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0일 금요일

Imagination

구체성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은 막연하기만 하다.
아무리 고민한다고 현실을 가지고 고민만 하는 건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Uncertain and risky한 미래를 단지 직업과 연봉만 가지고 계산하는 것도
웃기는 일인 것 같다.

경제학적으로보면 물론 연봉, 연봉상승률, 이직률 등의 숫자 놀음이겠지만 나의 인생이 그렇게 단순할 수는 없다.
연봉 2,000보다는 연봉 1억이 아마도 행복할지는 모르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다. 감옥에서 매주 168시간씩 갖혀있는 것인지, 나만의 행복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더구나 내가 가지게 될 직업은 과거의 숫자를 외삽해서 미래를 찍어내는
점쟁이 같은 경제학자나 현재의 일에 집착하고 세상을 보존 유지하는
회계사, 변호사, 의사, 공무원 같은 직업은 아닐 것이 확실하다.
그들보다 교과과정상에서 숫자를 더 많이 다루고 복잡한 수식들과
노가다가 도사리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다.

정해진 평가 점수에 의해 학위와 지위가 결정될 수가 없다.
음. 뭐 평가는 있겠지만 4지 선다형 객관식도 아니고 n점짜리 평가 문항으로 정형화 될 수도 없다.

수치화, 정량화 될 수 없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과학, 공학 중에서도 숫자를 가지고 하는 놀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저급한 것 같다.
"미국과의 정보통신 격차가 2년"
"DRAM의 용량 2배로 늘리기"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노력"
이런 비교와 경쟁이 되는 것들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왜 외국 사람들이 해놓은 것을 따라가려고 해야 할까? (따라잡으려고)
그냥 가져다 쓰고 다른 거 하면 안되나?
국산화에 애쓴다고 reinventing을 해야할 필요는 뭘까?
외국제가 더 좋으면 그거 그냥 쓰고 우리는 다른 거 만들어서 팔면 되지 않나?

ETRI, 삼성전자, LG, NHN ... 이런 것들 중에 객관식으로 골라야 된다는 것도 싫다.
입사 몇 년차까지는 어디가 초봉이 좋으니 거기로 가고
몇 년 이후로는 어디로 이직을 해서 가늘고 길게 오래 버티고
연금은 어디가 잘나오니 거기로 받자. 이런 것들.

화두도 내 맘대로 던지고 문제도 스스로 내고 주관적으로 답하고
남들이 제시한 것을 해결하고 그들의 구미를 맞추는게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 뭔가를 제시하고 그 중에서 고르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SKT, 정보통신부 등에서 문제를 주고 공개입찰을 시키는 것이 과학과 학문은 아닌 것 같다.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먼저 문제를 제기해서 세상을 설득하는 게 옳은 것 아닐까?

인터넷이 10배 빨라지고 대역폭이 몇 배가 되고 가격을 1/2로 낮추고
그런 것들은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시간 지나면 나말고 누군가가 다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것을 잘해서 남과 내가 달라질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에디슨의 전구라든지, 질레트의 안전 면도기 같은 것들이 돋보이는 것 같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누구와 경쟁하면서 만들거나 누가 시켜서 만들었던 것이 아니다. 국가 핵심 육성 산업도 아니었다.

Ubiquitous(IT), nano(NT), 줄기세포(BT)가 지금 보기에 돈이 된다고 다 그것만 해야될까?
이미 돈이 된다고 인정됐으면 나말고도 할 사람은 무진장 많다. 정부도 10원도 안 내놔도 많은 기업들이 돈도 다 낼 것이다.

이런 것들은 나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CG랩에 알짱거리면서 물어보면 SIGGraph같은 학회에서도
기존의 결과를 향상시키는 논문보다는 남들이 안해본 것을 시도한 기발한
것들에 더 높은 평가를 준단다.
(내가 가상으로 예를 들자면 '블라블라 알고리즘 계산시간 20% 향상'보다는
'사진 몇 장과 알고리즘 이것저것을 엮어 만들어 어떤 분야에 이용.')

방학이나 주말 같은 좋은 기회에 남들이 풀어놓은 문제집 같은
수학문제나 C++, Perl 문법 공부 따위는 좀 접어두고
세상에 필요한 게 뭐가 있을 지 열심히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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