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8일 수요일

[기사]연예계 혼혈인 붐… 인종관념 바뀐다?






연예계 혼혈인 붐… 인종관념 바뀐다?
동서양의 독특한 외모 매력적
김디에나·제니퍼 등 인기스타로



[조선일보 최승현 기자]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한국에서 혼혈인들의 위치는 여전히 애매하고 불안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규정에서 유달리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시절, ‘혼혈’은 어렵지 않게 ‘불순’의 이미지와 연계되곤 했다. 세기말을 거치며 이런 획일적·전체주의적 사고에 대한 반성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관통했지만, 혼혈에 대한 편견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혼혈인들이 잇따라 대중문화 영역에 뛰어들고 있어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는 한국인들의 인종 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5월 3일부터 방송될 SBS 새 일일드라마 ‘소풍가는 여자’ 출연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17세의 혼혈 소녀 김디에나. 한국인 어머니와 파충류 농장을 경영하는 미국인 수의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작년 가을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후 각종 CF모델로 얼굴을 널리 알린 그는 이제 ‘소풍가는 여자’에서 러시아 출신 무용수 ‘쏘냐’ 역을 맡아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의정부의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김디에나는 아직 한국어 발음이 서툰 상태. 하지만 자신감에 넘친다. 그는 “서양인인 듯, 동양인인 듯 묘하게 보이는 제 눈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겠냐?”며 “혼혈인으로서 연예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며, 진지한 연기를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화장품·커피 CF 등에 출연했고, 오는 6월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제니퍼 영 위즈너(20) 또한 한국인 어머니, 군무원인 미국인 아버지를 둔 혼혈인. 현재 영어위성방송 채널 아리랑TV ‘쇼 비즈 엑스트라’ MC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옛날에는 단점이 됐을 뭔가 다른 제 외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대중들은 그냥 예쁜 것보다 독특한 외모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영어·한국어 모두 유창하다는 것도 앞으로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과거에는 ‘혼혈’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저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어요.”


작년 5월, 탤런트 이유진이 자신이 혼혈임을 밝히고 난 뒤, 각종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은 후배들의 자신에 찬 행보에 밑거름이 됐다. 방송 관계자들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연착륙했던 예에서 보듯, 혼혈 연예인들도 끼와 능력만 있으면 무리없이 제몫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이국적 외모와 외국어 능력은 분명한 장점으로 꼽힌다. 가수 T(윤미래), 소냐 등도 혼혈임을 밝히고 당당하게 활동 중인 가수들이다.


하지만 EBS·아리랑TV 등에 출연하며 언어 교육 프로그램 전문 방송인으로 각광받는 리사 켈리(26)는 혼혈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이 아직도 조심스럽다고 한다. 그 또한 한국인 어머니와 법조인인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혼혈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직도 많이 있을 거예요. 유행을 따라가며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획일적 문화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부분인 것 같거든요. 혼혈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비슷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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