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5일 목요일

[기사]SI 하도급 업계 상황 최악…정부 대책 시급






「SI 하도급 업계 상황 최악…정부 대책 시급」




이근형 기자 (디지털타임스)







2004/11/25










IT산업의 화려한 겉모양과 달리 종사자들이 취약한 근무환경에서 속에서 일하는 주된 원인으로 SI산업의 다단계식 하도급 구조에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24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하 IT노조)과 한국기술교육대학 김주일 교수 등이 소프트웨어산업 종사자 10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토대로 발간한 `SI산업을 통해 본 소프트웨어산업의 하도급과 근로조건 연구'에 따르면, 국내 SI산업 종사자들은 5∼6차에 달하는 하도급 구조에 임금과 업무환경이 열악했다.

◇대기업 SI업체와 하도급 업체 근로격차〓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SI업체와 1차부터 5차에 이르는 하도급 업체 사이에는 심각한 임금격차와 근로시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SI업종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은 2376만원에 불과했다. 이를 대기업 SI업체의 직원 연봉과 비교할 경우 말단 하도급 업체 직원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6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대기업 SI업체 직원들이 평균 341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에 비해 2∼4차에 이르는 하도급 업체 직원의 경우 평균 연봉 수준이 2300만원 안팎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5차 이상의 하도급 업체 직원들은 평균 연봉이 2078만원 수준에 그쳤다.

또 근로시간에서도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의 격차는 심하게 나타나 대기업 직원들의 경우 주당 51시간 가량을 근무하는 반면 2∼4차 하도급 업체의 주당 근무시간은 57∼60시간, 5차 이상 하도급 업체 직원들은 1주일에 70시간은 일하고 있었다. 주5일제 근무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고 전 산업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근속연월도 대기업의 경우 평균 3.4년으로 나타난 반면, 하도급 업체들의 경우 1.5∼2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하도급 업체들의 경우 잦은 이직과 함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직회수를 보면 대기업 SI 업체의 경우 평균 2회인데 반해 5차 하도급 업체에서는 평균 4회로 집계됐다.

임금의 체불 경험도 대기업은 전무한 데 비해 2차 하도급 업체는 33%, 3차 하도급 업체는 37%, 4차 하도급 업체는 45%, 5차 이상은 72%의 종사자들이 체불경험을 갖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10%가 4개월 이상 장기체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구조적 문제점과 대책〓IT노조는 이같은 하도급 차수가 내려갈수록 종사자들의 임금과 근무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SI를 포함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대기업 SI업체들이 계열사 시스템 구축을 독점하면서 하도급 업체들이 종속될 수밖에 없는데다가 대기업 SI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부담 또한 하도급 업체에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2차 하도급 업체는 이렇게 떠 안은 부담을 하위 하도급 업체에 넘기면서 결국, 말단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 최종 피해자로 자리잡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2년 현재 10대 대기업 SI업체들이 전체 수주물량의 72%를 점유하고 있으며, 삼성SDS와 LG CNS 두 기업이 차지하는 물량이 60%에 달하고 있다.

또 SI업체들이 하도급 업체들에 지불하는 통상적인 개발 단가는 과학기술부 소프트웨어 개발단가의 6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SI업체인 A사의 경우 과기부 개발단가의 20% 정도 낮은 수준의 자체 산정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꺼번에 모든 시스템의 구축 물량을 특정 업체에 발주하는 시스템 구축 관행도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도급 업체 C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A사가 계열사 B사의 시스템 구축하면서 원청 가격의 50% 수준에 발주를 해 결국은 그 부담을 하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또 A사에 비해 같은 직급의 우리 회사 직원의 인당 개발단가도 60% 수준에 불과하고 때론 근무시간까지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미국연방정부가 매년 주요 발주계약의 23%를 중소기업에 할당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대기업의 수주하한제도와 동일그룹내 SI업체의 수주물량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서 고시한 기업규모별 입찰제한제도와 SW사업분쟁조정위원회의 구속력을 확대하는 등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진호 IT노조 위원장은 "IT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다단계식 하도급구조와 독점에 의한 다단계 하도급의 존속 등에 원인이 있다"며 "정부에서 IT산업구조를 마련하지 않으면 10만명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종사자의 산업 이탈은 물론 이공계 및 IT기피 현상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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