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30일 금요일

[기사]자살만이 유일한 해결책인가

사회 저명인사들이 너무나 쉽게 목숨을 끊고 있다.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에 이어 또다시 박태영 전남지사가 한강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저명인사들의 이런 자살행렬을 정치·사회적 격변기에 일어날 수 있는 돌출사건 정도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양상이 너무나 심각하다. 자살에는 강한 전염성이 있는데, 저명인사들의 자살이 일종의 유행병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까지 들 정도다.

저명인사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주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데 대한 절망감이나 억울함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지사의 죽음 역시 검찰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 방식만이 유일한 해법인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스스로 죽을 용기가 있다면 왜 꿋꿋이 살아 견뎌내지 못하느냐’는 너무나 당연한 의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죄가 없다면 살아서 끝까지 결백을 밝혀내야 하고, 만약 죄가 있다면 떳떳이 죄값을 치르고 반성하면 될 게 아니냐는 게 누구나 갖는 소박한 생각이다.

저명인사들의 죽음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부작용마저 수반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가뜩이나 자살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저런 사람들도 죽는데’라는 식의 충동을 불어넣기 쉽다. 실제로 자살예방센터 등에는 이런 내용의 전화 상담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병든 사회다. 저명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은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상층부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자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가 은근히 있었고, 심지어 이들의 자살을 미화하고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까지 삼았다. 이제 이런 ‘자살 방조’ 행위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 그래서 더 이상 불행한 자살행렬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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