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6일 금요일

[기사]수능 부정이 광주 학생 ‘특수한 조직력’ 탓?

수능 부정이 광주 학생 ‘특수한 조직력’ 탓?


















△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의 논평과 관련한 <광주일보> 26일자 기사.

  관련기사


  • 수능부정에 ‘제2조직’, 파문 확산일로
  • 수능부정 의혹 전면수사 불가피
  • “인성교육땐 아이들의 눈빛에 쑥스러웠다”
  • 교육청 제보글 추적 제2조직 적발
  • 수능부정 제2조직, “수능 1주일전 공모”



  • 민노당 대변인 “광주학생 뭉치면 떠들썩한 일”…비판 쇄도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이 수능 집단 부정행위에 관여한 광주 학생들을 비판하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을 써 파문이 일고 있다.

    박 대변인은 24일 기자들에게 보내는 ‘여의도 통신’에서 일제시대 광주학생 의거와 80~90년대 이름을 날렸던 남총련을 들먹이며, “광주학생들이 뭉치면 어쨌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하나씩을 꼭 만들어낸다”며 “세월이 흘러 학생들이 수능부정으로 이름을 날리는 게 좀 머쓱하지만 광주학생들의 놀라운 조직력은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군인사 진급비리를 거론하며, 출세하고 잘 살기 위해 사회 지도급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세상에 어떻게 학생들에게만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지만, 사실상 광주지역 학생들의 ‘특수한 조직력(?)’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보는 시각을 드러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장전형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철학의 빈곤과 저급한 역사의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민노당 대변인의 상식을 넘은 발언에 분개한다”며 “특히 광주학생의거와 80년대 독재에 항거한 민족사적인 일까지 비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폭언이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이번 수능파문을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특정지역에서만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특정지역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그러나 이 부분은 향후 교육당국의 철저한 관리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등 전라지역 일간지들도 박 대변인의 논평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 지역의 분노한 민심을 전했다.

    광주일보는 “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이 수능 집단 부정행위로 파장이 일고 있는 광주 학생들의 모습을 비판하면서 일제에 항거했던 광주학생독립과 80∼90년대 반독재 투쟁을 펼쳤던 남총련 학생들의 학생운동을 한꺼번에 묶어서 평가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한편 박 대변인은 파문이 확산되자 24일 인터넷 사이트 ‘진보누리’에 올렸던 이 글을 하루만에 내렸으며, 현재 정치전문사이트인 ‘폴리티즌(www.politizen.org)’ 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박 대변인은 26일 당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공개사과문을 띄워, “지역을 폄하하거나 광주 지역이 품어온 자랑스런 학생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며 “부적절한 비유를 한 것을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다음은 문제가 된 박용진 대변인의 24일‘여의도통신’ 일부다.


    광주학생들 대단하다. 그 좋은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

    광주지역의 학생들이 뭉치면 어쨌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하나씩을 꼭 만들어냈다. 일제시대 광주학생의거가 그것이고 8~90년대 이름을 날렸던 남총련이 그것이다. 세월이 흘러 학생들이 수능부정으로 이름을 날리는게 좀 머쓱하지만 광주학생들의 놀라운 조직력은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

    하긴 군대 장군님들 진급심사에 온갖 부정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래저래 출세하고 잘 살기 위해 사회 지도급들이 명예와 정의를 아랑곳없이 부정을 저지르는 세상이 어떻게 우리 학생들에게만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성공만 하면 되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기성세대가 학생들의 행동에 혀를 차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싶어 씁쓸하다.


    다음은 박용진 대변인이 26일 발표한 공개사과문 전문


    광주시민들과 학생들, 자랑스러운 광주지역 학생운동의 전통 앞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제가 지난 11월 24일자로 작성해서 [진보누리] 개인 칼럼란에 올린 글에 대해 많은 분들이 비판과 걱정의 말씀을 보내오셨습니다.

    제 글이 본뜻과는 달리 광주지역 주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광주지역 학생운동의 전통을 훼손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런 지적과 비판을 인정하고 반성하고자 합니다.

    우선 이번일로 심려를 끼치게 된 광주시민들과 광주지역 학생여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전남일보 등 일부 신문의 기사에서와는 달리 지역을 폄하하거나 광주지역이 품어온 자랑스런 학생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려는 뜻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글이 오해를 가져올만한 시점에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비유를 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특히 이번 수능부정 사건으로 황망하고 놀라셨을 학생들과 학부모님 등 지역주민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것은 단지 글뿐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그랬던 것 같아 더욱 죄송스럽습니다.

    문제가 된 글의 부분은 군대장군진급심사 부정 뿐 아니라 출세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판치는 세상과 성공만 하면 되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기성세대가 학생들만 나무라고 학생들의 행동에 돌멩이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구구한 해명보다 논란의 와중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분노하셨을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작성해서 지인들에게 발송하는 칼럼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변인이라는 직책으로 활동하는 사람으로 광주전남지역 당원동지들에게 곤혹스러움과 실망감을 남기게 될 것 같아 몸둘 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공개사과문을 제가 글을 올린 [진보누리] 칼럼란과 이메일을 발송했던 지인들에게 보내고 당 게시판에 공개하여 제 사과의 뜻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원들의 비판을 무겁게 듣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역시 가슴 속 깊이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는 일제하 광주학생운동과 남총련 운동의 전통에 누가 되는 것 같아 죄송스럽고 마음 무겁습니다.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남총련 동지들에게 이 글을 빌어 개인적이면서도 공식적인 사과의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2004. 11. 26. 박용진 드림






















    폴리티즌 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 ‘Polemic’의 글 일부다.


    “박 대변인이 말하고 싶었던게 무엇일까? 내가 보기엔 그는 광주는, 광주지역은 ‘그런’ 사람들이라는 거다. 일제시대 광주학생의거가 일어날 정도로 민족의식이 깨어있던 지역이 아니라, 8-90년대 이름을 날릴 정도로 학생운동에 가열차게 참여했던 지역이 아니라, 광주는 ‘놀라운 조직력’이 있는 곳이라는 거다. 광주의 의식이 감탄스러운게 아니라 광주의 ‘조직력’이 감탄스럽다는 거다. 그것이 어떤 의식과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조직력’이 강해서 광주가 놀라웠고 그 ‘조직력’은 수능부정의 이유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이 발언이 얼마전 어느 진보누리에서 논다는 인간이 여기와서 말하던 호남의 몰표가 영남의 몰표를 불러왔다는 말이랑 무엇이 다른지. 그 인간이 호남의 몰표의 의미를, 그것이 지향했던 가치를 배제하고 ‘몰표’이므로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던 논리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지금 박용진의 광주의 ‘조직력’에 대한 감탄을 보라…그가 광주에 대해 감탄하는 것은 일제시대에 민족의식이 높았던 광주지역도 아니고 군사독재시절 투쟁력이 남달랐던 남총련도 아니고 호남은 ‘조직력(=결국 잘뭉친다는 말)’이 남달라서 놀랍단다. 그래서 그 유구한 조직력이 어떨땐 일제에 항거하는 힘도 되고 어떨땐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힘도 되고 이번 경우에는 단체로 수능부정을 저지르는 힘도 됐다는 거다. 하~ 이 얼마나 치졸한 몰가치적 지역주의의 현신인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