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4일 일요일

용어의 단절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했을 때, 학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용어의 단절이다.


학문은 용어에서 나오는 것인데,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용어들은 대학에서 대부분 다시 정의된다.
이공계 같은 경우는 특히 심해서 용어가 국어에서 영어로 바뀌면서
연결고리를 잃어버린다.


대학 1학년 수업의 초반 30%는 사실상 고등학교 과목의 복습인데,
연결고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그동안 쌓아올린 지식이나 사고들 위에 쌓이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면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은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특히 물리나 수학같은 과목에서 심했던 것 같다.
갑자기 내가 알고있던 수백, 수천개의 용어가 영어로 바뀌면서
적절한 사고의 연결고리를 다시 잇지 못했다.
차라리 어려서부터 영어로 된 용어를 사용했다면 그런 대단절(chasm)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사고체계는 associative하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한글-영어 mapping table을 몇 개 외운다고 해서 그 단절이 메워지지 않는 다.
"직선과 선분"의 관계가 "straight line과 segment of a line"에서 똑같이 연상되지 않는 다.
"원과 타원"은 뭔가 비슷해보이지만 "circle과 ellipse"가 되면 과연 이것들이 어떤 성질을 공유하는 지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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