 병원을 나가거나 더 이상 해결책이 없을 때까지.
숨이 막힌 사람에게 이것저것 해봐도 안되면 결국은 목에 새로운 구멍을 뚫는 건 TV에서도 많이 나오잖아.
아직 치아 발치 하는 방법도 살짝 소개만 듣고 해보지 않았는 데, 도무지 쓰임새를 상상할 수도 없는 물건들을 가지고 어떻게 발치를 하는 지 궁금하다.

물론 내가 임상에서 조그만한 클리닉을 운영한다면 표준화된 매우 제한적인 것들만 하겠지만,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정말로 온갖 방식을 다 시도하게 된다고.

'Jack ass' 같은 엽기적인 스턴트 영화에서 항상 말하는 "Don't try at home." 같은 대사는 의학에서도 항상 어울린다. 울 엄마라면 자식에게 절대 시키지 않고, 먹이지 않을 위험한 약들로 사람을 구할때도 있지만 의료진들은 훈련이 잘 되어 있고 통계적으로 그들의 행동은 그냥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

매우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이 안된다는 말처럼 의학도 너무 복잡하고 설명이 자질구레하거나 아직 정확한 설명이 없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은 그냥 종교적으로 받아들이고 시술을 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