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5일 수요일

문관과 무관

어느 역사책이든 읽어보면 문관과 무관의 대립이 없는 책은 별로 없다.
무관
"내가 말이지, 적장의 목을 칠 때 피가 2m를 솟구치더라구."
"내가 목을 2,000개 잘라왔지. 냐하하하~"
"녀석이 창을 잡으려고 했는 데, 내가 먼저 그 녀석의 팔을 잘랐지. 그 녀석의 피가 내 얼굴에 튀었어."
"이 말은 말이야, 서역에서 건너온 건데, 아주 날쎄고 빠르지, 전장에서도 내 목숨을 2번이나 구했어."
"문관들은 우리가 춥고 불편한 막사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싸우고 동료가 죽어가는 꼴을 보면서 목숨걸고 싸울 때,
 방에 편안히 앉아서 승리를 가로채고 있어, 나중에 이래라 저래라 말만 많지."

문관
"무관들은 무식해, 항상 피비린내나는 이야기만 하더군. 피냄새, 칼냄새가 진동해"
"무관들은 밥 먹을 때도 창을 차고 다녀 무식하게."
"여긴 전쟁터가 아니야, 밥 맛 떨어지는 이야기는 그만 해."
"녀석들은 백성들을 돌볼 줄은 몰라, 적의 목을 따서 승진할 생각만 하고 있지."

개발자와 기획자도 비슷하다.
개발자
"이런 젠장 서버의 storage가 failure인데, backup을 안 해 놓은 거야. 환장하겠더라구."
"어제도 장애가 나서 KIDC에서 소음 속에서 밤을 샜다니까."
"이거 정말 좋은 장비야, 속도가 10배나 빠르고 fault-tolerable하지"
"기획자들은 도대체 왜 그따위야. 일은 우리가 다하는 데, 맨날 이래라 저래라 하지."
기획자
"개발자들은 너무 구리구리해, 옷도 암울하고 화장도 안하고 항상 부시시해."
"항상 computer, 전자공학 이런 이야기 밖에 안해. 경제/정치/유행은 통 모르지."
"뭐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상한 코드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일까지 product나 완성해 줘요."
"개발자들은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 지 몰라, 지들 맘대로 이상하게 만들지. 말해도 들어먹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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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여러가지 결말이 있었다.
무신정변 같은 걸로 문관들을 싹쓸이 해버리고 암흑의 시대로 갈 수도 있고
초한지의 유방처럼 자신을 위해 싸웠던 무관들을 다 죽이고 문관들을 새로 등용하기도 했다. (토사구팽)

정관정요를 보면 왕이 신하에게 이렇게 묻는 다.
"당신은 창업(건국)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가? 수성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가?"
"각자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능력들이 필요한 일들이지요."
창업에는 무관의 힘이 더 필요하고, 수성에는 문관의 힘이 더 필요한 건데, 어느 것도 쉬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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