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3일 금요일

유럽여행 - 힘들었던 순간들

뭐 솔직히 물리적으로 위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주로 비가 오거나 길을 잠시 잃어서 당황했을 뿐.
특히 비가 오면 너무 추웠다. 한여름이라 얇은 옷 밖에 없었는 데.

. 영국 첫 날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역들이 테러 위협으로 폐쇄되서
인파 속에 치어 있다가 버스를 2번, 지하철 2번 갈아타고 4시간만에 숙소까지 갈 수 있었다.
보통 1시간이면 가는 거리인데. 미리 생각해뒀던 교통수단들을 이용할 수 없어서
옆에 있는 인도인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갔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외국여행이었는 데, 첫 날의 고생은 여행 중에서도 제일 심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후 여행에 쉽게 적응하게 됐다.

. 영국 둘째 날
여행 기간 동안 잠시 졸다가 역을 지나친건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밤늦게 거의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오는 데, 졸다가 환승역을 지나쳐서
숙소에 못 가는 줄 알았다.
택시를 탈까했는 데, 어느 이상한 역에 내려서 주변에 깜깜하고 아무 것도 없더군.
무서웠는 데, 다행히 마지막 지하철이 또 왔다.
그리고 2번째 환승역에서는 영국인들이 가득해서 놀랐다.
동양인은 나밖에 없다니, 이게 정말 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차가 끊긴 줄 알았는 데, 20분만에 지하철이 오니 다들 박수를 치고 타더군.;
그들도 의심반, 초조함반으로 지하철을 기다렸나보다.

. 영국 마지막 날
영국도 비 많이 오는 걸로 유명한 데, 체류기간 동안 비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지막날 비가 무진장 내려서 노숙자 되는 줄 알았다.
체력이 떨어져서 맥도날드 2층에 가서 좀 졸다가 왔다.
그리고 사실 그 날 밤에는 지옥의 공항 노숙을 8시간 겪고 뮌헨으로 날아갔다.
뮌헨가는 ryanair에서는 모든 승객이 다 졸더군.

. 뮌헨 첫 날
숙소에 들어가자마다 노숙의 피로를 씻기위해 잠들었다.
2시간 뒤에 깨보니 mummy처럼 바싹 말라서 죽을 뻔했다.
마실 물도 안 팔고 말이지.

. 뮌헨 둘째날
야밤에 독일을 싸돌아다니는 건 참 위험하다.
(네오나치, 스킨헤드들을 만나면 제삿날이라나..)
맥주 잔뜩 먹고 기차 끊기기 직전에 돌아왔다.

. 빈 첫째날 낮
도착이 10분 늦어서 오페라를 놓쳐버렸다.
폭우가 쏟아져서 관광포기. 슈니첼 먹고 일찍 잠들었다.

. 빈 둘째날 낮
빈은 마지막날 빼고는 계속 비가 왔다.
한 번은 우산도 없는 데, 비가 와서 길을 해메다가 배도 고파서
피자를 시켜 먹었다. 건물 안에는 자리가 없어서
노천 파라솔 밑에서 먹었는 데, 그나마다 절반만 가려줘서
한쪽 어깨는 비를 맞으면서 처량하게 피자를 뜯어 먹었다.

얼굴 전체를 화장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거리의 예술가들도
다들 비를 맞고 오늘 영업도 끝이라는 표정으로
다들 피자집에 앉아서 피자를 먹더군.

계속 비를 맞기는 좀 그래서 우산 하나 사서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 빈 둘째날 저녁
시청에서 영상제 비슷한 거 한다고 저녁에 다시 갔는 데,
의자만 천 개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그냥 돌아오기 뭐해서 혼자 도나우 강변까지 다녀왔다.
빈에서의 행운은 셋째날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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