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6일 목요일

식당 고르기

직장인들의 주된 고민 중 하나는 점심/저녁을 먹을 식당을 고르는 일이다.
만만한게 나라고 팀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내게 넘긴다.
"현성이가 가고 싶은 데 골라봐."
내게 선택권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압박이다.
"맛 없으면 네가 책임져."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불만 없는 사람이 없는 날이 어디 있나.)
"빈자리 10개 없으면 죽을 줄 알아."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예약도 안하고 가는 데, 빈자리가 몇 개있을 지 알게 뭐람.)
"내 맘에 드는 곳으로 가야해." (그럼 당신이 알아서 고르면 되지, 왜 보기를 내가 제시해야 되는 거지? 내가 메뉴판이냐?)
"현성이가 앞장서서 가." (그래 마당쇠가 먼저 뛰어가서 자리 있나 살펴봐야지..)

어떤 날은 "그럼 xx식당에 가죠"라고 말했는 데, yy식당으로 가고 있다.
대략 사오정들에 의해 무시당했다. 지들 가고 싶은 데 처음부터 갈 것이지 왜 물어봐 놓고 난리야.
내게 식당 고르기는 자유라기 보다는 책임이다.
상전들 모시고 다니기도 쉽지 않다.
밥 먹을 때마다 꼭 접대하는 기분이다.
내 알아서 결정하되 그 사람들 비위 못 맞추면 욕먹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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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항상 새로운 식당에 가서 못 먹어 본거 먹는 게 재미있을 것 같은 데,
이런 사소한 일에도 과중한 부담감을 준다.
그래서 항상 먹던 식당을 추천할 수 밖에 없다.
아무도 먹어보지 않았으니 맛있는 지, 없는 지 확신할 수 없지만 새로운 식당에도 가봐야
새로운 맛을 볼 수 있지, 항상 같은 곳만 다니면서 지겹다, 갈 곳이 없다. 라고 지저귀는 그들이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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