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25일 토요일

활동반경

사람이 역시 방에 박혀있으면 금방 어디든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점점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 간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는 하룻밤에 500Km씩 이동하기도 해서 세상이 그렇게도 좁게 보였다.
서울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천안을 당일치기로 관광하는 정도로 돌아다닌적도 많았던 것 같다.
(로마-나폴리, 모로코-니스-깐느, 뮌헨-퓌센, 뮌헨-짤츠부르크 등..)

반면에 학교에서는 저 코 앞에 있는 매점조차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왕복 10분)

참 사람이란게 알 수가 없다.
중학교 때만 해도 매일 45분 씩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학원에 잘만 다녔었는 데 말이지.
45분 버스타고 가서 3시간 수업 듣고 돌아올 때는 밤이라 버스들이 난폭해서 30분 쯤.

저 밑에 자전거로 5분이면 가는 전산동이나 10분이면 가는 쪽문도 왜 이리 나가기 싫은 거냔 말이야?
사실 생각해보면 KAIST가 고립되어 있다는 것보다 세상으로 나가볼 생각을 안해서 그런 것 같다. 기숙사가 갑천 건너편에 있었다면 다들 멀리 다녔을 텐데, 학교 안에 있으니 절대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하게 된다.

처음 과학고와 KAIST에 들어갔을 때는 다른 생각 안하고 공부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 데, 세상과 너무 거리를 가져서 이제는 뭐가 세상에 필요한 건지 모르게 되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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