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3일 화요일

10년 전 생각했던 오늘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마도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꺼라고 생각했다.
광주에 있는 전남대나 조선대 쯤 갈꺼라고 생각했다.
우리 삼촌처럼 말이다.


고향에서 살면서 대학나오고 취직하고 고향사람과 결혼하고 그 후에도 부모님과 함께 살꺼라는 생각도 했다.
뭐.. 수학, 과학만 열심히 하고 다른 과목 성적은 그저 그래서
사실 경시대회나 과학고, KAIST 같은 게 없었다면 정말 그렇게 됐을 지도 모르겠다.


대전이나 서울 같은 데서 살꺼라는 생각은 안해봤다.
대전이나 서울은 마치 베이징이나 모스크바, 뉴욕처럼 그냥 멀리 있는 도시였다.
(63빌딩 구경하러 가봤다는 점을 빼면..)


삼촌처럼 매일 도시락 두 개를 싸고 학교에 가서 점심, 저녁을 먹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오고
가족과 TV연속극도 보고 통기타도 치고 말이지..


청바지, 청자켓, 긴 머리..(이건 80년대 대학생이군..)
뭐 그런거 말이지.


아무튼 내 인생은 그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세상은 변해서 2000년이 됐고,
대학생들은 훨씬 세련된 옷을 입고(난 별로 세련되지 못하지만..)
경제 위기가 왔다느니.. 아무튼 운동권 같은 건 이제 없는 것 같고..
다들 카드빚 갚고 취업하기에 바쁘다.
통기타를 치는 사람도 없고 소주도 잘 안 마신다. 다 맥주 마시지.
어느날 갑자기 대학 들어와서
부모님이 "현성아, 앞으로는 네가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스스로 돌봐야 한단다." 라고
말씀하시고는 휭하니 집으로 가셨다.


누구한테 배워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는 빨래, 청소를 하고
요즘은 요리도 하고 있다.
아무튼 모든 게 서툴다. 세상 사는 데, 이런 일들이 필요한 줄은 몰랐다.


청소는 며칠만 안해도 쓰레기 굴이 되고
옷도 고를 줄 몰라서 입지도 않는 구리구리한 옷들만 옷장 가득 쌓이고
요리인지 뭔지 그냥 배고프니까 집어먹는 것들 천지다.
(계란 후라이에는 꼭 소금을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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