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서 공돌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됐는 데도 기쁘지가 않다.
공돌이라고 말하기 창피하다.
디자이너도 무시하고 기획자도 무시한다.
그렇다고 공돌이가 기획자보다 무식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다.
다만 채찍은 그들의 손에 들려 있어서 그런 것일 뿐이다.
노예는 주인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노예가 된 것이 아니다.
주인은 태어나면서 부터 손에 채찍이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공돌이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패권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에
채찍을 맞는 것일 뿐이다.
공돌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착취당하는 지도 모른다.
자기 손에 애당초 사회가 받은 혜택이 오지도 않으니까
빼앗긴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교묘하다.
착취는 꼭 강도처럼 칼을 목에 들이대고 손에 든 돈에 빼앗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해도 처음부터 돈을 손에 쥐지도 못하게 한다.
KAIST 대학원생 기숙사나 대학원생/박사/기혼자 등의 원내 아파트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그런 오래되고 녹슬고 시설 안 좋은 아파트는 처음 봤다.
지은지 30년은 다 된 것 같다.
박정희 시대에는 최신이었겠지만 지금은 군대 하사관도 그런 곳보다 좋은 곳에 산다.
내가 아는 초등학교 때 가장 가난한 친구가 그런 아파트에 살았다.
지금 내 연봉이 KAIST 박사과정 학생 랩비보다 4배는 많다.
국가의 세금에서 주는 거니 열심히 살라고?
돈 몇 십만원 쥐어주면서 몇 천 ~ 몇 억원어치 뜯어가면서 그런 소리하고 있다.
지식경제 시장질서만 파괴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지식노동자/specialist에 가장 가까운게 공돌이인 것 같은 데
왜 세상에서는 이렇게 대접 못 받는 지 모르겠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라는 데, 왜 이리 소외 받는 거지?
내가 아는 두 개발자 선배가 있는 데,
한 명은 전략기획팀으로 옮겼다.
팀장님은 그를 배신자라고 말했다.
잘 키워서 부려먹을 만하니 배신하고 개발자가 되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한 명은 기획자가 됐다.
팀장님은 그를 영웅이라고 말했다.
개발자보다 한 단계 높은 기획자가 됐다고 했다.
공돌이는 너무 세상을 앞서가는 사람들 같다.
괴짜라고 불리고 그들의 창의적인 생각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그들은 이 시대의 마녀다. 마녀 사냥의 제물되기 일 수다.
과학 발전은 환경 파괴의 주역이라고 한다.
공학 발전은 세상을 버그의 온상으로 만들고 삭막하게 만든다고 한다.
인간 소외의 주범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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