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는 교내 도서관 사서였다.
고등학교 내신에 봉사활동 점수가 필요한데,
도서관 사서를 하면 봉사 점수를 준다길래 얼른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말 외에는 자유시간도 없고
따로 봉사활동할 시간이 없으니까. 시간을 아끼려고 남들 쉬는 점심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줬다.
나름대로 괜찮은 일이었던 것 같다.
선배들은 상당히 자부심도 있었다.
대략 나는 슬렁슬렁하다가 말았지만 선배들은 열심히 한 것 같다.
(나름대로 엘리트라는 생각 같은...)
그냥 사서인데, 뭐가 그리 대단했는 지는 모르겠다.
선배들은 아무튼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잘 해내라고 격려해 주었다.
매일 밥을 먹자마자 바로 달려가서 30분 정도 열었던 것 같다.
학교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다.
한 5~10명 정도 와서 빌리면 많이 오는 거였다.
다들 입시 공부하기도 빠듯한 고등학생들이 한가하게 소설책이나 읽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국어 시간에 독후감 숙제 내줄 때만 인기였다.
책장은 한 7~8개 쯤 있었으니 책도 500권 쯤은 있었으려나..
사서를 하면서 한 권씩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 데,
장부 기재하고 책에 테이프나 레이블 붙이느라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다.
그냥 제목만 실컷 읽어봤다.
쾌쾌한 책 냄새 속에 묻혀살아서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왠지 학창시절에 관한 연예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도서관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하지 않던가..
다 뻥인 듯 싶다. 1년 내내 있어봤지만 그런 커플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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