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들 착취와 맞바꾼 한국영화 전성기” | ||||||||||||||||
미디어다음 / 조혜은 기자 | ||||||||||||||||
평균 연봉 640만원, 90% 이상 비정규직으로 고용, 72%가 임금관련 피해 경험
이는 한국영화 스태프들 대다수가 겪는 삶의 모습이다. 지난 해 8월 4부 조수연합회(영화조감독 협회, 영화제작부협회, 촬영조수협회, 조명조수협회)와 영화인회의 김도학 정책팀장이 스태프 15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평균 연봉 640만원은 국내 비정규직의 평균 연봉 1236만원과 비교해보면 51.3% 수준이다. 1일 평균 노동시간도 16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4.8%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 스태프들은 이 설문 결과조차도 실제 현실보다는 상당히 좋게 나온 편이라고 말한다. 설문조사에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퍼스트(first)급’ 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퍼스트(first)’급 스태프는 ‘막내’급 스태프에 비해 약 8~16배정도 많은 돈을 받고 있다. 영화 스태프들의 활동은 주로 팀 단위로 이뤄진다. 영화 한 편 제작하는데 참여하게 되는 스태프들은 연출부, 제작부, 조명부, 촬영부 등으로 나눠지는데 이 한 부가 한 팀이 된다. 한 팀은 약 5명. 팀장 역할을 하는 사람을 ‘퍼스트(first)’ , 그 다음 사람을 순서대로 ‘세컨드(second)’ , ‘서드(third)’ 식으로 부른다. 그리고 가장 신입격인 사람을 ‘막내’ 라고 부른다. 한 팀에는 퍼스트, 세컨드, 서드가 각 한명씩, 그리고 막내 두 명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막내’의 연봉은 ‘0원’인 경우도 많아 ‘거지 아니면 빈대’ 생활
돈을 분배하는 방식은 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일명 ‘반의 반’의 법칙이 적용된다. 즉 제작사가 한 편의 영화를 촬영하는데 한 팀에 3000만원을 주고 계약을 했다면 ‘퍼스트’가 이 돈의 절반인 1500만원을 가져간다. 그리고 또 그 남은 돈의 반인 750만원을 ‘세컨드’ 가 가져가고 또 그 돈의 절반인 375만원을 ‘세컨드’가 가져간다. 375만원의 절반인 187만원이 막내의 몫이지만 주로 ‘막내’는 두 명이기 때문에 결국 ‘막내’ 한 명이 받는 돈은 94만원 정도다. 통상적으로 영화 한 편 제작기간이 짧아야 7~8개월이고 길어지면 1년씩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내’의 연봉이 94만원인 셈이다. 당연히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영화 스태프들은 ‘막내 시절에 그나마 돈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현재 조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모씨(33)는 10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며 “막내로 일을 시작했을 때는 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며 “2년 동안 4개 작품에 참여했지만 돈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 말했다. 연봉 ‘0원’으로 생활할 수 밖에 없는 영화 스태프들의 생활은 말 그대로 비참하다. 촬영부에서 ‘서드’로 일하고 있는 황모씨(27)는 “영화 스태프의 생활은 ‘거지 아니면 빈대’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 스태프들은 연령이 낮은 편이라 부모에게 ‘빈대 붙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의지할 부모조차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생활은 더욱 힘들어진다. 영화판에서 남들보다 뒤늦게 27살의 나이로 스태프 일을 시작한 김모(35)씨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병환으로 몸져 누워지내고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 병간호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의지할 곳이 없었던 김씨는 거지처럼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기본이었고 옷도 제대로 사 입을 수 없어서 현장에서 주로 입는 점퍼 한 벌로 겨울을 나기도 했다. 김씨가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받기로 했던 돈은 편당 80만원. 그나마 잔금을 받지 못해 영화 일을 시작한 첫 해 연봉은 40만원이 전부였다. 김씨는 “생활이 불편한 것은 내가 참으면 되는 문제였지만 장남으로 생계를 책임질 수 없었던 것이 더 마음 아프다” 며 “나 대신 생계를 책임진 두 여동생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나는 항상 동생들에게 짐이 되는 오빠일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13.9시간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도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전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연출부에서 ‘서드’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씨(24)는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24시간 기준으로 대여해서 쓰기 때문에 제작비를 줄이려고 24시간 내내 촬영을 강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며 “24시간 계속 일하지 않더라도 3~4시간 정도만 자고 촬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촬영부 ‘세컨드’ 강 모(26)씨는 “심할 때는 3박 4일 동안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며 “해외촬영을 나갈 때는 더욱 심해져 단 기간에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기 위해 제작자측이 스태프들을 몰아붙이기 일쑤”라고 말했다. 