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1일 일요일

보장된 삶

많은 사람들은 보장된 삶을 좋아한다.
100% 취업이 보장된 의사, 행정, 사법, 외무, 임용 고시, 공무원, 공기업 직원....


회사에 다니는 것도 그런 것 같다.
그냥 근심없이 매달 월급 주니까. 별로 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다니면 된다.


대학원에 가는 것도 그렇다.
취직 안되면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버틸 수도 있고 집에서 용돈도 준다.


특히 KAIST 대학원에 가면
저렴한 기숙사도 있고, 저렴한 음식, 저렴한 물건들, 공짜 도서관 등...


그렇게 그냥 그런 사람이 된다.
보장되기는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실적으로 죽을 때까지 보장 받을 길이 없다.


보장되는 만큼 자유가 구속되는 것이다.
매일하던 일하고, 소득이 고정되고 소비도 항상 같다.
직장이나 거주도 맘대로 옮길 수도 없다.


소극적인 것을 하나씩 버리고 적극적으로 살아갈수록 더 큰 걸 얻을 수 있다.
'어쩌지 어쩌지 이 회사에 전화를 걸어볼까?'
'전화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뭐 이런 생각을 했지만 전화 한 통으로 서울에서 2년 반 동안 살게 되었다.


'이런 작은 회사 믿을 수 있을 까?'
'여긴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세상 처음듣고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가방 하나 챙겨들고 문으로 들어가서
오늘 이런 회사에 다니게 됐다.
병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괜찮은 회사 중 하나에 다니고 있다.


그럼 이제
"아.. 이 정도면 됐어. 적어도 35살 ~ 40살까지는 해먹을 수 있다구. 매달 월급도 줄꺼야."
이렇게 살거나
"KAIST 대학원 가면 30살까지는 아무 생각없이 살 수 있어, 학부 졸업하고 석사가고 박사가고
 교수님이 시키는 잡일도 하고 주제 하나 받아서 선배들한테 물어봐서 논문쓰면 돼."
이렇게 살면 될까?


그런 보장된 방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40살이 되어도 CTO가 될 수도 없고, 40살이 되어도 교수가 될 수도 없다.
경쟁률만 해도 너무 세다.
그냥 그저 그런 면접 서류 한, 두줄이다. 남들과 다른 게 없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불가능하다. 남들이 이미 너무 많이 지나가 버렸다.
뭘 해도 남들이 안하는 새로운 길을 찾던지, 남들이 적게 간 길을 찾아야 한다.


보장된 삶을 살고 싶었다면
고등학교 때 수능을 봐서 의대에 갔어야 했다.
남들보다 적극적이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공대에 왔으니까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
어느 정도 risk를 감수하고 분석하고 관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몇 번 실패를 해도 20대에 해야, 30살에는 팀장이 될 수 있다.
물리학교수가 될 수 없고, 전산학 교수가 될 수 없다고 해도..
경영을 해서 경험이 쌓이면 경영학과 교수가 될 수도 있고 다른 것들이 많다.


어렸을 때 꿈처럼 혼자서는 우주선을 만들어 여행을 갈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동료들을 끌어들여서 회사를 만들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벌어서 다른 사람이 만든 걸 우주선을 사 버릴 수도 있다.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우주의 궁극적인 신비를 밝히는 방법은
내가 이론 물리학자가 되는 방법도 있지만 나보다 천재가 많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다른 걸 해서 돈을 많이 번 다음에 다른 천재들에게 funding을 하고 그들과 결과를 공유하면서
알아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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