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성격과 무관 질병과 밀접” | |
《‘B형 남자는 괴팍한 바람둥이’ ‘O형은 사교적 리더’. 성격이 혈액형에 따라 정해진다는 ‘혈액형 성격학’이 인기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혈액형이 성격과는 전혀 무관하고, 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영국 런던대 로버트 세이모어 박사팀은 ‘영국왕립회초록지’ 최근호에 “사람이 A, B, AB, O형의 4가지 혈액형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는 것은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방어를 균형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O형은 바이러스 질병에 강하고 A, B형은 세균 질병에 더 강한데 두 가지 질병에 모두 방어하기 위해 인류는 4가지 혈액형을 골고루 유지한다는 것이다. ABO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붙어 있는 설탕과 비슷한 당분 사슬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팀이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홍역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속에서 증식하면서 숙주(병에 걸린 사람)의 혈액형과 같은 당분 사슬을 자신의 몸에도 붙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바이러스가 사람의 피처럼 A형 또는 B형 바이러스가 되는 것이다. 세이모어 박사는 “O형은 A, B, AB형에 대한 항체를 모두 갖고 있어 그 혈액형을 본뜬 바이러스가 자신의 몸에 침입하면 재빨리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형 등 다른 혈액형은 상대적으로 항체가 부족해 바이러스 공격에 더 약한 것이다. 만일 바이러스 질병 때문에 O형이 많아지면 이번에는 세균이 O형을 더 많이 공격해 수를 줄인다. 세균은 세포 표면에 있는 당분 사슬을 표지판처럼 인식해 달라붙은 뒤 세포를 감염시킨다. O형이 많아지면 O형 당분 사슬에 달라붙는 세균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O형이 병에 많이 걸리게 된다. 이에 따라 O형은 줄어들고 다른 혈액형은 늘어난다. 혈액형에 따라 특정 질병에 잘 걸린다는 사실은 1960년대부터 조금씩 알려졌다. 1980년대 후반 연구결과 콜레라의 경우 O형이 쉽게 걸리고 AB형은 가장 저항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AB형의 경우 콜레라 세균이 든 물을 먹어도 쉽사리 설사를 하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콜레라에 약한 O형은 말라리아나 여러 종류의 암에 다소 덜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는 ‘게놈’이라는 책에서 “고대 인디언의 미라는 거의 A나 B형인데 현재 아메리카 인디언이 주로 O형인 이유는 성병이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O형은 다른 혈액형보다 성병에 덜 민감한데 고대 인디언 주거지역에 성병이 크게 유행한 흔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종마다 혈액형의 분포는 조금씩 다르다. 한국인은 A형이 34%로 가장 많다. O형(28%), B형(27%), AB형(11%)이 뒤를 잇는다. 일본인은 A형이 38%, 중국인은 O형이 42%로 가장 많지만 베이징 지역 중국인은 B형이 32%로 최고다. 반면 영국인은 O형이 47%, 프랑스인은 A형이 47%로 가장 많다. 유럽인은 동양인보다 B형과 AB형이 매우 적은 편이다. 인디언처럼 유럽에서는 ‘B형 남자’가 살기 어려운 어떤 원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서울아산병원 혈액은행에 따르면 한국인 중 가장 많은 A형은 위암과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다른 혈액형보다 다소 높고 O형은 십이지장궤양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 의대 권석운 교수는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도 혈액형이 있다”며 “특정 미생물은 자신과 혈액형이 비슷한 사람에게 더 잘 침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동물도 혈액형이 있는데 개는 사람의 A, B형과 거의 비슷한 혈액형을 갖고 있어 애완견끼리 수혈을 할 때에는 사람처럼 혈액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혈액형 성격학은 ‘별자리 성격학’처럼 말도 안 되는 가정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영국에서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2004년 11월 24일 수요일
[기사]혈액형…“성격과 무관 질병과 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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