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들어와서 가장 충격받았던 점 중에 하나는 언어의 사용이었다.
모두들 전문용어를 엄청나게 많이 쓰고,
자신들이 영어에 약하다고 말하면서도 단어는 거의다 영어를 쓰고 있었다.
"오, 이 증명은 참 nice한데." = "elegant한 걸"
"clear하지 않아. (명확하지 않아.)" = "ambiguous 해"
"이런 dead lock condition을 어떻게 resolve하지?"
적응하는 데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dcinside 폐인들의 용어가 특이하긴 하지만 KAIST 사람들이 쓰는 전문용어에 비하면 쉽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공계 중에서도 특히 전산학은 전문용어가 특이하기로 악명이 높다.
다른 분야들은 전문용어로 라틴어 등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일상용어와 혼란이 적지만
전산학의 경우는 모든 용어가 영어이고 일상용어를 전문용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전산학은 논리학, 수학, 언어학이 토대가 되고 engineer적인 면에서도 유머러스한 표현이나 약어 등을
즐겨 쓰는 분위기가 있어서 머리를 많이 굴리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전산학의 용어나 책은 비교적 최신에 나왔고 농담들이 참 많이 들어가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가벼운 마음과 복잡한 두뇌회전으로 볼만한 내용들이 참 많다.
(약자나 변수명 등을 짓는 것은 거의 퍼즐의 경지.)
거기에 전산학은 추상화(abstraction)와 indirection의 학문이라서 용어가 메타적이다.
(역시 수학의 footnote라 할만하다.)
나도 이제는 적응의 단계를 넘어서 heavy user가 되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전문용어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남발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데,
가끔 깨달을 때가 있다.
한참 뭔가를 말했는 데, 사람들이 이렇게 물을 때..
"그게 뭔데?"
"'플라토닉 러브'가 뭐야?"
"'dead lock'이 뭐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로 설명한 것이다.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쉽게 알아들을 까?
고민하다보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소개팅 때 그렇다면 매우 위험해진다. -0-
다른 분야의 사람과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잘 하는 것 중에 하나인 비유(metaphor, example, illusion)를 채택하기로 했다.
남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끝없이 비유를 한다.
비유, 풍자, 예시를 사용하게 되면 내 자신의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말 장난도 늘어서 고차원적인 유머가 가능하다.
(물론 장황해 지는 단점도 있지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