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3일 토요일

[펌]가이아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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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아 가설이란?

만일 달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우리를 놀라고 숨가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지구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달의 사진의 전면에는 메마르고 난타 당한 흔적이 있는 표면이 보이는데 그것은 오래된 해골처럼 죽어있다. 그러나 밝고 푸른 하늘의 습하고 희미한 막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은 떠오르는 지구인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이편에 유일한 생기에 찬 천체이다.

만약 우리가 충분히 오래 볼 수 있다면 반쯤 가려진 육지를 흰구름의 거대한 표류가 소용돌이 치면서 가렸다 벗겼다 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아주 긴 지질학적 시간동안 보고 있었다면 지각이 그 안의 불에 떠받혀서 갈라지면서 대륙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그것은 조직적이고 자족적인 모습을 보이는 생명체이며 거기에는 태양을 다루는 무한한 정보와 놀라운 기술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지구(earth)가 살아있다는 생각은 원시시대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이미 2000년 전에 그리스 인들은 지구를 대지의 여신이란 이름으로 가이아(Gaia)라 명칭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구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신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1789년 제임스 허튼경이 영국 에딘버러 왕립학회에서 행한 연설이 아마도 최초일 것이다. 그는 지구에 대한 가장 적절한 연구방법은 생리학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그 당시 하비(Harvey, H)가 제안한 혈액순환의 원리가 지구의 원소 순환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 하였다.

그러나 허튼경 이후 최근까지의 지구 관련 학문들은 환원주의(Reductionism)에 빠져 지질, 대기, 해양 등 각자의 분야에만 파묻혀 연구에 몰두하며 지구를 단순한 암석과 물과 대기가 섞여 있는 무생물적인 체계로서만 취급하고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위들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관찰 및 그의 변화특성 만을 파악하는 데에만 그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 전체로서 하나의 체계(system)를 이루는 지구의 모습과 그 실체에 대한 관찰과 연구는 소홀하여 왔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단순한 암석과 물과 대기가 섞여 있는 무생물적인 체계가 아닌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항상성을 유지하고 환경을 능동적으로 조절해가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체계로 바라보게 된 계기는 외계의 생명체를 찾아 나선NASA/JPL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과학자의 혁신적인 발상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우리가 지금도 많이 사용하는 분석 장비인 가스크로마토그라피 의 가스성분검출기인 전자포획검출기(Electron Capture Detector)의 발명자로서 유명하기도 한 영국의 화학자이며 대기과학자인 James Lovelock박사는 1 960년대 초반의 어느날 NASA/JPL으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았는데 그것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유무를 탐지할 수 있는 실험 방법을 고안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러브록 박사는 외계에서 바라본 화성이나 금성, 지구의 모습과 그들의 대기 성분분석결과의의 차이로부터 힌트를 얻어 화성이나 금성에는 지구와 같은 생명체들 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추측의 발단은 그 태양계에서의 위치나 생성시기 등 여러 조건이 비슷한 화성 금성 지구 중 화성이나 금성의 대기가 95%이상의 이산화탄소와 3 ~ 4%의 질소 그리고 미량의 산소 아르곤 메탄 등이 존재하는 화학적으로 완전한 평형상태인데에 비하여 지구의 대기는 77%의 질소와 21%의 산소 그리고 미량의 이산화탄소,메탄 등이 존재하는 화학적으로 엄청난 비 평형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였다.

 

■ 금성 지구 화성

무슨 이유로 인하여 비슷한 조건에서 생성되어 수십억 년을 거쳐온 이 행성들의 대기조건 들이 이렇게 달라지게 되었을까? 화성이나 금성의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대기조건은 화학적으로 거의 완전한 평형상태에 도달한 상태로 볼 수 있으나 지구처럼 산소가 풍부한 대기조건은 화학적으로는 굉장히 비평형 상태인 - 즉 어떠한 다른 복잡하고 강력한 프로세스가 이 행성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 조건으로 볼 수 있다. 어떠한 프로세스가 지구의 이렇게 화학적으로 불안정 한 대기구성성분을 지금까지 이렇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일까? 러브록 박사는 또 지구의 대기성분의 조성 외에도 해양의 염분농도 등의 다른 물리 화학적 환경들이 지난 수십억 년간 어느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에도 주목하였다. 이러한 의문점에의 해답을 러브록 박사는 우리 지구상에 걸쳐있는 모든 생명체계들의 Super-Organism, 즉 가이아의 존재로 설명하였다.

