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일 토요일

잠 못 이루는 밤

빗소리와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소리에 잠 못 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진짜 범인은 아니다.


요즘 왠지 삶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데,
곰곰해 생각해보니 많은 것을 포기하기 때문이었다.


3년 전에는 하나도 포기 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가 나를 괴롭혔고
이제는 뭐든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다.
무슨 일을 하든 대안을 한 3개쯤 준비해두고 대충 한다.
목표를 낮게 잡고 Buffer도 크게 잡기 때문에 쫓기는 일도 없다.
이번학기 수강신청도 적게 했다.


A 아니면 B, B 아니면 C, C 아니면 D.
이런식으로 3~4안 까지 준비해두고 있다.
(KAIST, 서울대, 연세대 등..)
지금 당장은 사실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대안의 창고가 비게될 시점이겠지.
솔직히 지금의 학력으로 이런식으로 살아간다면 35살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경험적으로 KAIST 출신이면 어느 회사든 대충 들어가서 35살때까지는 아무 고민이 필요없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테지?
예상 수명과 이것저것 따지면 65세까지는 일해야 할테고 80살까지는 살아야 한다.
그리고 35살까지는 혼자서 살 수도 있지만 그 때까지는 아마도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 까?
내 의지로는 control이 불가능한 외부의 요인이 생긴다. 아내와 자식.
그렇다고 독신으로 사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45세 이후에 인생의 낙이라든지,
60세 이후에 직장이 없을 때 의지하고 서로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매우 파괴적인 것이 될 수 있다.(자살이라든지, 굶어죽는 다든지.)


열정을 포기한 댓가로 얻은 가벼운 생존을 해야 할까?
아니면 내 살을 태우고 뼈가 부러지고, 심장이 타버리더라도 가슴 뛰는 삶을 살까?
요즘은 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가 없다.
벌써 심장이 뛰지 않는 것 같고 유령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잠도 잘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댓글 1개:

  1. 지금 내 상태라면

    유럽처럼 먹고 살만해지고 복지 국가가 된다면 정말 행복하게 살 지도 모르겠다.

    일본 모델로 간다면 방 안에 콕 박혀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오타쿠 같은 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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