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9일 금요일

[기사]라면이라고 다 같으랴…소문난 전문점 4곳










라면이라고 다 같으랴…소문난 전문점 4곳
[동아일보 2004-11-18 17:51]








[동아일보]

《“라면 먹고 갈래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했던 그 유명한 대사.


유혹하는 말이라고 보기엔 다소 촌스럽지만 고전적인 ‘작업 멘트’인 ‘차 한 잔 할래요?’에 비해‘작업 중’이라는 느낌을 덜 주면서 인간적이어서 거절당해도 별로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 라면이 더욱 맛있는 계절. 가격이 싸다고 해서 “라면 맛이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생각하면 요즘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갖가지 소재와 요리법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이름부터 톡톡 튀는 서울의 다양한 라면 전문점이 라면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무심한 척 말을 건네 보자.


“우리 라면 먹으러 갈까?” 》


○ 그놈이라면




올해 8월에 열었는데 독특한 상호 때문인지 벌써 많이 알려졌다. 메뉴는 담백한 라면인 ‘그놈’(2500원), 매운 라면인 ‘매서운 놈’(3000원), 새우를 매콤한 자장 소스에 볶아 라면에 얹은 자장라면 ‘떼놈’(3000원), 짬뽕라면인 ‘잡놈’(3500원) 등이다. 가장 잘나간다는 잡놈은 숙주 피망 홍합 오징어 등을 고추기름에 볶은 뒤 무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에 끓여 낸 것.


모든 라면은 라면수프 공장에 특별 주문해서 만든 이곳만의 수프를 넣고 끓인다. 햄 당근 우엉을 넣은 야채 주먹밥인 ‘거시기’(1000원)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2호선 이대역 3번 출구에서 이대정문 방향으로 200m 직진. 02-365-4726


○ 라면이 재즈라면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재즈의 즉흥성처럼 인스턴트 라면이라도 새롭게 해석된 맛을 보여주겠다는 작곡가 출신 사장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곳.


매운 맛의 ‘열라불라’ 시리즈(3000∼4500원)는 라볶이에 모차렐라 치즈, 삼겹살, 해물 등을 선택해 토핑하는 것으로 매운 맛의 정도를 1도, 2도, 3도로 정할 수 있다.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처럼 라면에 크림소스를 얹어내는 카르보나라면(3500원), 샤브샤브 국물에 라면을 넣어 먹는 라면 샤브샤브(2인분 7900원) 등 특이한 메뉴가 많다.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 건너 던킨도너츠와 지오다노 사이 골목. 02-744-5757


○ 라면 땡기는 날




아주 작고 허름하지만 일본 잡지에 날 정도로 유명하다. 뚝배기에 끓이는 게 특징. 다 먹을 때까지 라면이 뜨겁게 유지되며 면도 불지 않는다. 빈 뚝배기에 라면과 양배추, 파를 미리 넣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재료를 첨가해 끓인다.


짬뽕라면(2000원)은 오징어 어묵 게맛살에 주인이 직접 개발한 특별 양념장을 넣고 끓이는데 매우면서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고춧가루와 무 양배추 멸치를 넣고 만드는 양념장은 한국에서 이곳밖에 없는 비법 양념장. 콩나물을 넣은 해장라면(1800원)과 삶은 배추를 일본 된장인 미소에 버무려 라면에 넣어 먹는 미소라면(2000원)도 맛있다.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맞은 편. 02-733-3330


○ 나라면 너라면




가게 이름처럼 ‘나라면’과 ‘너라면’이 주요 메뉴다. ‘나라면 이렇게 먹겠다. 너라면 어떻게 먹겠니?’라는 생각을 하다가 만든 이름이라고. 재료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두 쌀떡 햄 소시지 참치 김치 콩나물 조개 등 부재료 중에서 나라면(2500원)은 한 가지, 너라면(3000원)은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시원한 콩나물 조개 라면이 최근 가장 잘 나가는 메뉴. 모차렐라 치즈를 넣은 피자라면과 카레를 얹은 카레라면도 괜찮다.


모든 라면에 당근 양파 파와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이 살아 있다. 6호선 대흥역 2번 출구로 나와 버스정류장 바로 앞. 02-716-5583


▼냄비뚜껑 연채 강한 불로 끓이세요▼


요리 못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라면은 끓일 줄 아느냐”며 놀리지만 사실 라면 제대로 끓이는 것도 쉽지는 않다.


16세 때부터 자취생활을 하면서 요리를 시작해 요리 경력이 20년이라는 국내 1호 남성 푸드 스타일리스트 정신우씨. 그는 최근 ‘게으른 음식남녀 집에서 밥해먹기’라는 책에서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소개했다.


▽불의 세기와 물의 양=처음부터 끝까지 제일 강한 불에서 끓여야 한다. 뚜껑을 닫고 끓이면 안 된다. 물은 라면을 담을 그릇에 부어 양을 정확히 맞춘 뒤 냄비에 넣고 끓인다.


▽수프와 면발=물이 끓으면 수프를 먼저 넣는다. 수프가 충분히 녹아야 국물 맛이 더 좋아진다. 면은 쪼개지 말고 통째로 넣되 면이 익을 때 젓가락으로 두세 번 집어 올려 주면 더 꼬들꼬들해진다. 라면은 절대 2개 이상 함께 끓이지 말 것.


▽계란과 조미료=계란은 면을 건져 낸 다음 국물에 넣어 너무 젓지 말고 30초 정도 끓인다. 라면에 설탕을 티스푼으로 반 정도 넣으면 매운 맛이 더 강해지면서 면발도 산다. 먹기 전에 후추를 뿌리면 칼칼한 맛이 생기며 우유를 조금 넣으면 부드럽고 고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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