약 30억년전의 지구에 처음으로 나타난 박테리아나 남조류 등의 생명체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호흡하여 산소를 배출하는 프로세스를 통해서 원시 지구의 대기를 지금의 화성이나 금성과 같이 화학적으로 평형상태가 아닌 산소와 질소가 풍부한 - 즉 산소호흡을 하는 각종 유기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 주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조건을 바탕으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더욱더 역동적인 다양한 종류의 유기생명체 들은 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자가조절능력을 지닌 생명들의 체계를 구성하여 그들의 환경인 지구를 자신들에게 적절한 조건으로 만들고 유지 조절하여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 보이지않는 바이러스나 남조류로 부터 커다란 고래나 참나무 숲에 이르기까지 - 이 지구의 대기나 지표면 등 다른 환경조건 들을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적절한 조건으로 유지되도록 자체적으로 조절 할 수 있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단위를 구성하며 마치 인체가 외부의 기후변화나 다른 충격에도 항상성을 유지 해나가는것 처럼 지구를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행성들과 다른 독특한 조건을 유지하는 행성으로 유지해왔다는 것이 러브록의 가이아가설(Gaia Hypothesis)이다.

 

■ 생명이란?

이렇게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계로 보는 가이아의 개념은 생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의 대답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관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정의들이 제시되어왔지만 그들 중에 백미는 아마도 영국의 물리학자 버널(J.D. Bernal)의 것이다. 1951년 그는 이렇게 생명을 정의하였다. "생물은 외부로부터 자유에너지를 얻어 그것을 사용하면서 노폐물을 남겨 외부로 방출하고 그 결과 자신의 내부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는 끊임없이 반응하는 개방된 시스템의 한 종류로 간주할 수 있다." 이렇게 명쾌하지만 다소 난해한 생명의 정의는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서 좀더 쉽게 풀어 정의 되고 있다. 슈뢰딩거는 생물체의 가장 놀라운 속성이자 특성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능력 이라고 정의 하였다. 즉 생명은 세상 모든 만물이 평형의 상태, 죽음의 상태로 진행하여 무질서도(엔트로피)가 증가하여 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경계(boundary) 안에서는 엔트로피를 감소 시켜나가면서 좀더 복잡하고 비평형적인 구조로 변화해 나아가는 능력을 지닌 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의 정의를 우리의 지구에 적용해봄으로써 지구의 생명성을 다시 금 인식할 수 있다. 지구는 대기권 이라는 boundary를 가지고 외계와 경계를 짓고 있으며 태양 으로 부터 공급되는 태양에너지를 받아들여 대기권 내부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 번성하고 내부의 지구 전체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도록 각종 원소들을 지구의 전역으로 순 환 시키며 대기의 구성성분 이나 해양의 염분 농도 등을 이웃의 화성이나 금성에 존재하는 죽음의 평형상태와는 아주 상이한 극도의 비평형 상태에서도 수십억 년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능력을 지닌 자가 조절적인 생명 체계(Self Organizing system)로서 앞의 가이아 가설에서 이야기하듯이 살아있는 한 존재로서 간주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지녔다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살아있는 지구를 칭하는 새로운 이름인 가이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생물권(biosphere)과는 좀 다른, 보다 큰 개념이다. 마치 달팽이의 껍질을 달팽이의 일부분이라고 우리가 말하고 칼슘, 인 등의 무기물로 구성되어있는 뼈가 우리 인간의 한 부분이듯 지구상의 바다, 암석, 그리고 대기권도 가이아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가이아란 그를 구성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생명체들을 관찰해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거시적인 개념의 생명체계이며 외계를 탐사하기 위하여 지구 밖으로 벗어난 우주탐사선의 카메라를 통하여 되돌아본 지구의 모습으로부터 새롭게 발견된 생명의 모습이다. 가이아 가설의 핵심은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는 것이다. 즉 지구 생물권이 단순히 주위환경에 적응하기만 하는 소극적인 존재가 하는 자신에게 적절한 환경으로 지구의 물리 화학적 환경을 활발하게 변화 시키면서 진화해가는 능동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가이아란 지구에 생명체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존재하여 생명체가 모두 사라지는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며 무의식적(unconsciously)이지만 능동적으로 조절하는(active feedback) 체계를 가지고 소행성의 충돌이나 오존층의 파괴등과 같은 갑작스러운 지구의 생명체들에 대한 위기상황에서도 그 충격을 완충해주고 생명 들이 다시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러브록 박사는 이렇게 발전 시켜온 그의 생각을 70년대 일부 저널을 통하여 소개하였으며 1979년 "GAIA, A New Look at Life"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러나 발표 초기에 학계로부터 그에게 돌아온 반응은 문자 그대로 철저한 외면이었다. 특히 전문적 과학자들의 집단은 그의 가설을 거의 완벽히 무시하였다.

이렇게 냉대를 받던 가이아 가설은 7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가이아 가설에 관한 여러 가지 비판들 중 대표적인 것에는 가이아가 그러한 자가조절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종의 예보능력이나 투시력이 필요한데 지구는 그러한 기능을 가진 어떠한 인식/통제의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목적론적인 시각이고 또 한가지는 다아윈의 적자생존에 기초한 진화론을 신봉하는 학자들의 비판으로서 선택 받기 위하여 항상 이기적인 목적만을 추구하는 생명체들이 어떻게 범 지구적인 목적을 공동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이었다.

