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5일 수요일

진로

음, 요즘은 그냥 다시 연구원이나 될까 생각했는 데,
PD수첩 등을 보니 정말 심각한 것 같다.
그냥 의사보다는 월급이 적고 일반 회사원이나 일반 공무원 같은 건 줄 알았는 데, 96년 이후 시스템이 바뀌어서 거의 비정규직인가보다.
KAIST 같은 곳의 문제는 아니고 어디 다른 지방대 출신이나 그런가보다 했는 데, KAIST 석, 박사 출신이 예로 나오니 참혹하다.
나 정도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다면 정말 심각하네.

지난 학기에는 교수님 두분과 상담했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됐다.
"어떤 곳에 취직할 수 있을까요?"
"글쎄, 잘 모르겠다. 연구소도 가고 여기저기 가겠지."
거의 무관심 수준이다.
진학, 진로에 대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라는 말 이외에 뭔가 어떤 길이 있는 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내가 교수가 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은 아니고 그럼 어차피 연구원인데,
연구원이 이지경이면 무조건 대기업에 가야하는 것인가?

작년에 박사과정 선배들에게 물어봤는 데도 별로 영향가 있는 대답이 없었다."그냥 다른 거 하지. 이 암흑의 길로 오지 말고."
"ETRI에서 박사대우 받으면서 취직하려면 힘들고 석사대우를 받으면서 취직하면 좀 더 쉽다."
"나도 취직 안해봐서 모르겠다."
라고만 말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봐도 다들 뭔가 긍정적이라든가 현실적인 대답은 없다.
"나는 박사까지 공부할테니까, 아직 6년이나 남았다."
"그 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
"지금은 내 알바가 아니다. 지금 이상해도 그 때가면 좋아지겠지."
"설마 KAIST 출신이 굶겠냐?"
모두 막연한 대답 뿐이다.

그렇게 안일하게 박사까지 가기에는 지금 미래가 너무 어두운 것 같은 데,
적성이 아무리 여기에 맞아도 생계가 위험할 정도면 다른 걸로 바꿔야 하지 않을 까?
적성과 생계를 얼마나 적절히 조합할 수 있는 거지?

KAIST의 분위기는 참 특이하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세상에 너무 무관심하다. 그래서 취직에도 관심이 없고 돈 버는 데도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뭐 몇 억씩 받겠다고 혈안이 되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만
그래도 능력만큼은 대접 받거나 최소한 생계와 안정은 보장되는 직업을 찾아야 하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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