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7일 일요일

교육사업

교육사업도 참 괜찮은 사업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음식 사업보다는 전문적이라는 점은 있다.
전문성으로 따지자면 건설업과 비슷할 것 같다.


early adapter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역시 치맛바람이 센 아줌마들이다.
그리고 학생들 중에서는 공부 잘하는 상위권 학생들을 잡아야 한다.
상위권 학생들은 장학금을 지급해서라도 다니게 하면 입소문이 나서
그 친구들을 따라 많은 학생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경시대회 몇 명 입상"
"과학고 몇 명 진학"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률 xx%"


마케팅 방법도 가지가지다. 콧대 높게 권위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원은 명문대,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지신 선생님들만 모시고 있습니다."
"엄선된 인재만 선발합니다. 선발 시험이 따로 존재하지요."
그런 학원 많이 다녀봤는 데, 장난이 아니다. 매달 시험봐서 반을 재편성하기도 한다.
서울대반, 연고대반, 의대반, 과학고반, 일반반, 성취반 등...


수업도 학교보다 1~2년 앞서 가기도 하고 진도를 학교보다 2~3배 빨리 진행해서 2~3번 반복학습을 시키기도 한다.
(중학생에게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2~3번 반복해서 가르치는 방법이 많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권위로 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절반 쯤 된다.
매일 재미있는 유머와 입시 위주의 꽁수를 많이 가르쳐 준다.
과학이라면 이상한 편법 공식을 써서 많이 외우게 만든다.
과학 이론에는 어긋나지만 아무튼 그렇게 풀어도 답은 나온다.
입시 시험에 나오는 범위는 한정되어 잇으니까.
영어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영어 단어나 영어 문제는 패턴으로 외운다.
패턴을 100~1000개 정도 마스터 하면 한 과목이 끝난다.
"전치사 앞에 xx사가 있으면 그것이 정답"
"xx동사는 절대 시험에 안나옴. 타동사이면 xx가 정답"
시험 점수는 올릴 수 있지만 실력에는 도움 안되는 걸 참 많이 가르쳐 준다.


그리고 수업을 들어보면 경력이 많거나 학원의 임원, 부장급 선생님들은
거의 사업가 수준이다.
돈 많아 보이는 아이들만 칭찬하거나 따로 불러서
"얘들아(어머님~), 남들보다 앞서려면 개인 교습 클래스나 더 비싼 수업을 들어야해.
 네가 지금 듣는 건, 그냥 normal class라서 특별한 비법은 안 가르쳐 준단다."
"애가 참 영특한데, 노력이 부족하네요. 저희가 노력하는 아이로 만들어 드립니다."


같은 선생님에게 200명이 듣는 수업과 5명이 듣는 수업 다 들어봤는 데,
극성 엄마들이 보기에는 5명 듣는 게 나을 것 같지만 수업 내용도 똑같다.
어차피 입시 교육은 질문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
패턴과 정답이 존재할 뿐이니까.
5명이 듣는 다고 해서 한 시간내내 질문할 틈도 없고
호기심 많게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온다.
"음.. 네 질문은 수능에 안 나온단다. 그런 질문은 잊어버리든지, 나중에 대학가고 성공한 다음에 고민해 보자."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더 행복해진다.
매번 '입시 강연회', '입시 설명회', '변화된 입시 전략 대응 모임'을 열어서 마케팅을 한다.
"어머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입시에는 새로운 학원이 필요한 것입니다."
"학교만 가서 어떻게 입시를 쫓아갑니까?"
"저는 입시 30년 전문입니다. 입시부장, 고3부장, 입시팀장.."


등,하교길에 알바들 풀어서 전단지도 돌려야 하고 아파트촌에도 뿌려야 한다.


강사들도 왠지 professional해 보여야 한다. 피부관리도 하고 옷도 멋지게 입고 고급차도 몰고 다니게 한다.
(사실 많이 벌면 다 그렇게 된다.)
얼짱 강사도 좀 고용할 필요가 있고, 강사니까 말빨은 필수.


서한샘 아저씨처럼 "빈 줄 쫙~" 같은 유행어도 만들어야 한다.
멋진 별명도 필요하다. "대성학원 물리선생 강제비", "입시 소크라테스", "신화 달성"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