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31일 토요일

어떤 알바

대학 2학년 때 어떤 프로그래머가 내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하나 주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공개 소스를 분석하는 일이었는 데,
그 프로그램의 소스는 500~1,000페이지나 됐다.
그 사람은 내게 아주 두꺼운 책을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주석과 indentation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지워버렸어. 3개워을 줄테니 분석해 오렴."


나는 그 일을 맡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프로그램을 분석하라고 하면서 왜 주석을 지워버렸냐 하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분석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그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주석을 단다는 뜻인데,
기존에 잘되어 있는 주석도 지워버리는 그 사람의 우둔함에 두 손 들어버렸다.
두 번째는 indentation.. indentation이 잘 되있는 코드가 더 보기가 쉽다. indentation이 깨진 그 코드는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분량이 너무 많았다. 솔직히 500~1,000페이지는 너무 빡센 분량 아닌가? 3개월 만에 해낼 수가 없었다. 큰 꿈은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지만 무리한 목표는 사람을 포기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그는 나를 너무 혹사시킬 것 같았다. 숙식제공하면서 3개월간 조금도 쉬지 않고 일을 시킬 모양이었다.
돈을 제법많이 준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착취였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가 정한 목표를 절대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약값이 더 들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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