중도금이나 잔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임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영화인 신문고’에는 최근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 조명 스태프 ‘서드’로 참여했지만 아직까지 임금을 받고 있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한 스태프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 ’변혁의 중심’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글에서 이 스태프는 ‘3월에 촬영이 끝나고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 스태프는 또 “잔금 지급일이 지나고 스태프들이 임금 지급을 요청하자 제작사는 자금 사정을 이유로 차일 피일 미루다 한꺼번에 돈을 주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지불해 지금은 잔금의 50%를 받지 못한 상태” 라며 “한국의 대표적인 제작사조차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데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보험 혜택도 받고 있지 못하다. 영화 스태프의 54.8%가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중 단 하나의 보험 혜택도 받고 있지 못하다. 10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이 발표한 영화 현장 스태프들의 근무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사회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이유에 대해 ‘대부분 프로젝트별 임시 계약직이고 임금을 지급 받는 방식도 주급이나 월급과 같은 노동 투입 대비 임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계약금-중도금-잔금 형태로 지급 받아 보험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제작사들이 고용 기간이 길지 않은 현장 스태프들의 보험 가입과 탈퇴 서류를 만드는 작업에 드는 비용과 번거로움으로 인해 이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태프 “임금현실화하고 기간 계약 또는 횟수 당 계약방식으로 바꿔야”
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바로 임금 문제와 계약방식의 문제다. 카페 ‘비둘기둥지’ 운영자 고병철씨는 “일단 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 라며 “계약방식도 지금의 편당 계약이 아닌 촬영횟수로 계약해 약속한 촬영횟수가 넘게 촬영이 진행되면 초과된 부분에 대해 돈을 더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고 주장했다. 영화제작사 시네마서비스의 제작관리팀 유석동 상무는 스태프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계약조건이 편당 계약에서 요즘 들어서는 기간 계약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 라며 “예전에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촬영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사전 준비단계를 철저히 거쳐 촬영기간을 정확히 예측해 기간계약을 하려고 노력한다” 고 설명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도 “스태프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현장인력의 이탈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국내 영화제작사의 사정을 감안하면 스태프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진위는 제작사와 스태프들이 처우 개선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하고 이를 스태프와 제작사 양측에 홍보해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스태프의 처우개선 문제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고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스태프들은 “그래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참고 견디는 것은 영화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화 스태프의 꿈은 해당분야의 감독이 되는 것이다. 촬영부 스태프는 촬영감독이, 조명부 스태프는 조명감독이 되고 싶어한다. 연출부 스태프들의 꿈은 이른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화를 만드는 ‘입봉’을 하는 것이다. ‘막내’들이 돈을 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참는 것도 일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꿈을 따라 영화판에 뛰어들었지만 힘든 현실 앞에 꿈을 포기하고 떠나는 스태프들도 많다.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최 모(33)씨는 “감독이 되겠다고 온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면 3~5년 안에 현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며 “내가 조감독이 되기까지 내 아래로 들어온 사람 중에 10명 중 9명은 포기하고 나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스태프 처우 개선 없이 한국영화산업 발전 없다” 영화평론가 유지나(동국대학교 영화영상전공)교수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갖고 일을 시작하는 제자들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재능 있는 학생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포기하는 것을 볼 때마다 한국영화산업의 미래가 걱정됐다” 며 “한국영화산업이 발전하려면 고질적인 영화 스태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영화를 만들다 죽을 각오를 하고 있는데 들인 노력에 대한 임금 지급 등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기저기 하소연해야 하는 제 자신과 영화판 현실이 너무 나도 슬픕니다” 라고 호소하는 스태프들의 글은 오늘도 ‘영화인 신문고’에 올라오고 있다.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도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이공계 대학원생이나 비정규직보다 더 빡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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