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 힘든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초등학교를 처음 가던 날,
중학교를 처음 가던 날,
고등학교를 처음 가던 날,
대학을 처음 가던 날,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 가서 내리던 날.
내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 아무 것도 몰랐다.
무슨 과목을 배우게 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내 옆 자리에는 누가 앉을 지.
주변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겨우 한 명 있거나 전혀 없었다.
화장실은 어디 있는 지, 수업이 끝나면 뭘 해야 할지.
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내 옆 사람들은 내 친구가 되어 주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 누구나 내게 도움을 주었다.
혼자인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내 옆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다들 희망과 기대와 불안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대학에 와서 첫번째 수업을 듣던 날이 생각난다.
강의실을 몰라서 대학 1호관을 이리 저리 헤매고 있을 때,
내 바로 앞에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이런;;'
그는 뒷 모습은 한국인 같았는 데, 서남아시아인이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뭐라고 해보려다가 강의실 번호를 보여줬다.
그는 친절히 나를 강의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유럽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독일어만 할 줄 아는 사람, 불어만 할 줄 아는 사람,
체코어만 할 줄 아는 사람, 이탈리아어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나를 도와줬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한 번도 제 시간에 가고 싶은 곳에 도착하지 못한 적도 없고 1Km 이상 목적지를 벗어난 적도 없었다.
도무지 보일 것 같지 않던 것들도 계속 걸어가면 다 찾을 수 있었다.
한달짜리 훈련소에서도 그랬다.
등에 지고 1분도 못 버틸 것 같이 무거운 군장을 메고 밤새 걸었다.
자정무렵부터 시작해서 해가 뜰 때까지 개울을 건너고 언덕을 넘고
꽁꽁 얼어버린 얼음도 깨먹고.
가면 사람 병신되고 바보 되서 돌아온다고 하는 진짜 군대도
다들 멀쩡하고 당당하게 제대해서 하나씩 돌아오고 있다.
평균 수명이 30살 밖에 안되고 매일 늑대와 사자랑 싸우고
왕이라고 해도 가진 재산이 천막 10개와 꿀단지 3개 밖에 없는
아프리카 부족민들도 잘 살고 있다.
세상 자기하는 일이 쉽다는 사람 하나도 없고
못 살겠다, 죽겠다고 말하지만 다들 잘 살아가고 있다.
정말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웃고, 울 수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