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9일 월요일

리더쉽

다른 능력과 마찬가지로 리더쉽도 참 재미있는 능력이다.
처음부터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기를 수도 있다.
초한지의 한신처럼 모두가 지도력이 무한대라서 다다익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잔뜩 움츠리고 자기 한 몸 챙기는 데만 만족할 필요는 없다.
(그게 좋으면 그렇게 살아도 되고.. 각자 취향이니..)
세상에는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만해도 얻을 수 있는 manager의 자리가 참 많다.
솔직히 나는 그리 리더쉽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반장선거를 할 때마다 나갔던 것 같다.
떨어진 적도 있고, 줄반장, 대의원도 해보고, 부반장, 반장, 미화부장, 학습부장..
이런 저런 재미있는 직책들을 해봤다.
해보면 사실 별 것도 아니다. 모두 같은 학생이고 다들 배우는 입장이다.
그런 역할을 해보면서 리더는 어떤 것인지 하나씩 배우는 것이다.


수학부장, 과학부장 뭐 이런 웃기는 것도 해봤고..
가장 웃겼던 건 미술부장을 해봤을 때였다.
내가 가장 못하는 과목 중 하나는 미술이었는 데도 말이다.
미술부장이라고 해서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었다.
단지 미술시간마다 선생님께 수업을 알리고 준비물을 챙기고 뭐 그런 일이었다.
내가 미술을 못했다고 해서 반의 친구들에게 손해를 주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정치를 못해서 나라를 말아먹는 정도의 큰 책임이 있는 역할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대통령도 세상 모든 걸 잘하는 건 아니다. 단지 뛰어난 내각과 장관들만 다룰 뿐이니까.
자신이 부족한 게 많은 데, 모든 걸 혼자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내각, 참모와 비서들에게 의지하면 된다.
모르는 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적절한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그것이 리더쉽이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내 야망은 학생회장정도 이지만 실제 내 능력은 부반장정도 였던 것 같다.
선거를 통한 통계적인 결과에서도 그랬고, 실제로 부반장일 때 가장 편하고 친구들에게 이득을 준 것 같다.


긴밀하게 연결된 동아리 같은 조직에서도 참모조직이나 부회장 정도가 맞았던 것 같고,
동아리 연합체 같은 loose한 조직에서는 연락과 회의 중재역할만 하는 연합회장도 괜찮았던 것 같다.
(2001년에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UAAA충청지부장도 한 번 했었다.)


내게는 카리스마적인 면도 부족하고 남을 잘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니까.
조직에 대해 좋은 의견은 많이 내놓을 수 있지만 실천력도 부족하고 결단력도 리더 수준은 아니다.
꼼꼼하게 조직의 스케쥴이나 운영을 챙길 수는 있지만 사람을 관리하는 건 익숙하지 못하다.


내게 큰 결단을 내리는 선장 같은 지휘만 아니라면 1등 항해사라든지, 부선장.. 뭐 이런게 어울린다.
나중에 창업을 하더라도 CEO보다는 CTO나 CTO 다음 지휘(부사장급 혹은 이사급)가 맞을 것 같다.
나보다 리더쉽 있는 친구 1~2명과 합께 창업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아니면 큰 기업의 참모조직이나 싱크탱크 조직에 들어가든지..
일인자가 아니라고 해서 일인자보다 책임이 조금 적은 것이지, 의견을 적게 내지는 않을 생각이다.
의견은 가장 많은 사람이 되겠다. 결정은 일인자보다 약간 적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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