 

■ 데이지 세계의 탐구

가이아 가설이 받은 가장 혹독한 비판은 이 이론이 목적론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목적론적이라는 것은 가이아가 즉 지구의 생물계가 미래에 대한 예지와 주도 면밀한 계획으로 지구의 주위환경을 통제한다는 이론으로 가이아 가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도대체 지구의 박테리아나 나무, 동물들이 어떻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를 예지하며 그에 대응하여 대책을 세워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자가조절능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모두 모여 미래에 닥쳐올 환경 변화에 대하여 회의를 열고 대책을 의논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들은 범 지구적으로 작용을 하는 이러한 조절 메카니즘을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이아의 존재를 부정하고 이 이론을 목적론적이라고 매도한다.

이러한 혹독한 비판에 대하여 러브록은 그의 두 번째 책인 "The Ages of GAIA"에서 데이지 세계 라는 가상의 단순화된 지구의 모델을 이용하여 반박하고있다.

데이지 세계란 가상적으로 만들어진 행성으로 지구와 똑같은 크기이고 태양과 같은 크기의 항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으며 이 항성은 우리의 태양과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뜨거워져 데이지세계로 보내주는 열량이 점차 증가한다. 그리고 데이지세계에는 짙은 색, 밝은 색, 그리고 중간 색의 단 세 가지의 데이지만이 살고있는데 이 데이지는 5도 이하에서는 추위때문에 살아갈 수 없으며 또 40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도 말라 죽고 만다. 그리고 이 데이지세계에서 데이지의 성장을 제한하는 환경요소는 기온 한가지만으로 제한한다. 이렇게 단순화된 행성에서의 모델을 통하여 예지능력도 없고 범 행성적인 통제능력도 없는 데이지세계가 자신의 환경(즉 행성의 기온)을 자신들의 생존에 적절하도록 자가 조절해나갈 수 있는 지를 알아보자.

이 행성의 초기에는 생성된 지 얼마 안 되는 태양이 데이지가 생장하기에는 충분하지않은 에너지를 공급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행성의 적도 부위만이 간신히 5도정도의 기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 즈음해서야 겨우 적도부위에서 데이지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세 가지종류의 데이지가 골고루 발생하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태양열의 흡수가 용이하여 자신들의 군락 주위지역의 온도를 좀더 따듯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짙은 색의 꽃을 가진 데이지가 태양빛의 반사가 많은 밝은 색의 데이지보다 성장이 유리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해가 거듭될수록 심화되어 짙은 색의 데이지가 적도로부터 점점 양극 지방으로까지 퍼지게 되고 이러한 종의 번성은 이 행성 전체의 알베도를 줄여주어 행성 전체의 기온은 데이지 번성에 적절한 기온으로 상승하게 된다.

일단 짙은 색의 데이지기 번성하여 행성의 기온이 적절해지게 되면 중간 색과 밝은 색의 데이지도 다시 발현하게 된다. 그리고 이 행성의 태양이 점점 연령이 증가하면서 뜨거워져 데이지세계가 받는 에너지도 점점 더 많아지게 되어 주변의 기온을 점점 더 덥게 만드는 짙은 색의 데이지는 주변의 온도를 자신의 생장에 저해를 줄 정도로 올려주게 된다. 이 경우엔 짙은 색의 데이지에 비하여 태양빛을 더 잘 반사하여 주변기온을 낮게 만들어줄 수 있는 중간 색의 데이지, 밝은 색의 데이지의 순으로 이행성에 번성하게 된다. 이렇게 데이지세계에서 그 번성하는 종이 변화하면서 태양의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행성의 환경(기온)을 데이지의 성장에 적절한 범위 내에서 유지시켜준다.

이러한 데이지세계에서도 태양이 점점 더 뜨거워져 이 3가지 종의 데이지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한계이상의 에너지를 받게 되는 어느 시점에서는 밝은 색의 데이지까지도 모두 말라 죽고 결국 행성의 기온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데이지세계의 모델은 점점 더 복잡한 시스템에 대하여도 적용되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행성의 종의 다양성은 그 행성의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최소를 보일 때 가장 커진다는 것으로 현대의 생태학에 있어서 종의 다양성이 큰 생태계가 안정된 생태계라는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러브록은 이러한 단순화된 데이지세계의 모델을 통하여 각각의 데이지들이 어떠한 행성 전체적으로 작용하는 예지능력이나 목적을 가진 행동 없이도 범 행성적인 환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통하여 가이아 가설이 목적론적이라는 비판자들에 대한 답을 하였으며 가이아가 어떻게 작용하고 범 지구적인 항상성 조절작용을 수행하는데 왜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이 불필요한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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