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0일 금요일

후생가외(後生可畏)

솔직히 선배들보다는 후배들이 더 두렵다.


실력이 별로 뛰어나지 않은 선배들은 원래 별로 무서울 것이 없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나보다 오래 노력해서 그렇게 된 것이니 뛰어난 점을 배우면 된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라도 정년이나 수명이 나보다 먼저 끝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내 차례가 오기 마련이다. (그들 모두가 졸업을 하든 퇴근을 하든..)
나를 싫어하는 선배도 마찬가지다. 그가 아무리 나를 밀어 뜨려도 결국 나는 그보다 더 오래 생존할 것이다.
영원히 내게 명령할 수는 없다.


반면에 실력이 좋지 않은 후배는 나보다 배운 기간이 짧으니까 당연히 그런것이고
나와 실력이 비슷하다면 나보다 짧은 기간에 그렇게 된것이니 나보다 뛰어난 것이다.
벌써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라면 무서운 경쟁자가 될 것이다.
나보다 더 오래살것이기 때문에 평생 싸워도 이기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후배의 싹을 잘라서도 안된다.
내가 자를 수 있는 싹은 몇 개 되지 않는 다. 내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후배들이 결국 치고 올라온다.
차라리 후배에게 배우고 후배와 손을 잡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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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뒤에 난 사람은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으로, 후배는 나이가 젊고 의기가 장하므로 학문을 계속 쌓고 덕을 닦으면 그 진보는 선배를 능가하는 경지에 이를 것이라는 말.
 
본문
後 : 뒤 후
生 : 날 생
可 : 옳을 가
畏 : 두려워할 외


자기보다 먼저 태어나서 지식과 덕망이 나중에 태어난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선생(先生)이고, 자기보다 뒤에 태어난 사람, 즉 후배에 해당하는 사람이 후생(後生)이다. 그런데 이 후생은 장래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히 두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이 말은 《논어》 〈자한편(子罕篇)〉에 나온다.


“자왈 후생가외 언지래자지불여금야 사십오십이무문언 사역부족외야이(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공자가 말했다. 뒤에 태어난 사람이 가히 두렵다. 어찌 오는 사람들이 이제와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으랴. 40이 되고 50이 되어도 명성이 들리지 않으면, 이 또한 두려워할 것이 못될 뿐이다.)”


여기서 ‘외(畏)’란 좋은 의미에서 존경하고 주목할 만한 것을 말한다. 즉, 뒤에 태어난 사람인 후배들에게 무한한 기대를 걸고 한 말이다. 그들의 장래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알 수 없는 기대가 섞인 두려움인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도 더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사오십이 되도록 이름이 나지 않으면 두려워할 것이 못된다고 말함으로써 젊었을 때 학문에 힘쓸 것을 충고하는 것이다. 공자는 이 말을 통해 젊은이는 항상 학문에 정진해야 하고, 선배되는 사람들은 학문을 하는 태도가 겸손해야 함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공자가 후생가외라고 한 것은 그의 제자 중 특히 재주와 덕을 갖추고 학문이 뛰어난 안회(顔回)의 훌륭함을 두고 이른 말이다.


이 말은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후생각고(後生角高)’라는 말과도 뜻이 통한다. 후생각고는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훨씬 나을 때 이르는 말로 ‘청출어람(靑出於藍)’과도 뜻이 통하는 말이다.

댓글 2개:

  1. 청출어람이청어람... 후배가 선배보다 뛰어난 경우에 하는 말이지만 후생가외가 요즘 내가 느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해준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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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흠..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상명하복 문화에도 익숙하지 못하고 선배들한테 버릇없다고 많이 혼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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