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30일 토요일

수학

"수학은 어떤 학문일까?"
회사의 한 기획자분(문과출신)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수학을 물리학의 도구라고 말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수학을 물리학이나 공학의 도구라고 말하는 것은 물리학자나 공학자의 생각일 뿐이다.
수학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
과학과 공학이 다른 것만큼 수학과 물리학은 다르다.
공학자들이 자신들을 practical하고 과학자(물리학자)들이 theoretic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물리학자들도 자신들은 pragmatist이고 수학자는 ideologist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지난 2,000년간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아마 없을 거라는 점에서
invinsible하고 conservative하다. 매우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공계의 학문이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증명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물리학은 패러다임의 학문이지만 수학은 패러다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다.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공리가 절대 바뀌거나 깨지지는 않는 다.
수학의 새로운 분야가 덧붙여질 뿐이다.


수학자들이 생각하는 수학은 신의 언어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폴 에르뒤시의 일대기를 다룬 "화성에서 온 수학자"나
엔드류 와일즈를 다룬 "페르마의 대정리"라는 책을 보면 된다.


폴 에르뒤시의 말을 인용하자면
"수학자는 커피를 수학 공식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나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나의 뇌는 언제나 열려있다."
"나는 신의 교과서에 적힌 진리의 문장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고 있는 재미로 살고 있다."


수학을 물리학이나 공학의 도구라고 보는 시각은 뉴턴 때문인 것 같다.
물리학에 정성적인 것보다 정량적인 분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턴과 그 근처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수학은 단지 도구의 학문이라는 오해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뉴턴은 물리학의 도구인 미적분학이라는 수학의 한 분야를 개척했으니 더욱 그렇다.
사실 공학이 물리학을 앞선 경우가 열기관이 열역학보다 먼저 나왔을 때와 비행기가 항공역학보다 먼저 나온 것이 있는 데, 물리학도 디렉 델타 평선이나 미적분에서 수학을 앞선 경우가 있긴하다.


아무튼 수학자들은 자신이 하는 학문이 도구의 학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디(라마누잔과 함께 연구한 바로 그 수학자) 같은 수학자는 "응용이 가능한 수학은 순수한 수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야에 응용되지 않는 순수한 수학을 원했다.

댓글 6개:

  1. 수학은 물리학에서 tool... 좋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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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C전에는 물리학은 항상 공학보다 느렸지

    항상 그 전까지 알고있던 사실이 왜 일어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였지

    20C 후부터 공학을 따라 잡았고 최근 분위기는 오히려 수학을 따라잡는 분위기지 필요한 수학이 없어서 물리학자들이 만들어가는 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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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금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인 위튼같은 경우는 수학에서의 업적이 엄청나지

    그렇게 초고수급으로 간다면 수학이네 물리학이네 구분없어지고 그냥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마술처럼 써버리니깐 애매한 이야기지

    아마 수학 어쩌고 물리학 어쩌고 하는 것은 카이스트 교수급의 중수 아래쯤 되는 사람들의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 아닐까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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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또 물리학자란 사람들의 스팩트럼이 워낙에 넓어서 어떤 인간은 공학자인데 물리학자란 탈을 쓰고 있고 수학자인데 물리학과에서 직업을 얻고 있는 경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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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재밌는건 꼭 수학과 교수님들은 물리학이 어쩌고 저쩌고 하고 걸고 넘어지는 것이 많은데 우리학교 물리학과 교수님들 중에선 수학 어쩌고 하면서 이야기 꺼내시는 분은 못 본듯하군..

    뭐 사실 우리학교 물리과 교수는 공학자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아서 그럴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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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글쎄.. 공홍진 교수님만 해도

    "수학은 물리학의 도구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 데 ㅋㅋ

    물리학과가 자부심은 가장 높은 과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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