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KBS까지는 잘 안 보였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전파 망원경 3개, 천문 연구원 옥상의 돔, 생명과학연구소의 온실들, 테니스장
엑스포 과학 공원의 롤러코스터, 한빛탑.
초등학교 때 한빛탑이 처음 지어질 때는 에펠탑만큼 명물이 될꺼라는 유머가 있었다. 산 속에 있어서 잘 안 보이는 게 약간 단점이다.
풍력 발전기, 태양열 발전기.
산과 나무로 둘러쌓인 도시.
정말로 한적하다.
위로 올라가니까 바람도 불고 추울꺼라고 생각했는 데,
오히려 햇빛 때문에 따뜻했다.
어둡고 칙칙한 기숙사 복도보다 밝고 넓은 옥상이 훨씬 나았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옥상에서 빨래도 많이 널 수 있고 혼자 권투 연습 같은 걸 해도 되겠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도 옥상에서 권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다리를 타고 피뢰침과 안테나가 있는 곳까지 한 칸 더 올라갔다.
세상이 좀 더 잘 보였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내가 10년 전 살고 싶었던 그 동네에서 살고 있는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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