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2일 수요일

회사

복학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회사를 다녀서 3년간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우연히 후배의 프로그래밍 숙제를 디버깅해주면서 생각해보니 나의 후회는 틀린 것이었다.
아마 3년 전이었다면 1~3학년 후배의 숙제를 도와주지 못했을 것이다.


3년간 내가 무엇을 했는 지 생각해보면 그 전 3년간 전산과에서 배운 수업을 복습한 것이었다.
3년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기초를
회사에 다니면서 다시 배우면서 다지게 되었다.


전산과 4학년이 될 학생이 Exception handling, protection이 왜 중요한지, 그것들이 무엇을 하는 지도 몰랐다.
변수 scope도 제대로 몰랐고 memory allocation과 release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CVS, Makefile, vim의 기본적인 사용법도 회사에서 배웠고
TCP/IP, socket programming, system programming, SQL, Web도 배웠다.
여러가지 프로그래밍 툴들을 찾는 방법, document를 찾는 방법, 읽는 방법,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 질문하는 방법, 가르쳐주는 방법, 메모하는 방법,
일을 찾아서 하는 방법,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법.


학교의 DS, SP, PL, OS, 기타 Project과목들 시간에 배워야 할 내용들을 그 때 배우지 못하고
전부 회사에서 실무를 하면서 배운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때 어떻게 학점을 받았는 지,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대충 어물쩡 점수만 받아 챙긴 것 같아서 부끄럽다.


이대로 대학원에 갔으면 얼마나 인생을 더 낭비했을 까?
기초도 모르면서 시간만 흘렀다면 advanced class도 계속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초반에 느리더라도 내 인생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조금 늦더라도 더 늦기전에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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