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9일 일요일

솔직히 사회생활에서 힘든 점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같은 것 아닌 것 같다.
옷 입는 게 훨씬 힘들다.
아침마다 뭘 입어야 할지 골라야 할 때,
쇼핑하러 코엑스나 백화점에 갈 때.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남들 중, 고등학교 때 주말에 친구들이랑 놀면서 옷 고를 때
학원에 박혀서 수학 문제나 풀고 영어단어나 외우고
대학 때 남들 옷 보러 다닐 때 대전 촌구석에서 잠만 퍼자서 그런가보다.
옷 입고 다니는 건 초등학생 수준인 것 같다.


2~3일에 한 번 꼴로 팀에 아저씨들은 나만 보면
"현성이는 왜 이리 옷도 구리구리하게 입고 다녀,
 누가 혹시나 작업들어올까 무서워서 거지처럼 입고 다니는 거야?"
"나는 유부남이라 괜찮지만 자네는 젊은 데 그렇게 살면 안돼."
엄마도 가끔 전화할 때면
"현성아, 제발 고향 내려올 때는 추리하게 입고 오지 말아라."
(그런 옷 밖에 없는 데 어쩌나.. 이제는 부모님이 골라주는 것도 구리구리하기는 마찬가지)
회사에서도
"개발자들은 원래 다 구리하게 입고 다니는 것 같아요. ㅎㅎ"
(젠장 그럼 의상학과 출신들 뽑아서 프로그래밍 시킬 것이지 KAIST 전산과 생은 왜 뽑은 거야?)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다.
자신감도 잃어버린다.
사람들 앞에 서있고 싶지 않다. 항상 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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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있고 인터넷도 있어서 몸매 좋고 키크고 코디가 항상 신경써주고, 여기 저지 비싼 옷 협찬받는 배우들만 가득한 세상이라 그런지 패션에 대한 스트레스도 더 심한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도 바쁘고 돈도 부족한데, 그렇게 신경쓰기는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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