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어떤 일이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남들처럼 귀찮다거나 잊어버렸다거나, 다른 할 일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분명 그 일을 해야할 시간을 할당해두고 있고,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하기가 싫다. 마치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그것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나를 붙잡는 다.
움직일 수 없게 나를 결박한다.
그 시간에는 무엇도 할 수 없다. 그것을 해야만 하는 데, 하면서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것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것을 해내는 것과 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다.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잘 다니던 학원이 가기 싫어진다든지, 수업이 듣기 싫다던지..
동아리에서 진행하던 일에 돌연 빠지곤 한다.
그냥 두렵다.
"내가 그 일을 왜 해야하지?"하는 회의적인 생각과 "별 다른 일 없으면 하던 그 일 계속해."라는 실용주의적 생각과
"내가 할 수 있을 까?"하는 소극적인 생각과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별 것 아니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내 정신 속에서 공방전을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정신의 외부에서 어떠한 일도 진행할 수가 없게 된다.
안절부절한 상황에서 그 공방전에 휘말리고 만다.
어떤 일이든 한 번 그런 상황을 겪으면 다시는 그 일이 하고 싶지 않기도 한다.
그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런 증상이 반복된다.
그런 이상한 주문에 걸려서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새를 싫어한다거나, (이게 제일 이상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못한다거나. (뭐 이건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듯 하고..)
고기를 안 먹는 다거나. (이 주문은 고2 때 풀렸다. 10년만에 풀린 것이다. 어느날부터 먹을 수 있게 됐다.)
뭐든 암기하는 게 싫다. (누군가가 암기하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주문이 되어 영원히 내가 외울 수 없게 되버린다.)
누가 시키는 게 하기 싫다. (청개구리라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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