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 다녀왔다.
용이 월요일에 4주 훈련을 들어간다고 해서 같이 가서 이것 저것 사왔다.
양말, 속옷, 깔창 등...
깔창은 두툼한 고무로 된걸 골랐는 데, 미국 군화에 들어가는 거란다.
아무튼 그거 하나랑 일반 깔창을 하나 샀다.
그냥 얇은 깔창은 지하철 출구에 있는 할머니한테 사는 게 정석이라는 군.
양말 6켤레, 삼각팬티, 런닝 각각 4벌, 손에 딱 맞는 검은색 면장갑, 귀덮개를 샀다.
전부 국방색으로..
양말 : 2,500 x 6
팬티: 3,000 x 4
런닝 : 4,000 x 4
장갑 : 3,000
귀덮개 : 3,000
국방부 물품이라 더 싼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요즘 세상에 군대 안가면 누가 그런 색을 입겠는 가.
아주 실용적인 것 같기는 하다.(싸고 색이 어두우니까.)
이런 것도 제대로 보급 안해주는 한국군이 웃기기도 하고.
상당히 부피가 컸는 데, 포장지를 제거하고 전부 다시 접으니 많이 줄었다.
훈련갈 때 잘 숨겨놔야 할텐데.. (철모나 군복, 관물대 등에 나눠 숨겨야 겠다.)
아무튼 인생.. (12월 말에 가는 건 생각만 하면 짜증나는 데, 2년이나 있는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뭐 나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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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도깨비 시장 뒤에 리어카가 10대 쯤 있는 데, 거기 두 줄로 쌓아놓고 팔고 있다.
역시 수요, 공급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시장이 있기 마련이니까.
장사꾼들 역시 무섭다. 특히 동대문, 남대문은 흥정이 힘들다.
백화점이나 매장들은 정찰제이고 사이즈도 다 있고 편한데,
시장은 역시 말빨이다.
용도 시장 상인에게 넘어가서 자신보다 큰 치수의 옷을 사고 말았다. (결국 다시 가서 교환하긴 했지만.)
이것저것 다 팔아먹는 다. 좀 더 어리버리하게 갔으면 소총이나 탱크도 사왔을 지도 모르겠다.
"이거 말이지 14만원짜린데, 4만 5천원에 파는 거야."
"군대 가려면 다 필요해. 이것 저것 많이 사야하지."
"군인은 아주 사이즈나 다 입는 거야. 다 맞아."
"우리 이거 마진 1%도 안돼."
신기한 물건들도 많았다. 선글래스, 쌍안경, 물통 같은 군용 물품들말이다.
60대 아저씨들이 부인과 함께 쇼핑와서 주로 사나보다.
아마도 젊었을 때 해병대나 특전사였겠지.
아니면 극우 혹은 전쟁 영웅, 6.25 혹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일까?
아무튼 1950년 인천 상륙작전 때 맥아더 장군 패션이 지금까지도 유행하는 유일한 동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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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더 가면 남대문 길도 점점 알아갈 것 같다.
이제 적어도 4호선 남대문 역과 2호선 시청역을 혼동하지도 않고
수입상가와 도깨비 시장의 위치도 알았고, 시청 광장 등도 아니까. 방향은 잡은 셈이다.
역시 남대문보다 동대문이 훨씬 크고 복잡하다.
근데 남대문은 체계가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 뭘파는 지 모르겠다.
동대문도 헷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좀 모여있는 것 같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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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디카 살 때 갔었던 시청역 근처 추어탕 집을 다시 찾아갔다.
한 번 밖에 안 가본 곳인데, 다행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토목업자라서 나도 길눈이 밝은 가보다.)
추어탕 집은 닫아서 옆에 있는 설렁탕 집에 갔다.
시장에서 사먹을 까 생각도 해봣는 데,
너무 복잡하고 지저분해 보여서 괜찮은 식당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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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역시 협상의 대가들과 함께 가야한다.
나 같은 사람은 어리버리해서 서있기도 힘들다.
특히 손님 말꼬리를 자르는 상인에게는 속기가 쉽다. 말빨이 좋으니까.
그럴 때는 나도 정보를 좀 가지고 가서 그 사람 말꼬리를 다시 잘라야 한다.
그리고 한 번에 다 사지말고 조금씩 사면서 앞으로 전진. 다음 가게에 들러서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할머니 상인들이 마진을 적게 남기는 것 같다. 말수도 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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