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5일 목요일

예 혹은 아니오

어제는 팀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술을 마시면 사람들은 재미있게 변한다.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론은 없다.


하지만 비장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절대 "노"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그 다음날 아침에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대화 내용이 아니라.


저 사람이 나와 싸웠는 가(반대했는 가?) 혹은 내 의견에 동조해주고 술을 많이 따라줬는 가.


밖에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을 강요한다.


특히 '예' 혹은 '아니오'만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 모든 질문과 문제들(넓은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예" 혹은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어제도 아주 집요한 질문들을 받았다.


"우리의 새로운 팀은 맘에 드는가? 예 혹은 아니오로만 대답하시요."


"당신은 코딩하는 게 좋은 가? 예 혹은 아니오. 다른 말은 하지마."


 


약간 취조받는 분위기 였지만 어쨌든 나는 "예", "아니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말하려고


버텨보다가 그냥 "예"라고 말해줬다.


어차피 아무도 그 다음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 지 기억하지 않을 테니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술 먹고 하는 말들은 원래 그러니까.)


 


그리고 "막내로써 해야할 굳은 일들"을 좀 하라는 이야기를 약간 듣고


그들이 원하는 "예"와 복종을 뜻하는 "미소"를 보내주었다.


 

댓글 1개:

  1. 우리 팀이 마음에 드는 지,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우리 팀이 술을 마실 때는 맘에 안 들고, 커피를 같이 마실 때는 마음에 든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좋기도 하고, 내가 일 못했다고 화를 내는 날에는 팀이 싫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될까? "예 혹은 아니오"

    이렇게 딱 하나를 집을 수 있을 까?

    세상 사람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딱 두가지로 나눌 수 없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딱 집어서 한 단어로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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