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9일 금요일

[기사]원조 명동돈까스/양배추 반찬에도 20년 경험 녹였다










원조 명동돈까스/양배추 반찬에도 20년 경험 녹였다
[이코노믹리뷰 2004-11-18 14:24]









"생기발랄하던 단발머리의 여행원들이 이제는 중년 아줌마가 돼 아이들 손을 잡고 가게를 찾아옵니다. 세월이 지나고 명동도 많이 변했지만, 20년 전 맛본 돈까스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 한식, 양식, 중식 등 각종 음식 업소들로 넘쳐나는 젊음의 거리 명동. 이곳에서 20여 년째 ‘돈까스’ 하나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동돈까스’의 손정찬(70) 사장.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었지만, 이 집의 정성어린 음식 맛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젊은 시절 야구 선수로 명성을 날렸으며, 증권 회사에서도 근무했다는 손 사장이 자신있게 제시하는 맛의 비결은 바로 ‘소스 ’.

창업 당시인 지난 83년 일본에서 소스 제조 비결을 배워 개량을 거듭한 끝에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맛을 낼 수 있게 됐다는 그는, 돈까스에 딸려 나오는 야채 하나에도 이 집 고유의 20년 경험이 녹아 있다고 귀띔한다. “냉장실에 일정 시간 양배추를 저장한 뒤 잘게 썰어놓으면 씹는 맛이 일품입니다. 물론 저장 시간이 노하우입니다. 지금도 야채를 먹기 위해 가게를 찾는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튀김 기름을 하루에 두 차례 교환하는 것은 기본. 기름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산성화돼 돈까스의 맛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이 손 사장의 설명. 그는 또 서비스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파트타이머들은 소속감이 없다 보니 회사를 향한 로열티(loyalty)가 부족해 고객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라는 설명. 그래서 이 음식점에는 창업 초기부터 그와 고락을 함께 해온 아줌마 사원들이 적지 않다.

요즘도 매주 한두 차례 아침 조회시간에 직원들에게 고객만족을 강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명동에 많이 생긴 일본의 유명 돈까스 브랜드 체인점들을 큰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이 로열티를 물고 일본에서 브랜드를 들여와 운영하고 있는 돈까스 체인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메뉴는 다양하지만, 야채나 고기 맛이 과거 일본에서 맛본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브랜드는 빌려 올 수 있지만 수십년 전통의 일본 업소들의 노하우를 들여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그는 현재 두 곳인 매장을 더 이상 늘릴 생각이 없다고 한다. 체인점이 늘어나다 보면 음식의 품질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씨가 돈까스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지난 83년이었다. 명동돈까스의 공동창업자인 윤종근 회장과 함께 명동에서만 4개의 반도패션 점포를 내면서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지난 80년 12.12 군부 쿠데타는 인생 항로를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된다.

당시 반도패션이 LG로 넘어가면서 경영 일선을 떠나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휴식차 방문한 일본에서 뜻하지 않은 창업 아이템을 얻게 됐다고 한다. “메구로역 인근에 위치한 한 돈까스 업소에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봤습니다. 20분 이상을 기다려서야 입장할 수 있던 이곳이 지금도 명성이 자자한 돈끼돈가스였습니다. ”

그는 윤 회장과 번갈아 일본을 방문해 이 가게의 주인을 설득했다고 한다. 가게주인은 가르쳐준 그대로 맛을 유지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은 뒤 노하우를 전수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청소하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한 그는 돼지고기 숙성법, 소스 제조법 등 핵심 노하우를 사사받아 83년 명동에 명동돈까스를 세우게 된다. “호텔 돈까스보다 훨씬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유명인사들이 자주 찾게 됐습니다. LG그룹의 구자경 회장,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현인 씨와 김희갑씨, 김상겸 씨 등이 단골 고객이었습니다.”

원조 돈까스점 창업자로 명성을 날려온 그에게도 요즘 불황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IMF 때도 끄떡없던 명동돈까스도 작년 중순부터는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증권사나 은행들이 여의도로 빠져나가고, 패션 매장이나 음식점 등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젊은이들이 주요 고객으로 부상한 것도 부담거리다.

일본식 라면을 식단에 추가,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부단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기호를 파악하기가 영 어렵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그러나 20년 전 일본 돈끼돈까스 주인에게 다짐했던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인근의 설렁탕집 ‘백송’이나, 종로의 ‘하동관’에 가면 우리 고유의 설렁탕이나 곰탕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명동 돈까스도 20년 전 돈까스 사업에 뛰어들던 당시의 초발심(初發心), 돈끼돈까스 주인에게 받았던 그 감동을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명동돈까스 성공 노하우

1. 한국인 입맛에 맞는 독창적인 소스 개발

2. 서비스가 생명…아르바이트생 절대 안써

3. 저렴한 일본식 라면 추가 고객저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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