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대학가요제

결국 저녁식사 후에는 대학가요제에 말려서 놀았다.
울 학교에서 했던 행사 중에 가장 큰 것일 듯.
울 학교 공식 응원단만 500명이나 갔으니까.


나도 7시 쯤에 가서 이리저리 security line을 돌아서
오리연못 쪽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서서보기도 하고
40분 정도는 스크린만 봤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이리저리 옆으로 끼어들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면서
2부는 약간 앞으로 가게 되서 앉아서 보게되었다.


김용만 아저씨도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이효리도 사회 봤다. +.+
(다들 이효리 구경하러 온듯)
대학 가요제 역대 수상자들이 대부분 초대가수나 심사위원으로 왔다.
배철수, 노영심, 우순실, 성시경, 김현철, 김동률, 버즈, 휘성, 거미, 윤도현 밴드
김동률이랑 윤도현 밴드가 역시 제일 인기있었다.


울 학교 강적도 상당히 공연을 잘했고 대부분 팀들이 거의 프로 같기도 했다.
(수상자들은 대부분 괜찮았다.)
울 학교 사람들이 그렇게 응원 열심히 하는 건 처음보는 것 같았다.
결국 강적은 인기상을 받았는 데, KAIST 사람들이 정말 투표를 많이했다.
imbc ID가 있어야 1표씩 투표하는 데, 사람수도 적은 학교에서 그렇게 많이 투표하다니.
대상 수상자 발표 때보다 인기상 수상자 발표 때 함성이 훨씬 컷다.
홈 그라운드가 다 그렇지뭐..


마지막 팀은 사실 안 들으려다가 예의상 좀 더 앉아있었는 데,
노래를 가장 잘했다. 몇 마디 듣는 순간 우승할 꺼라고 생각했다.
여자 보컬이 자우림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Ex'라는 팀이다.
출연자 중에 얼굴도 제일 낫고 노래도 술취한 가사가 재미있네.
율동이 약간 귀여움와 유치함도 있긴하다.


코리아소리라는 팀이랑 춘향이, 각설이 나오는 팀은
국악이랑 cross-over로 퓨전한 것 같다.


서강대 킨젝스는 인기투표에서 강적 다음이라서 상 받을 줄 알았는 데,
아무상도 못 받았다. 상당히 잘 했고 점수도 높은 편이었는 데.


점수는 역시 노영심이 이미지답게 가장 후하게 주었고 그 다음은 배철수.
PD들은 다들 점수를 짜게줬다.
작년에 회사 세미나 때 봤었던, 주철환 PD도 왔다.
역시 MBC 예능국의 큰 행사에는 주철환 PD가 꼭 오는 것 같다.


경찰도 중대병력쯤 온 것 같고 경호원도 많았고 자봉단도 많았다.
나도 앞으로 밀고 갈까 생각했는 데, 자봉단 후배들이 고생하는 걸보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리 강제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어차피 3시간동안만 버티면 되는 거니까 약간씩 무너지는 건 상관없다.
완전한 chaos가 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날씨가 너무 쌀쌀해서 점퍼를 입었는 데도 다리가 추웠다.
3시간 행사인데, 1시간마다 화장실 다녀오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역시나 커플들의 압박.


노홍철도 와서 막간에 계속 출연했다.
창의관 1층 유리창이 큰 방이 대기실로 쓰인 것 같았다.
사실 처음에 그 옆에 자전거 세워놨었는 데.
노홍철씨 형이 KAIST 산공과 학,석사 출신이고 이제는 직장인인데
아무튼 2~3초간 출연해서 노홍철과 개그를 좀 했다.
2부 시작에는 카이스트 합창단(코러스) 공연도 하고
러플린 총장님도 10초간 출연.
우리 학교가 세상에 알려지기 위해 요즘 노력도 많이 하고
정말 파워있는 학교인 것 같다.
대전에 있는 학교가 서울에 있는 학교 수준의 행사를 유치하다니.
(이번에도 노영해 교수님이 힘 좀 쓰셨겠지.)


스크린도 행정동 위와 세트에 크게 하나씩 걸어두었다.
세트가 특히 멋있어서 엘리베이터도 있고 회전식으로 밴드가 출연하기도 하고
문이 열리면서 가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조명도 서치라이트식으로 4개 달려서 하늘에 비출 때도 쓰고
정면을 비출 때도 골고루 썼다.
포크레인 식으로 된 카메라도 5~7m 길이 쯤 되는 거 2대.
5층 건물 높이쯤 된 크레인 같은 것도 3대,
일반 방송용 카메라도 2대 있었다.
그 외에 이동식 카메라 다수.
행정동과 과학도서관 옆 잔디밭이 그렇게 넓은 줄 미쳐 몰랐다.
세트를 꾸미기에 충분히 컸다.


오리연못에 장사꾼들이 몰려와서 커피, 감자, 오뎅, 음료수, 라면, 스틱, 팔찌 등.. 여러가지 팔았는 데, 장사는 거의 안된 것 같다.
과학도서관은 당연히 화장실까지만 들어갈 수 있고 폐쇄.
서점은 장사하느라 열어둔 것 같았다.


리허설 때 모든 공연을 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동영상이 돌고 있네.
사실 나도 어제 교양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리허설 음악은 다 들었다.
소리가 워낙 커서 다 들리더군.
오늘은 조금 익숙한 기분으로 노래들을 들었다. ㅎㅎ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고 행사 때는 확실히 노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평소에 열심히 해두면 이럴 때 얼마나 편하게 놀겠는 가.
어차피 이럴 때는 공부하려고 해도 집중도 안된다.
대학 생활에 추억도 하나 남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참 좋은 행사인 것 같다. 병특 중에 생각했던 것처럼 학교 문화 행사 꼬박꼬박 구경가야겠다.


공연들을 보면 우울함도 가시고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욕도 생기고 열정적인 사람이 된다.
사람은 누가 끊임없이 격려해주지 않으면 항상 의기소침해지고
삶의 에너지을 잃어버리는 존재니까.
"여러분은 지금이 얼마나 좋은 시기인지 몰라요.
 실수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열정이 있고 지치지 않는 시기예요.
 젊음을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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