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5일 화요일

절약, 가난

사실 별로 돈 안 쓰고 살고 있다.
스스로는 절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가난, 추리함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는 15만원짜리 바지, 10만원짜리 티나 남방을 사면 깜짝 놀란다.
"녀석 너무 헤프게 사는 거 아니냐?"
"엄마, 아빠 어릴 때는 옷도 물려 입기만 했다."
"언제부터 우리집이 이렇게 잘 살았냐? 재벌 자식이냐?"
"백화점 비싼데, 다리 품 팔아서 동대문에서 사입어라."
그래서 좀 저렴한 것들로 사 입고 다니면
회사에서는
"너무 거지 같은 거 아니야?"
"공대생이라고 그렇게 입고 다니냐? 범생이처럼 골라 입고 다녀요."
"너무 가난한거 티내지마. 사람들이 무시해."
뭐 이런다.


솔직히 집이든 회사든 양쪽에서 다 맘 상한다.
백화점에서 옷을 한 벌 살 때도 부모님의 질책과 팀장님의 놀림이 귓가에 웅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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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0만원짜리 옷 쯤이야 입고 살만큼 벌고 있다.
집 같은 거 사려고 모으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년이면 다시 학생이라 용돈을 타서 쓰던지, 과외를 하던지,
아무튼 씀씀이를 함부로 늘릴 수도 없다.
남들보다 공부 욕심도 많으니까 공부 오래하다보면
30살까지 남들 1억은 모을 때, 빈 주머니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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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70년대 가난한 시대를 사셨던 세대니까 그럴만도 하다.
두 분 다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돈이 없어서 대학도 못 가셨으니까.


팀장님도 뭐 그럴만 하다.
막내 녀석 갈구는 재미로 스트레스도 풀고
사회 생활하는 데, 옷 좀 좋은 거 입고 다니는 게, 도움되는 곳도 있으니까. 영업이라든지, 체면이라든지.
그리고 내 씀씀이가 커지고 돈 쓰는 맛에 좀 빠져야 일찍 복학 안하고 회사의 노예로 좀 더 일해줄 테니까.
회사에서는 내가 복학 좀 안하고 남아서 시다바리로 계속 일해주길 바란다.
일단 써먹기도 좋고 하니까.
솔직히 나도 돈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하면서 월급 200~300만원짜리 인생으로 40살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실력도 키우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인정도 받고 돈도 많이 벌고 하고 싶지.
옷은 좀 싸구려입어도 인생까지 싸구려 인생이 되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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