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따르면 유물론은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물질 세계가 마음이나 정신과 독립하여 객관적 실재성을 갖고 있다는 이론이다. 그들은 심적·정신적 과정의 실재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관념은 물질적 조건의 산물 또는 반영으로서만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유물론을 관념론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했는데, 그들에 따르면 물질을 마음이나 정신에 의존하는 것으로 다루거나 정신이나 마음이 물질에서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다루는 이론은 모두 관념론이다. 그들은 유물론적 견해와 관념론적 견해가 철학의 발달사를 통해 화해할 수 없이 대립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철저한 유물론적 접근법을 채택하여 유물론과 관념론을 결합하거나 융합하려는 모든 노력은 혼란에 빠지고 정합성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변증법 개념은 헤겔에게 많이 의존했다. 사물을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개별 사물을 따로 떼어서 마치 고정된 속성을 본래부터 갖고 있는 것처럼 다루는 '형이상학적' 사유 양식과는 반대로, 헤겔의 변증법은 사물을 운동과 변화, 상호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고찰한다. 모든 사물은 끊임없이 생성·소멸하는 과정 속에 있고 이 과정에서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며, 모든 사물은 변하고 결국 지양된다. 모든 사물은 자기 안에 서로 모순되는 측면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측면들 사이의 긴장이나 갈등이 변화의 추진력이고 결국 그 사물을 변형하거나 해체한다. 그러나 헤겔이 변화와 발전을 자연과 인간 사회 속에서 자신을 실현하는 세계정신 또는 이념의 표현으로 생각한 반면,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변화와 발전을 물질세계의 본성에 내재한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그들은 헤겔처럼 어떤 '변증법 원리'에서 사건의 실제 경로를 연역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이 원리를 사건에서 추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인식론은 모든 인식이 감각에서 나온다는 유물론적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주어진 감각 인상만을 인식의 근거로 삼는 기계론적 견해와는 달리, 그들은 실천 활동을 하는 가운데 사회적으로 얻는 인식의 변증법적 발전을 강조했다. 사람은 사물과 실천적으로 상호작용하고 관념을 실천에 알맞게 형성함으로써만 그 사물에 대한 인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관념과 실재의 일치 즉 진리를 검증하는 기준은 사회적 실천뿐이다. 이러한 인식론은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모습만 인식할 수 있을 뿐 물자체는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 있다는 주관적 관념론에 반대하고 우리가 초감각적 실재를 감각과 독립된 순수 직관 또는 사유로 인식할 수 있다는 객관적 관념론에도 반대한다.
추론방법의 이론적 기초인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개념을 ' 역사적 유물론'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유물론은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본 마르크스주의적 역사 해석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고 주로 논쟁과정에서 그들의 철학적 견해를 밝혔다.
唯物論 materialism
물질을 제1차적·근본적 실재(實在)로 보고, 마음과 정신을 부차적·파생적인 것으로 보는 철학설을 가리키지만, 정신이 곧 물질이라고 보는 것, 정신을 물질(뇌)의 상태·속성·기능으로 보는 것 등 여러가지 입장이 여기에 포함된다.
〔용어〕 본래 철학용어로서는 세계의 본성에 관한 존재론상의 입장으로서, <유물론>과 <유심론(唯心論)>을 대립시켜, 인식의 성립에 관한 인식론상의 학설로서 <실재론(實在論)>과 <관념론(觀念論)>을 대립시키는 것이 올바른 용어법이지만 실제로는 <유물론>은 <관념론>의 대어(對語)로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근세철학에서 유물론―실재론적 입장이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적 실체(實體)>를 바탕으로 존재론이라는 형태로 자기주장을 펴왔던 것과는 달리, 관념론―유심론적 입장이 <사고하는 나>를 바탕으로 인식론적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유물론>을 주장하여 19∼20세기에 걸쳐 매우 큰 영향력을 가졌던 F.엥겔스가 용어법(用語法)으로서 <유물론과 관념론>이라는 대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이를 계승한 V.I.레닌이 <오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실재론>이라는 용어를 배척했다는 사정도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는 물질의 본성에 대립물의 통일을 인정하지 않은 J.O.라메트리의 입장을 종종 기계론적 유물론이라 불렀고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K.포크트·L.뷔히너·J.몰레스코트 등의 생물학적 유물론도 이 범주에 넣는다.
〔역사〕 유물론이라는 말은 18세기에 생겼지만, 그 생각은 초기 그리스철학에서 이미 볼 수 있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따르면 원자와 공간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는 것이 없다. 세계의 모든 사물의 성질은 이 사물들을 구성하는 원자의 형태·크기·위치와 결합된 조밀도(稠密度)에 따라 설명된다. 모든 현상은 원자의 기계적 작용에 의해 생기며 필연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영혼의 작용도 원자의 작용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플라톤 이후, 중세를 통해서 유물론이 쇠퇴했으나 근세에 이르러 F.베이컨·P.가상디 등을 선구자로 18세기의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독자적인 유물론을 발전시켰다. 독일에서는 G.W.F.헤겔의 관념론을 비판한 L.A.포이어바흐가 있고, 그 영향을 받은 K.마르크스·엥겔스가 변증법적 유물론을 완성시켜 오늘날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징〕 ⑴ 과학주의:유물론의 근본주장은 <존재하는 것은 모두 물질적이다>라는 데 있는데, <물질>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다. <물질>의 특질로는 대부분 질료·불가입성(不可入性)·관성(慣性) 등, 일반적으로 자연과학적으로 기술되고 규정되는 것들이다. 유물론자들은 그 시대의 자연과학적 성과를 가지고 철학적 입장의 근본으로 삼는다고 하는 <과학주의> 태도를 취한다. 마르크스주의에서는 물질을 <우리의 의식에서 독립된 객관적 실재>로 보고(물질의 철학적 개념), 물질에 관한 과학적 인식의 내용과는 원리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입장에도 자연과학의 성과에 의거한다는 <과학주의>로 일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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