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는 비슷한 뜻으로 '끈질긴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번 시작하면 좀채로 멈추질 못한다.
그러다가 그만두면 다시는 하지 않는 것도 많다.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세상을 산다.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재보고 또 재보고 분석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를 1년간 다녔었는 데,
그 때는 내가 정말 무도인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하루에 한 시간은 이 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지각도 절대 안하고 한겨울에도 얇은 도복 한 겹만 입고 다녔다.
어느날 부터 그냥 태권도가 싫어졌다.
그래서 절대로 다시는 도장에 들어가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3학년 때 다니던 컴퓨터 학원도 비슷했다.
수업이 5시에 있으면 4시에 가서 기다렸다.
왜 그리 일찍 갔는 지 모르겠다.
공부하는 사람은 그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는 골수까지 선비라고 생각했다.)
한 번 아니라고 하면 절대 아니고
아무리 손해를 보고 바보 같아도 일관성을 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시험이나 수학, 과학 문제를 풀 때도 그랬다.
진지함을 넘어서 강박에 이르렀다.
내 목표는 60분짜리 시험문제는 무조건 30분에 푸는 거였다.
30분만에 다 풀고 30분 동안 한 번 더 푼다.
그렇게 하면 실수는 거의 없어진다.
고등학교 때까지 시험 시간이 원래 부족한 경시대회가 아니라면
학교 시험에서 실수를 해서 틀린 문제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실 이 나라의 주입식 교육이 그런 것 인데,
적어도 수학, 과학에서는 이 나라 교육의 모범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3년간 나를 잘 아시는 한 선생님은 나를 '컴퓨터'라고 불렀다.
칭찬이라고 하신 말씀인 것 같은 데, 생각해보면 정말 계산하는 기계였다.
반대로 영어는 정말 싫었다.
수업 시간외에는 절대 책을 펴보지도 않았다. 거의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고보면 난 참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사람(매파)이다.
대학 2~3학년 때부터 많이 온건한 사람(비둘기파)이 된 것 같다.
사회 생활하면서 더 그렇다.
초등학교 때처럼 살았다면 아마도 육사에 들어가서 FM 군인이 됐을 테고,
(2차 대전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가미가제 특공대가 됐으려나?)
고등학교 때처럼 살았다면 학위받아서 무슨 연구소에 들어가 있었겠지.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고집은 꺽이기 마련이고, 새로운 기회와 환경은 사람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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