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6일 월요일

[기사]엘리트 체육과 과학기술

엘리트 체육과 과학기술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국내에 국제규격의 경기장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는 남자 하키 팀이 기적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공식 등록 선수가 8명뿐인 스키 점프가 2개의 금메달을 따내었습니다.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딛고 훌륭한 성과를 거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2002년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아직 제대로 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운동장이 얼마 안 된다고 합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무더기로 안겨주는 효자 종목을 직접 경험한 국민들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여러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세계가 깜짝 놀랄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엘리트 체육이 일구어 낸 성과입니다. 우리의 체육 행정은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 위주의 ‘보는 스포츠’였으며 단지 올림픽의 메달 수로 평가받아왔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볼 수만 있고 할 줄은 모르는 반쪽짜리 스포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체 수명은 선진국이지만 건강수명은 후진국이라고 합니다. 스포츠라는 것은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의 근간을 제공해 건전한 사회의 바탕을 이루어야 합니다. 선진국과 비교하여 체육 시설 및 국민들의 참여도는 20-30배씩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체육은 세계에서 경제 규모보다도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일부가 ‘하는 스포츠’, 전 국민이 ‘보는 스포츠’의 엘리트 체육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생활 체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물론 정당의 목적이 정권 창출인 것처럼 체육회의 목표는 승리라는 체육인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이제는 삶의 질을 향상할 시기가 아닐는지요.

과학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기술계는 반도체, 이동통신 등 경제의 효자 상품들을 개발하여 국익에 어마어마한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공계 기피라는 철저한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딛고 훌륭한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남자 하키 선수, 스키 점프 선수들이 과학기술계에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 하는 이들입니까?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 신화를 이루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전 국민의 일치단결을 통하여 얻어낸 성과입니다. 그러나 최근 경제 성장의 주요 엔진이었던 과학기술계가 좌초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역시 ‘엘리트 과학기술’이 기반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온 국민이 ‘과학 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생활체육에서 엘리트가 탄생하듯 대한민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탄생하고 첨단 기술도 개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변의 환경이 미비하여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온 국민이 과학기술을 알고 싶어도 그런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습니다. 흔히들 과학기술은 어렵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축구공만 있으면 모두 축구경기 할 수 있듯이 과학기술도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TV에서 과학기술을 재밌게 풀어주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입니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즐겁게 뛸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입니다. 노벨상을 타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호기심을 가진다면 바로 과학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며 온 국민이 과학기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이 스포츠와 함께 하여 올림픽 1위, 월드컵 1위를 차지할 때 우리는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될 것입니다. 온 국민이 과학 하는 마음으로 노력할 때 우리는 진정한 과학기술입국(科學技術立國)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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