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5일 수요일

성급함

기획자나 매니저가 자꾸 언제 일이 끝나냐고 보챈다.
대답해주다보면 리듬이 깨지기도 한다.
화를 낼 수는 없고,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 지 생각해봤다.


"고구마를 삶을 때, 익었는 지 확인하려면 젓가락으로 찔러보면 되지요.
 하지만 너무 자주 뚜껑을 열면 열기가 날아가 버려서 익는 데 시간도 더 걸리고
 자꾸 찌르면 고구마는 만신창이가 되버린 답니다."
(좀 유치하군..)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보다 누군가 보채는 일을 먼저 해준다.
그럼 일을 요청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하는 사람이 보채면 더 결과를 빨리 주니까,
보챌수록 일을 잘 할 꺼라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생물은 언제나 그런식으로 학습을 한다.)
결국 갈수록 pressure를 많이 주게 된다.
아무리 pressure를 줘도 소신껏 중요한 것부터 해야 다음번에 pressure를 덜 받는 다.


또 어떤 사람은 지금 닥친 일이 아니면 해야하는 일을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e-mail로 보내면 보고 잊어버린다.)
그런 사람들도 역시 계속 pressure를 받는 다.(push, push~)
시키는 사람도 그 사람이 내 일을 언젠가는 해줄꺼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무조건 지금 보는 눈 앞에서 해주기를 원하고 모두가 달려와서 압력을 넣는 다.
모두가 일을 요청하기 위해 근처에서 길게 줄을 서서 지켜본다.


요즘은 우는 아이 달래듯, 일을 요청한 사람들을 달래기도 한다.
좀 더 Engineering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자꾸 설명을 한다.
무조건 기다려 달라고 하면 떼쓰고 화를 내게 될 수 밖에 없고 견디기 힘드니까.
("왜 지금은 안되죠?", "왜 내일까지 안되는 거예요?")
잔뜩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면 읽다 지치든지, 이해를 하든지,
아무튼 약간은 더 참을 만해져서 조용해진다.
(기술을 설명하는 e-mail을 보낼 때면 EBS 강사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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