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 때 울 학교 운동장은 참 특이했던 것 같다.
세상에 그렇게 물이 잘 빠지는 운동장은 처음 봤다.
비가 조금 와도 구보는 하는 데, 운동장에 물이 차면 안해도 된다.
장마철에 아무리 비가 와도 몇 시간이면 물이 빠져버린다.
2.
첫 날 구보는 정말 추웠다. 3월 새벽. 무슨 군대처럼 말이다. 음악 소리가 퍼져나오면
쨉싸게 이불을 개어놓든 던지든 해서 벽장에 집어넣고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해는 아직 뜨지도 않아서 앞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 시간이 체조하는 시간인 줄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았다.
뭐가 보여야 말이지.
선배들의 농간에 넘어간 친구들은 교복까지 차려입고 나왔다.
그냥 대충 버티다 들어가면 되는 시간인데..
3.
체조보다 차라리 동네 한 바퀴를 뛰는 게 나았을 꺼라는 생각도 든다.
윤리 선생님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 학교 초기에는 동네를 한 바퀴 뛰었단다.
(동구에 있는 과학관에 과학고가 있던 시절에..)
쪽팔리게 아침마다 "과학고교"라고 4박자 맞춰서 외치면서 뛰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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