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9일 토요일

산은 마누라와 함께 올라가기는 적당해도 여자친구와 가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곳 같다.
돈도 적게 들고 운동도 되니까 좋긴한데.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 고생스럽게 데이트를 하겠는 가?
땀 냄새도 심하고 내려올 때 쯤이면 구질구질하지니까 말이다.
곧 결혼할 사람이면 test를 위해 끌고갈 필요는 있겠다.;;a
뭐 이런 저런 이유로 20대보다는 주로 30대 후반의 어른들이나 그 어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끌려온 꼬마들만 가득하다.


그리고 또 아줌마들이 참 많다. 관악산에 갈 때도 가장 험한 코스를 골랐는 데도 아줌마들이 더 많았고
무등산에서도 그랬다. 심지어 우리 엄마도 아빠보다 산에 자주 가신다.
역시 남자는 결혼하면 약해지고 여자는 결혼하면 더 강해지나보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주말마다 유격훈련을 하니 예비군 아저씨들보다 셀 수 밖에 없다.


뭐 아무튼 이런 저런 특성들 때문에 산에는 좋은 옷을 입고갈 필요가 없다.
가장 헌 옷과 익숙한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면 된다.
다들 땀 흘리고 정신없으니까 체면을 따로 차릴 필요도 없다.
힘들면 어느 돌이든 흙 바닥이든 앉아서 쉬면 된다.
나같이 회사와 집에만 콕 박혀있는 사람들이 가줄 필요가 있다.
매너리즘과 귀차니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올라가다보면 길을 살짝 잃기도 하면서 모험을 할 수도 있게 되니까.
(그렇다고 지리산만큼 험한 곳에 혼자 푹~ 들어가진 않으니까 괜찮다.)


가져갈 음식도 물, 과일, 계란, 김밥 같은 전통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도시는 지난 100년간 크게 변했지만 산을 오르는 것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수많은 산악회들이 길을 잘 닦아놔서 코스가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계단도 만들어두고 밫줄도 걸어두고, 이정표도 많이 새우고 코스도 점점 많은 사람이 지나서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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