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은 '깨진 유리의 城' |
3년새 200여장 파손…교체비만 4억 정확안 원인 몰라 자칫 큰 사고 우려 [조선일보 이위재 기자] 인천국제공항은 여객터미널 외벽을 모두 유리로 장식, ‘유리의 성(城)’으로 불린다. 두께 3㎝ 안팎 유리 2만9000여장이 촘촘히 짜여져 있으며, 구조물 자체는 건축미학을 구현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속내는 편치 않다. 매년 외벽을 장식한 유리 60~80여장이 깨져 나가고 있는데도 정확한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1년 72장, 2002년 81장, 2003년 64장 등 개항 후 3년간 200여장이 넘게 깨졌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27장이 파손된 상태다. 깨진 유리를 가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이 유리는 보통 유리가 아니라 낱개 3장을 합하고 사이에 보온 효과를 위해 진공 틈을 넣은 일종의 ‘합판’ 유리이며, 장당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다. 더구나 33m 높이 천장에 붙은 유리를 갈려면 크레인을 동원해야 하는 등 교체작업 또한 쉽지 않다. 인건비 등을 합하면 장당 교체비용은 80만원 정도에 달한다. 유리 1장이 깨지면 180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가는 셈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지금까지 유리 교체비로 쓴 돈만 4억원이 넘는다. 공사측은 다행히 시공사에서 이 비용을 사후 관리 책임이란 명목으로 보전해주고 있어 실제 공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깨진 유리가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용객들을 덮친 사례가 없었다는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건축처 관계자는 “외벽 유리는 자동차 유리와 같은 강화유리여서 금이 가더라도 와르르 쏟아지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이나 근절책이 마련되지 않아 불안은 가시질 않는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난 5월 드골공항 붕괴사고를 연상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공사측이 추정하고 있는 유리 균열 이유는 유리의 피로현상. 초속 10m가 넘는 강력한 바닷바람은 유리를 항상 꽝꽝 때리고 있으며, 방향을 잃은 철새들이 가끔 들이받는 것도 충격을 가중시킨다. 공항 내부는 항상 22~24도를 유지하고 있어, 바깥이 지나치게 춥거나 더우면 온도차가 20도 이상씩 벌어지기 때문에 앞뒷면이 온탕·냉탕을 반반씩 담그고 있는 것도 유리의 수명을 줄인다는 분석이다. 건축처 관계자는 “제조 당시 생긴 작은 균열이 점차 압력을 받아 커지거나, 일교차가 심한 5~6월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파손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하대 재료공학과 이억섭 교수는 “유리도 피로가 쌓이면 무너지기도 한다”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사고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하게 점검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
2004년 7월 29일 목요일
[기사]인천공항은 '깨진 유리의 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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